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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소설을 한번 써보겠다고 머리를 긁적이며 문장을 쓰다가 지우고 고치고 다시 문장을 몇 개 쓰곤 했다. A4 용지 삼 분의 일을 마치고선 힘이 빠져버렸다.

    

가볍게 두서없이 쓰는 잡문은 금방 분량을 채운다. 하지만 며칠 뒤에 꼼꼼히 읽어보면 어색하거나 논리가 없거나 주어동사가 꼬여 있거나 한다. 무엇보다 감정 조절이 덜 된 유치한 표현과 설익은 장난의 문장 들이 거슬리고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도 막상 쓸 때믄 이것저것 게의치 않고 편한 마음으로 적어 내려가니, 적어도 분량 하나만큼은 쉽게 채운다.

    

하지만 소설을 시도할 때는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간다. 긴장해서 첫 문장 하나를 두고 여러 번 고치기도 한다. 겨우 문단 하나를 써놓곤 읽다가 다듬고 다듬고 다듬다가 그만 기력을 잃어버린다. 이러다가 이번에도 또 실패할 것 같다.

    

어느새 일요일 오후.

    

몸은 피곤하고 마음은 구겨진 종이처럼 우울해진다. 월요일에 직장에 가면 또 어떤 과제들이 잔뜩 쌓여 있을지, 슬그머니 걱정된다. 내 소설 속 인물에게도 미안하기만 하다.

 

첫 문단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진 그 여자아이를 골목에 홀로 버려둔 채, 

나는 지금 속절없이 한숨만 내쉰다.

 

아, 씨. 기다려. 곧 달려갈게. 내일 저녁에.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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