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책 #하리뷰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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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싶은 기억을 잊기 위해 아파하는 것보다는
기억하고 싶은 기억을 애써 기억하면 그뿐이야.”
#슬픈기억은행복의홍수아래가라앉게해
#이채은
#레이지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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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페이지에 제목의 의미를 적어두었다.
책의 제목은 제가 좋아하는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에 나온 대사인 '나쁜 추억은 행복의 홍수 아래 가라앉게 해'를 인용했습니다. 나쁜 추억 대신 슬픈 기억이라고 바꿔 쓴 이유는 제게 아프고 슬픈 기억은 있지만, 나쁘다고 말할 추억은 없기에 슬픈 기억으로 대신 하였습니다.
지나간 추억이 아프고 슬플지언정 나쁜 추억은 없다는 작가의 말이 좋았다. 우리는 슬픈 기억을, 아픈 기억을 가슴에 담아두고 그 기억의 힘으로 살아가기도 하니까 말이다.
작가는 이 책을 기억하기 위한 기억에 대한 기록, 나를 살아가게 하는 순간에 대한 기억을 엮은 책이라고 했다. 기억을 기억하기 위한 서른가지 질문에 대답을 풀어낸 책이다. 질문은 모두 사소하고 평범한 질문들이었으나 우리가 살아가는 보통날을 기억하기에는 충분했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 나를 아프게 하고 힘들게 했던 것들을 떠올리게 했고 나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해보게 하는 질문을 따라 작가의 이야기를 읽어나갔다. 오늘 맛있었던 음식이나 오늘 누군가와 무엇을 했는지, 기억에 남는 사람은 누구인지, 나의 장점이나 단점, 절대 버리지 못하는 물건이나 버킷리스트, 다시 찾아가고 싶은 장소 등 우리의 기억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나의 마음을 풀어낼 수 있는 그런 질문들이었다.
누군가 잘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은 나 또한 잘 살아가고 싶은 간절함일지도 모른다(p.35)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잘 살길 바라는 마음, 잘 지내길 바라는 마음은 늘 애틋하다. 당신이 잘 살아가야만 나 역시 잘 살아갈 수 있다. 나의 마음이 당신에게로 흘러갔으므로. 우리가 마음을 나누고 마음을 포갰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에게 위안이 되기를 바란다. 설령 우리가 다시는 만나지 못하는 사이가 되더라도. 그리하여 우리에게 그리움만 남게 되더라도 당신의 안녕을 빈다. 그러나 당신이 내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내 곁에서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며 나의 삶 한가운데에 함께 있기를 바란다. 부질없는 소망이 될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우리의 기억이 오직 슬픔만은 아니길 빈다.
“한낱 꿈에 불과하다 말하는 이 삶 안에 속해 있는 이상,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살아가는 거야, 살아내는 거야.
어떤 하루는 아프고, 또 어떤 하루는 지치고,
그러다 보면 이렇게 아프고 지치면서까지
살아야만 하냐고 주저앉게 될지라도.” p.147
슬픈 기억은 행복의 홍수 아래 가라앉히고 슬픔이 찰랑거리는 홍수를 온몸으로 마주해도 괜찮다. 슬픈 기억만이 전부는 아니므로. 오롯이 행복만 가득한 것도 아니니까. 그렇게 흘러가듯 이 삶을 살아낸다. 슬픈 기억도 행복한 기억도 전부 담아두면서. 오늘을 소중하게, 그리고 애틋하게.
책속 문장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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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은, 아픈 기억은 흔적 없이 사라지지 않는다. 애초에 사라지는 것이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희미한 자국은 남기 마련이다. 그래서 어쩌면 슬픔을 아예 잃어버리길 소망하는 것보다 그 슬픔에 무너지도록 우는 것이, 그럼에도 기특하게 하루를 살아내는 것이 더 쉬울지도 모른다. p.8
때때로 상처받으며 살아가는 우리에겐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말하지 않은 아픔은, 괜한 자존심과 쓸데없는 오기로 덮는 상처는, 분명 사라지지 않고 곪아 썩은 내가 난다. 하지만 꺼내 보인 상처는 필히 타인에 의해서든, 자기 자신으로부터든 어루만져지게 되어 조금은 덜 아프게 될지도 모른다. 아프다고 울 수 있는 건 나약함이 아닌 이다음에는 웃을 수 있을 거라는 그 어떤 희망을 갖게 하니까. p.65
어쩌면 당연한 말이지만 자주 까먹고 마는 "앞으로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생각하고 열심히 감사하며 살면 좋은 일만 있을 거요. 힘들고 어려울 때 감사하다 생각하면 감사할 조건이 자꾸 생기는 법이라오."라는 말을 몇 번이나 읽고, 또 읽었다. 한참을 내 마음 한 부분에 새기고, 또 새겼다. p.71
그러니까 오늘을 삽시다.
이렇게 말하는 저도,
내일 사무치게 걱정스러워
마음 편히 잠드는 날이 자주 있진 못하지만.
그래도 우리 오늘을 살아요.
오늘을 눈 뜨고,
오늘을 걷고,
오늘을 웃고,
오늘을 애틋하게 사랑하며.
그렇게 당장
내일이 걱정스럽지 않긴 힘들겠지만,
일단 오늘 밤은
좋아하는 단어로 가득 채워
포근히 잠드는 것을 시작으로,
그렇게 오늘을 애쓰며 살아요.
일단은 지금의 순간을 새겨봐요. p.104
그 순간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언니! 저 지금 너무 행복해요!"
라고 목이 터져라 - 외치고 있었다.
그때 알았던 걸까.
행복하다는 말을 여태 내가 하지 못했던 이유는 내 삶이 불행해서가 아닌, 행복한 삶은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지 갈피를 못 잡고 있어서라는 것을.
행복의 기준이 법으로 정해져 있지도, 누군가 가르쳐주지도 않은 이유는, 어쩌면 그 기준을 정할 수 있는 건 오직 이번 생을 살아가는 ‘나‘ 자신뿐이라는 것을. p.111
단단하지만 따스한 사람을 좋아하고
화려하진 않지만 진실된 마음을 좋아하고
느리지만 치열한 하루를 좋아하며
혼자이지만 혼자이지 않은 삶을 좋아한다.
그러니까 나는 단단하지만 따스한 사람이 되기를,
화려하진 않지만 진실된 마음을 품고,
느리지만 치열한 하루를 살아내며
혼자이지만 혼자이지 않은 삶을 살아가기를. p.125
나는 여전히 불안하고 여전히 막막하지만,
그래도 이젠 지금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해보려고 해. 네가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언전게 널 다시 만나게 된다면 말이야.
그즈음에는 나도 너처럼 빛을 품은 사람이
되었으면 해.
오랜만에 만난 네가 나에게
"더 반짝이는 사람이 되었구나."
라고 말해줄 수 있도록. p.131
그러니 때론 불행하고,
어쩌다 행복한 삶을 살아가며 우리는
그저 살아있음에 안도하는 모든 것들을 사랑하고,
사랑했던 모든 것들을 그리워하면 그뿐이야.
잊고 싶은 기억을 잊기 위해 아파하는 것보다는
기억하고 싶은 기억을 애써 기억하면 그뿐이야.
그렇게 지나간 후회와 다가올 불안에
상처받을지라도,
오늘을 살아낸 기특함에 웃을 수 있다면 그뿐이야.
p.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