3년인가 4년인가 운영해온 개인 홈페이지를 어떤 개놈의 해커에게 당해 송두리째 빼앗기고
갈 곳 잃어 여기저기 배회하다가 이번에는 알라딘 서재를 사이버일기장으로 운영해 보려고 한다.
이 서재는 내가 대학 초년생 시절부터 사용해온 것으로.. 읽은 책들에 대한 짧은 리뷰나 한줄평을 남기고 읽고 싶은 책들을 찜하는 용도로 써왔다. 오늘 여기를 새단장하고자 컴으로 접속해 이용 초기에 썼던 글들을 훑으니 지금의 나와 너무 멀게 느껴져서 깜짝 놀랐다. 삭제와 비공개 버튼이라는 이름의 사이버싸리빗으로 죄 쓸어 없애버림..; 자기가 애송이란 걸 모르는 애송이만큼 꼴불견인 게 없다는 걸 느낌....
어제는.. 회사에 차를 안 가져온 게 아까워서(걍 집에 곧장 가면 돈 쓸 일 자체가 없는데 왜 이런 '아까움'이 성립하는 건지.. 아깝다는 감각은 소비와 큰 연관이 없는가보다) 욜탱까지 슬슬 걸어가 성아랑 맥주를 마셨다. 그러고 아홉시가 다 되어 집에 가려고 일어났는데 나혼자 술 마시며 책 읽는 꼴깝 행위를 간만에 하고 싶어져서 기어이 아도니스에 기어들어감.
챙겨간 책은 『우리 몫의 후광은 없나보네. 희망이 그러하듯 절망 또한 함부로 대할 수 없음을 일깨워주는 이야기들.. 크리스마스 단편선이라 핫 버터드럼과 핫 와인을 시켜 마셨다.
핫 버터드럼에서는 버터스카치 캔디를 녹인 맛이 났다.
겨울이 다 가기 전에 따뜻한 술을 마셔둬야 한다. 그것이 수지에 맞는 일이니까...
앞테이블에 앉아있던 두 소녀들은 슈뢰딩거의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내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어. 그런데 그 과정에서 아플 수도 있겠지...> 이런 말들이 들렸다. <삶에 의미가 있으려면 삶이 우선 존재해야 해> 이런 말들. <삶에 의미가 존재한다면 우리가 영영 그것을 모르는 것만이 가능해> 이런 주장을 펼치고 있었다.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이 바로 죽음이야> 이런 말들...
겨울날 충동적으로 찾아들어간 술집에서 소녀들이 나누는 이런 이야기들을 귀동냥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큰 축복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