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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재

[정치사상사]는 읽기쉬운책은 아니다. 한 줄 한줄이 씹어서 슨 것이 느껴지고, 근거와 인용이 분명하다. 아주 분명한 '학술서'이다. 그러나 그 다루는 소재는 소크라테스, J.S.Mill, 아담 스미스, 칼 마르크스 등 이름은 모두 아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고등학교 윤리 교과서에 얼굴을 내미는 사람들이다.

 

고교때 윤리 과목이 재미있었던가? 재미가 없다... 그들의 철학적 깊이. 당대의 현실문제를 풀기위한 그들의 문제의식을 오늘의 문제에 대입해 보는 안내... 고등학교의 윤리시간에는 그러한 교감이 없었다. 그렇기에 그들의 깊이는 전달되지 않은 채, 철학자와 저서 키워드를 암기하고는 - 졸업과 동시에 나의 삶과는 아무 관계없는 이름들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죽자마자 잊혀질 나의 이름과 비교해 보건데, 사람의 이름이 2천년 이상을 이어져 내려오는 데에는 얼마나 대단한 이유가 있겠는가? 그러나 그러한 깊이를 전혀 느낄 수 없게 가르치고 배워왔다.

 

역사책을 시대순으로 따라가며 읽다가, 시대에 대한 코멘트를 달아주는 글을 만나고 싶었기에 우연히 잡아든 책이었다. (우연히 그때 신문광고가 나왔기에. 한길사에서 구판을 새로 내면서 책값을 두배쯤 높여놓았던!)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서양 사상사의 흐름이, 그들의 시대와 그들 시대의 한계, 그리고 그것이 그 다음시대를 어떻게 열었으며 어떻게 연결되었는지를 그야말로 드라마로 엮어 낸다.

 

이 책의 제목은 '정치사상사'이지만, 정확하게는 '서양 정치사상사'라고 할 수 있다. 놀랍고도 부러웠던것은 그들은 그들의 고대로부터의 정치적 사상사를 '끝까지'파본 학문적 업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였다. 서양에 의해 강요된 근대를 맞은 동양인중의 하나인 나로서는, 백가쟁명시대의 철학들이 오늘의 우리에게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사고할 근거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가끔씩 TV다큐멘터리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신비'같은걸 할 때면, 그때의 세금관리기록 같은것이 그대로 남아 기록되어 있는것을 보며 서구의 힘을 느낀바가 있었다.

 

유행은 돌고 도는 것이니, 새로운 사회에 대한 상상력은 고전에 대한 깊은 이해로부터 단초를 찾게 될 수 도 있지 않겠는가.

 

꽃아두시길 권한다. 비싸고 두꺼우나 - 값을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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