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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 반달이
<캐러멜 팝콘> - 요시다 슈이치

 


중고등학교, 그리고 대학때까지..

나에게 독서는 공부의 다른 이름이었다..

배우고 싶었고 배워야 할 거리들이 천지였고

그래서 결코 가벼워질 수 없었다고 기억한다..

 

조금씩 나이를 먹으니

자꾸 무게를 던져 버리고 싶어진다..

좀 가벼웠으면, 적당히 털어내고 잊어버리고 살았으면.. 싶어진다..

기억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

혹은,

먼지처럼 자꾸 쌓여만 가는 것들이 답답해서..

 

그래서 나는 독서를 휴식으로 바꿔보고자 했다.

그때 처음 만난 것이 요시모토 바나나였고

그녀의 글을 몽땅 다 읽고 났을 땐

이미 일본소설들이 유행처럼 번져나고 있었다..

 

'너무 가벼워..' 도 있었고

'그래도 담백해서 좋아..'도 있었다.

그 중에서..

너무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그래서 부담스럽지도 건조하지도 않은 감성이 좋았던 또 하나의 작가가

바로 요시다 슈이치다..

 

인생은 불안하다..

물론 즐거울 때도 있고 행복할 때도 있고

이러니 저러니 해도 세상은 살아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산다는 건 언제나 위태위태하다..

외줄타기 같은 그 위태로움을 견디기 위해

우리는 거짓말을 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동안 살면서

정말 몰라서 속아 넘어간 거짓말도 있을 테고

알면서 모르는 척 넘어가준 거짓말도 있을 거다..

그때 나는 억울했던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계절도 바뀌는데

사람 마음이야 오죽할까..

오늘 내가 너를 사랑했다고

내일까지 그 사랑이 너를 지켜줄 수 있을까..

아니.. 그건 알 수 없다..

영화에서 유지태가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고 물었지만

변한 건 사랑이 아니라 그녀의 마음일 뿐이다..

그녀의 마음이 그저 다른 계절을 만난 것 뿐이다..

그러니 거짓말은 하지 말자.

내 마음을 속이지 말자.

그건 지난 시간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며

잠깐이나마 나누었던 두 마음에 대한 배신이니까..

그래도 가끔은 모르고 넘어가는 게 더 나을수도 있지 않냐고 반문한다면..

좋을 대로..

결국 선택은 자신의 몫이니까..

하지만 그 선택이 서로의 상처를 극소화시킬 수 있는 처방전이길..

이 책의 주인공들처럼..

 

인생이라는 것도 그런 것이다..

결국은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고

그러다 그냥 흘러가버리고 잊혀진다..

캐러멜을 잔뜩 끼얹은 팝콘의 달달함이 그렇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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