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고3 수험생일때 정확히는 수능을 끝내고 졸업과 대입을 앞둔 시점에서 하교 하던 날이었다. 버스에서 급우들 하고 앞으로 무얼 할 것인지 두려움과 설레임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 탓 인지는 모르나 뜬금없이 나에게도 이야기를 건냈다. 어려서 부터 겉도는 아이였고, 사교적인 성격도 아니었으므로, 친구가 있을리가 없었고 고등학교로 진학해서도 마찬가지였다.
크게 무언가 답을 했던 기억은 없고 아마 얼버무리면서 이야기를 급하게 마무리 지었던 것 같은데, 마음 속으로 생각 했던 것은 있다. 하나 떠올랐던 생각이 토지를 읽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대학교에 진학해서도 생각은 있었지만 읽지 못하였고 돈을 벌기 시작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동네서점에서 마로나에북스 <토지>를 몇권 구입했지만 읽지 않고 짐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정리해버렸다.
그 뒤로 시간이 흐르다 최근에서야 읽고자 하는 마음에 보니 어느덧 마로니에북스에서 나온 토지는 벌써 절판이 되어 버렸고, 다산북스에서 일신하여 나온게 있었다. 밀리에서 전권을 서비스 하고 있기에 마침 좋은 기회가 되었다 생각하고 1권을 시작했는데 오늘 읽기를 마무리 하였다.(1권까지는 알라딘에서 전자책을 구입했다.)
1권에서는 하동의 한가위 풍경부터 시작한다. 사투리들이 대충 짐작이 되면서도 낯설기는 했는데, 그만큼 미디어의 영향으로 지역별 차이가 희석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하동의 최참판댁을 중심으로 하여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여러가지 사정으로 정분이 난 사이나 현실에서는 부부의 연을 맺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구천과 별당아씨가 그렇고, 용이와 월선이가 그렇다. 사람 마음을 입으로는 세속의 도덕이니 윤리니 하는 것으로 재단하기 쉽지만 사람의 정이 어찌 쉽게 재단이 되던가.
하지만 그러한 정은 누군가에는 상처이기도 하니 크게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도 없다. 강청댁도 그렇게 강짜를 부릴 수 밖에 없지 않은가. 강청댁에 대한 용이의 마음에는 일말의 미안한 감정 없이 오로지 돌아가신 어머니의 당부만으로 지내는 걸 보자니 염병 뭔 지랄을 하네 싶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좋으면 차라리 월선을 둘러메고 도주를 하던가.
그리고, 그냥 못된 심보로 여기저기 사람을 찌르고 다니는 이들도 있다. 최참판댁의 하인 귀녀가 그렇고, 임이네가 그렇다. 평산이라는 자 또한 개차반이다. 귀녀는 평산이라는 자와 같이 음모를 꾸미는데 대충 느낌으로는 귀녀에게 최씨의 아들(최씨의 씨가 아니더라도 상관 없이)낳게 하여 재산을 얻으려는 모양새인데, 최지수 또한 귀녀의 그러한 욕망을 짐작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기실 이미 귀녀와 통하였을지도 모르겠다. 어떤 음모로 이어지는지 궁금하다.
평산이 일당으로 꼬아내려는 칠성 또한 욕망이 가득한 사내이다. 임이네와 일가를 이룬 것도 임시방편이지 다른 좋은 방도가 있으면 찾아 떠날 것 같다. 임이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임부임에도 남의 사내를 생글생글 바라보는 행태가 심상치 않았는데, 1권 마지막 부록으로 담긴 인물 관계도를 보자니 용이와 혼외 관계로 되어 있고 그 사이에 자식이 있는 것으로 표시한 것으로 보아 이미 살을 섞은 사이이고 실은 그 태중에 있던 아이도 용이의 아이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이렇게 오입질을 해대는 사내라니 의리도 없고 괘씸하다는 감정도 떠올랐다.
그런데 월선이 딴 사내를 따라 갔다고 기절을 해대는 꼴이라니. 꼴에 순정파인척 하는 가 싶었다.
길상은 떠나온 절간의 노스님을 떠올리며 그리움이 가득차 있으며, 서회는 자신이 어미의 갑작스러운 부재에 난리를 곧잘 부렸으나 곧 적응해가고 있다. 길상과 봉순, 그리고 서희가 나올때는 조금 마음 둘만한 곳이 나왔구나 싶었다. 곧 고난이야 닥치겠지만... 어린 서희와의 대화가 귀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