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이름으로'는 볼만했고,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내내 불편했다.
동원된 삶. 일본인들의 그 아픔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인의 시각으로 전쟁을 묘사했다 하여 개봉을 못하였다 하던데, 이제 그정도는 가려 볼 안목이 있지 않을까 싶다.
영화를 보기전에 그 참상에 대해 처음 알게 된 책이 [일본제국 흥망사]중의 오끼나와전 얘기였다.
일본제국주의하면 일본의 군부만을 자연스레 연상하던 나에게, 일본 국민들 역시 일본 우익들의 희생자였다는 것을 처음으로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
두번째는 감탄이었다. 일본의 전후처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쓴 한 미국 관료의 보고서 한토막이 소개되어 있는데, 미국이 세계의 패자로 이름을 떨치게 된 저력을 느낀것 같아 깊이 가슴에 남았던 대목이다. 보서는 일본의 천황이 밖에서 알려진것 처럼 실질적 지도자가 아니며 사실은 군부를 축으로 한 관료집단이 실질적 지배자임을 지적하고, 정신적 지도자로서의 천황체제를 유지시키는 것이 전후 일본 내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될것을 밝히고 있다. 미국의 전후 계획은 그 보고서 대로 진행되었음은 물론이다.
감정상 - 실제 미국인들은 밥을 굶기는 식으로 잔혹하게 천황을 죽여야 한다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 없애야 할것이나 그걸 넘어서는 합리적 집행을 가능케 했던 미국의 힘을 본듯한 느낌이었다. 결국 그 차이가 미국과 일본의 전쟁의 결과를 예기하였을 것이다.
사족 - 책 앞머리에 달려있는 2차대전 중 일본의 최대 영토 영역도. 중국, 아시아, 대평양의 대부분을 망라하고 있었다. 나는 우리가 고구려의 최전성기를 표시하는 지도를 놓고 민족혼을 얘기하는 것을 떠올렸다. 일본인들이 바로 2차대전기의 영토도를 놓고, 그들의 최전성기를 논하는 그들의 민족주의를 부추기고 있을 것이다. 민족주의는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