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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tha
  • 세뇌의 역사
  • 조엘 딤스데일
  • 22,500원 (10%1,250)
  • 2024-08-18
  • : 3,412

정치인, 종교인 등은 대중을 현혹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구사한다. 그중 하나가 날조 · 선동과 같은 '가짜 뉴스'다. 그래도 이전에는 많은 인적 자본이 필요해서 한계가 뚜렷했는데, 최근에는 AI 기술의 발전으로 사진과 영상 제작이 더 쉬워져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넓은 의미에서 이런 행위는 '세뇌'로 볼 수 있다. 일부 사람들은 이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한다. 하지만 좁게 볼 문제가 아니다. 사회 전반의 문제로 접근해야 사건 ·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세뇌의 역사』는 1976년부터 1985년까지 하버드 의과대학 교수를 지냈으며, 미국 대통령 정신건강위원회 자문 위원을 역임한 저명한 정신의학자 조엘 딤스데일의 저서다. 현재 그는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캠퍼스 정신의학과 석좌교수 재직하며, 스트레스, 잠, 삶의 질 등을 주로 연구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악의 해부』 『생존자들, 희생자들 그리고 가해자들: 나치 홀로코스트에 관한 에세이』 등이 있으며, 이번 책은 나치 전범들의 심리를 분석한 『악의 해부』에 이은 두 번째 번역서다.



<세뇌는 정말 가능할까?>

작년 읽은 일본 추리소설 『명탐정의 제물』의 소재는 미국의 사이비 교주 짐 존스에 의해 일어난 집단 자살 사건이었다. 책을 읽을 당시에는 '정말 이 정도로 쉽게 사람들이 세뇌를 당한다고?'라는 의문을 가졌다. 평범한 사람이 봤을 때 세뇌 당한 사람들의 행동은 이해하기 어렵다. 비상식적인 언행에서 불쾌감마저 느낀다. 그런데 조엘 딤스데일 저자의 『세뇌의 역사』를 읽고 나면 나 또한 언제라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심이 든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1부에서 전쟁과 관련해 벌여졌던 참혹한 세뇌의 역사를 다루고, 2부에서 범죄자와 종교집단이 어떻게 세뇌를 다뤘는지 상세하게 설명한다. 3부에서는 21세기에 벌어지고 있는 세뇌를 언급하는데 1~3부 모두 유익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인문학 책임에도 높은 몰임감을 느낄 수 있다.



<한국전쟁, 스톡홀름 증후군, 사이비 종교의 집단 자살, 쇼셜미디어와 가짜 뉴스>

『세뇌의 역사』를 읽으며 가장 놀랐던 부분은 '세뇌(brainwashing)'라는 용어가 한국전쟁 이후 만들어졌다는 부분이다. 책에서 한 챕터를 차지할 만큼 상세히 다루는데, 우리 역사에 있어 너무나 아픈 기억이 세계 심리학 역사에 있어 중요한 한 페이지였다는 게 씁쓸하다. 

이외에도 인질이 범인에게 동조하고 감화되는 비이성적인 심리 현상을 뜻하는 '스톡홀름 증후군'과 세뇌의 대표적 사례 각종 사이비 종교 단체의 집단 자살 사건. 그리고 현대의 가장 큰 화두 쇼셜미디어와 가짜 뉴스에 대해서 저자만의 분석을 엿볼 수 있다. '본인의 자유와 의지에 무관한 다른 생각을 갖게 하는 게 가능할까?'라는 의문에서 펼친 책은 궁금증 해소를 넘어 생각의 확장을 불러온 수준 높은 인문학 책이다.



책을 꾸준히 읽다 보면 1년에 몇 권씩 지식과 지혜가 확장되는 경험을 한다. 이 느낌을 잊을 수 없어서 포기하지 않고 책을 읽는데, 『세뇌의 역사』는 2024년 하반기 인문학 서적  베스트 목록에 당당히 올릴 수 있는 책이다. 자칫 편향된 주장을 펼칠 수 있음에도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며 균형 있게 '세뇌'의 역사를 되짚는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인류의 잔혹한 역사와 전쟁 · 종교의 양면성을 깨닫는다. 흥미진진한 다큐멘터리 한 편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가짜 뉴스'에 대한 저자의 걱정이었다. '취약한 인간의 정신을 조작하기 위해 현대의 인지과학, 신경과학, 행동과학이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라는 문장이 무겁게 다가온 이유다.



(에이도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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