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독서일기 2월 셋째주 (2월 11일~2월 17일)
<<일상기술연구소>>, 제현주, 금정연 지음, 어크로스(2018년 2월 11일~2018년 2월 15일) 별 네개
저성장과 저고용의 시대, 스스로를 혹은 남을 괴롭히지 않으며 지혜롭게 사는 방법을 연구하는 이들의 소소한 성공담... 이랄까. 하지만 그저 소소하다고 하기엔... 이들은 아주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자리와 삶을 모색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나 역시 오랫동안 어딘가에 고용되지 않은 채로 활동가이자 프리랜서로, 그리고 이제는 자영업자 비스므리 한 것으로 살고 있기에 스스로 시간을 관리하거나 새로운 기획을 만들어내거나 사람들과 일을 벌이거나 자기계발을 하는 식으로. 뭘 안하는 것 같으면서도 무언가를 계속하는 삶을 살아왔다. 어느 정도 삶의 방향이 비슷하게 느껴지는. 그럼에도 다른 식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나 하는 궁금증에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하며 빨리 읽었다. 몇 가지 대목이 기억에 남지만 슬럼프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세상 모든 일들은 점점 속도가 느려지게 되어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뇌는 처음의 속도감을 기억하고 있어서 거기에서 어긋나면 슬럼프라고 해석하는 것 같아요.˝
결론은 적당히 느긋해질 것? 일까...
<<아픔이 길이 되려면>>, 김승섭 지음, 동아시아(2018년 1월 12일~2018년 2월 17일) 별 네개
우리가 겪는 질병이나 재해가 어떻게 사회적 차별과 불평등의 영향하에 존재하고 있는가를 여러 사례를 통해 차분하게 들려준다. 1930년대의 일반적인 해부학 지식은 신장 위에 있는 기관인 부신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비대한 장기라고 파악하고 있었다. 부신은 코르티솔을 분해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만성적인 스트레스가 혈중 코르티솔을 높인다. 코르티솔은 심장병, 고혈압, 당뇨와 같은 만성병 위험을 증가시킨다. 스트레스가 큰 만큼 코르티솔을 분해할 일은 늘어나고 부신은 비대해진다.
저자는 그 시대 해부용 시체로 쓰인 것은 주로 사형당한 죄수나 가난해서 그 당시의 신체의 절단에 대한 금기에도 불구하고 치료비 대신에 시체를 기증할 수 밖에 없었던 이들의 것이었기 때문이라 설명한다. 가난과 고통은 몸을 변형시킨다. 그리고 마음의 병은 곧 몸의 고통으로 연결된다.
불안하고 위험한 노동조건 하에서 일하는 사람들, 재난을 당했으나 사회적으로 치유되지 못한 상처들, 제도를 통해 인정받지 못하는 존재들의 고통을 사회적인 이유와 연결시켜 설명한다. 상담등 개인적인 고통의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치유 방법에 대해 경계하는 기술이 기억에 남는다. 문제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사회적인 원인규명과 설명은 생략하고 개인의 치유를 논할수는 없다.
데이터에 기반해 연구하고 그것을 통해 사회역학이라는 분야를 소개하고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과정을 밟아나갈 것이라는 저자의 이야기와 다짐도 좋았지만, 저자가 삶이나 고통, 상처를 대하는 태도에서 배울 점이 많았다. 담담해 보이는 글투였지만 굉장히 많은 결심과 노력들이 담겨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떤 부분에서 아주 많이 위로 받았는데, 저자의 의도는 그런 위로를 주기 위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나의 고통은 다른 사람들과의 고통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를 고민하는 것이 더 옳은 방향이라 고쳐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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