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책 #하리뷰 #장편소설

“앞으로 나는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인생을 보내게 될 것이다.”
제36회 소설 스바루 신인상 화제의 수상작!
#올바른지도의뒷면에서
#아이자키유 장편소설
#김진환 옮김
#하빌리스
#니들북
“오늘로부터 나는 얼마나 오래 도망칠 수 있을까?”
강렬한 핑크색 띠지도 눈에 띄는데 문장도 궁금증을 불러온다. 주인공은 왜 도망치는 걸까?
고등학생 코이치로는 가난과 무관심 속에 아버지와 단둘이 살아간다. 술과 도박에 빠져 모든 것을 놓아버린 아버지 그리고 그런 아버지를 향한 억눌린 분노는 어느 날 폭발하고, 코이치로는 쓰러진 아버지가 눈에 파묻혀 죽기를 바라며 방치한다. 그리고 기혹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 길로 도망쳐버린다. #줄거리
아버지를 죽이고 도망자의 삶을 살게 된 코이치로. 코이치로의 수중에 가진 돈은 2만엔도 채 되지 않는다. 미성년자인데다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치는 신세가 되었다. 코이치로는 그저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싶었을 뿐이었다. 대단히 거창한 꿈도 아니었는데 이룰 수 없는 꿈이 되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코이치로는 삶의 의지를 놓지 않는다. 고철 수거, 일용직, 노점상 등 쉬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발버둥친다. 이렇게 살아가는 코이치로의 삶은 결국 어떻게 될까? 하루하루 어디에 의지하거나 기댈 수도 없고 외롭게 살아가는 코이치로지만 그의 곁에도 사람을 만나 작은 온기를 얻게 된다. 그들 역시 사회에서 배제된 이들이었다. 코이치로의 처지가 너무 안타까워서 눈물이 날 것 같다가도 이렇게도 성실하고 끈질기게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코이치로의 모습이 기특해서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솟아난다.
과연, 코이치로는 어떻게 되었을까? 성장소설이 아름다운 이유는 모든 걸 읽어버리고 궂은 역경과 고난을 겪지만 삶을 포기하지 않는 소년의 모습이 뭉클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서평단에 당첨되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돌아갈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어둑어둑하던 길이 순식간에 암흑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길거리를 떠돌게 될 줄 알았다면……. 그런 후회가 잠깐 스치긴 했지만, 선을 넘어버린 아버지를 용서할 수는 없었기에, 결국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고 스스로를 다그쳤다. 하지만 지갑 안에 든 잔금을 계산할 때마다 비참한 마음이 들었고, 남은 인생에 비해 너무 큰 죄를 범한 건 아닌가 하는 초조함이 점점 더해졌다. 이것만큼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P41
"네가 잘못했다는 건 아니야. 사정이야 있겠지. 하지만 자진해서 노숙자가 되려는 건 좀 아니잖아. 우릴 무시하는 것 같아서 화가 난다고. 우리는 노숙자가 되고 싶어서 된 게 아니야. 미성년자라고 했지? 미안하지만, 앞으로 뭐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어린 네가 우리 같은 인간한테 의지하려 드는 것 자체가 불쾌한 거야. 여기서 사는 녀석들은 다들 착해. 어제는 모두 친절한 마음으로 너를 재워주자고 뜻을 모았던 거고.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널 돌봐주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어."- P70
"처음엔 솔직히 음습하고 가혹한 밑바닥 인생에 떨어진 줄 알았는데 코이치 군이 그렇게 사는 걸 보니까, 육체노동이 힘들다는 것 빼고는 여기 생활도 제법 귀중한 체험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신기했어."
몇 마리의 동료가 함께 움직이다가 문득 한 마리가 제자리에 멈춰 섰다. 그 이변을 느낀 다른 개가 돌아보니, 멈춰선 개는 어딘가 먼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지금 A군은 멈춰선 개의 표정을 짓고 있다. 어둑어둑한 영화관, 희미한 빛 아래 비친 A군의 목소리에서 그런 느낌이 전해졌다.
"그래서 비관하지 않을 수 있었어. 적어도 지금 내가 있는 곳이 지옥은 아닌 것 같았거든." - P1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