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위저드 베이커리
장단편 2018/11/19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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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저드 베이커리
- 구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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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0) - 2009-03-27
: 23,587
#구병모 #위저드베이커리 #장단편의책리뷰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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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고 정신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덕분에 리뷰도 오랜만에 쓴다. 일주일에 세 번 리뷰를 쓰는 것. 결심했던 것이 잘 안 지켜지면 슬프지만 원래 계획에서 조금 틀어져도 안 하는 것 보다는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기에 쓰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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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모 작가는 늘 책이 나오는 것만 지켜보았다. 읽어야지 하면서 늘 읽지 못했다. 이제야 시작해보자! 마음을 먹고 이미 나에게 있던 책인 <위저드 베이커리>부터 읽기 시작한다. 최근에 나온 책들도 많지만 이 작가의 시작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차분히 처음부터 읽어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나보다. 아직 책을 읽지도 않았으면서 책을 읽기 전부터 계속 이런 마음이었다. 뭔가 좀 웃기네.
소설의 주인공은 아무도 자신을 주의 깊게 살펴보거나 돌봐주지 않아 끼니를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남자 청소년이다. 우연히 빵을 사러 위저드 베이커리에 들렀다가 이 빵집이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 챈다. “집에 돌아가면 당장 이 사실을 얘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사실 그의 집에는 이야기 할 사람이 없다 “이대로 돌아가 집 현관문을 연다는 것, 그곳에 내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는 일이었다.” 자신에게 관심 없는 아빠와 웬일인지 어긋나서 자신을 미워하게 되는 새엄마, 그리고 더 이상 볼 수 없는 엄마. 그는 돌아가고 싶은 곳이 없고, 어느 날엔가 집을 뛰쳐나와 <위저드 베이커리>가 임시거처가 된다.
<위저드 베이커리>는 겉에서 보기에는 평범한 빵집이지만 실은 그곳은 갖가지 비밀 레시피를 가지고 사람들의 여러 가지 의뢰를 들어주는 곳이다. 누군가 자신을 좋아하게 해달라거나 누군가를 어떻게 해달라거나, 누군가에게 복수를 하고 싶다거나 하는 것들 그런 소원은 ‘위저드 베이커리’의 홈페이지에 비밀 글을 통해 의뢰된다. 사람들은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어떤 것들을 마법을 통해 해결하고 싶어한다.
위저드 베이커리에서는 여러 사람들의 소원을 수리하고 그 결과가 긍정적이기도 하지만 안 좋은 결과를 불러오는 경우도 많다. 그것들마저 어찌할 수는 없다. 사람들을 누군가를 해하고 싶어하기도 하고, 불행에 빠지게 만들고 싶기도 하다. 원한이 깊더라도 누군가를 완전히 없애는 소원은 불가하다 라는 기본적인 원칙을 가지고 있는 곳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과까지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마법사도 그것은 통제할 수 없다. 고전적이지만 수긍하게 되는 역설
가장 고난이도의 소원을 들어주는 과자는 ‘타임 리와인더’이다. 말 그대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과자. 그래서 가격도 아주 비싸다. 위험부담이 크니, 감내하는 것도 커야 한다. 크고 작은 소동들을 겪고 자신들의 정체가 드러날 상황이 되자 그곳을 떠나기로 한 점장이 주인공에게 마지막으로 선물해주는 과자이다. 어느 때로 돌릴 것인지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 아니 애초에 시간을 돌리지 않을수도 있다. 그리고 책에는 두 가지 결말이 나온다. Y의 경우, N의 경우로 나뉘어 쓰여 있다. 시간을 돌렸을 경우와 그렇지 않을 경우.
작가는 마지막 말에서 이 이야기를 ‘선택에 관한 이야기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주인공은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처음으로 자신을 환대해주는 사람들과 만나고 조금쯤 자란다. 자신이 겪고 있는 아픔이 다른 사람들의 아픔과 유사하며 때로는 가볍기도 하다는 것을 깨닫고, 타임 리와인더를 사용할지, 말지 결정하게 된다.
작은 집과 추상적인 밖의 세상만 알던 주인공이 처음으로 세상과 대면하며 겪는 이야기를 담은 성장담이다. 추억의 예능 <인생극장>처럼 선택을 통해 달라지는 두 개의 결말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여전히 흥미롭다. 그런데 우리가 실제로 이렇게 모든 것을 알 수 있다면 그건 과연 좋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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