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작년,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역사 추리소설 <캐드펠 시리즈>.
중세의 혼란 속에서 인간 군상과 따뜻한 시선을 섬세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한 마디로 마스터피스다. 그래서 후속권 발매 소식을 들었을 때 설렘을 감출 수 없었다. 기다림 끝에 2025년 6월, 11권~ 21권(완)이 한 번에 출간되었다. 감사하게도 나는 3기 서포터즈로 선정되었다. 덕분에 18권부터 20권까지 세 권을 미리 받아볼 수 있었고, 오랜만에 <캐드펠 시리즈>의 세계로 다시 들어설 수 있었다.
이 시리즈는 연속성이 강하지 않기 때문에 순서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읽을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그래서 고민 없이 18권 『반란의 여름』을 펼쳤다. 이번 작품에서는 익숙한 슈루즈베리를 벗어나 웨일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평화로운 귀향길인 줄 알았던 여정이 어떻게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이어질지 책장을 넘기는 내내 긴장과 설렘이 교차했다.
<웨일스로 떠난 캐드펠, 시리즈의 색깔이 바뀌다>
역사 추리소설 『반란의 여름』은 <캐드펠 시리즈> 18번째 작품으로 익숙했던 슈루즈베리를 벗어나 이번엔 캐드펠의 고향인 웨일스를 무대로 삼는다. 새로운 공간은 그 자체로 신선한 긴장감을 선사하고 웨일스 특유의 역사와 문화가 작품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 놓는다.
이번 권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추리 요소의 비중이 줄어들고, 역사적 배경과 시대의 갈등이 더 깊게 다루는 점이다. 웨일스 왕과 동생의 권력 다툼, 외세인 덴마크인들의 개입, 교회와 세속 권력의 충돌이 사건의 중심을 이루며 살인사건조차 이 거대한 시대 흐름의 일부로 녹아든다. 그만큼 캐드펠의 역할도 변한다. 날카로운 추리로 사건을 해결하던 그가 이번 작품에선 냉정한 관찰자이자, 시대를 통찰하는 시선으로 이야기에 깊이를 더한다.
<인간의 선택이 만든 갈등과 이야기>
이번 작품을 끌고 가는 가장 큰 힘은 '사람'이다. 특히 캐드펠의 시선은 이번에도 인간의 복잡한 내면을 섬세하게 비춘다. 포로로 잡혀 있는 상황에서도 그는 당황하거나 흔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차분히 관찰하며,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진심을 읽어낸다. 또 한 명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헬레드다. 원치 않는 결혼, 강요된 수녀 생활 대신 자신의 삶을 선택하기 위해 떠난 그녀의 여정은 중세 여성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단순한 반항을 넘어 스스로 원하는 길을 찾으려는 헬레드의 용기는 이번 이야기의 핵심 플롯이다.
웨일스 왕 오웨인과 동생 카드왈라드르의 갈등도 인상 깊다. 혈육이라는 이름 아래 감춰진 욕망, 권력 다툼, 그로 인해 무너지는 신뢰와 관계는 중세의 혼란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반란의 여름』은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서 사람들의 선택이 어떻게 갈등을 만들고, 그 갈등이 다시 인간을 흔드는지를 치밀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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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했던 슈루즈베리를 떠나 웨일스로 무대를 옮긴 <반란의 여름>은 그 자체로 신선한 변화였다. 평소보다 역사적 배경과 정치적 갈등이 더 깊이 녹아들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캐드펠 수사의 냉철한 시선과 인간적인 면모는 여전했고, 새로운 공간이 주는 낯섦이 긴장감을 조성했다.
이번 작품은 특히 인물들의 심리와 갈등이 돋보였다. 원치 않는 결혼을 거부하고 자신의 삶을 선택한 헬레드, 권력을 둘러싸고 대립하는 형제들, 그 속에서 사람들의 선택을 조용히 지켜보는 캐드펠까지. 모두가 각자의 사정과 욕망을 안고 살아가는 모습이 현실적이다.
자연스럽게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캐드펠은 또 어떤 사람들과 얽히고, 어떤 진실을 마주하게 될까. <캐드펠 시리즈>가 늘 그래왔듯, 다음 권도 또 다른 재미와 울림을 선사해 줄 거라는 믿음으로 19편으로 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