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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인동시에하나인
  • 아흔일곱 번의 봄여름가을겨울
  • 이옥남
  • 13,500원 (10%750)
  • 2018-08-16
  • : 4,480
#이옥남 #아흔일곱번의봄여름가을겨울 #양철북 #장단편의책리뷰 #리뷰

#애매한언니들 9회에 이야기 했던 책(http://www.podbbang.com/ch/17534?e=22729314)이기도 하다.

아흔일곱해의 봄여름가을겨울을 지내신 할머니의 ‘글자연습’의 결과이다. 분명 글쓰기 임에도 불구하고 이옥남할머니는 자신의 글쓰기를 ‘글자연습’ 정도로 칭하신다. 이 글자 연습은 일기 같기도, 시 같기도, 편지 같기도 하다. 할머니는 1922년에 태어났고 어렸을 때 글을 배웠지만 시부모와 남편이 살아 있을 때에는 글자를 아는 체도 못하고 지냈다. 시부모와 남편이 돌아가고 난 후에야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것이 1987년이었다. 그렇게 30년 동안 쓴 글을 모아서 책을 내게 되었다.

항상 일을 하는 게 익숙한 할머니는 잠만 깨면 밭에 가서 세월을 보내고 이 나이 되도록 이때까지 살아왔다.(p.85) 할머니는 잘 크는 농작물들이 귀엽다. 그렇게 키운 강낭콩이나 나물들을 장에 나가서 팔아 소소하게 돈을 벌어 용돈으로 쓰고, 손자 선물, 아들 딸에게 주고 싶은 것들도 마련한다. 밤에는 <작은책>이나 ‘몽실이 책’도 읽고 심심하니 글도 곧잘 쓴다. 이 글들은 대게 비가 와서 일할 수 없는 날이나 밤에 쓰였다.

시골 생활은 어떨까, 도시의 그것과 다르겠지 생각하지만 시골 생활도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할머니는 사람들에게 상처받고, 혼자 지내는 시간을 택하기도 하고, 마을회관에 가 하루 종일 있으면서도 집에 가서 일을 하는게 더 낫겠다. 라고 생각할 때도 많다. 배려 할 줄 모르는 사람이 싫고 동물들을 괴롭히는 방오달이가 싫다. ‘어떻게 이해성이라고는 없는지(p205)’ 라고 생각한다.

아들 딸과 손자들에게 줄 선물을 마련한다. 보고 싶은 사람들이 눈에 솜솜하다. 대구 지하철 화재가 났을 때에는 없는 돈을 모아 후원을 하고 싶다고 이장을 찾아가기도 한다. 사는 게 사는 거 같겠나 싶고 텔레비전 보면 맨 속상하기만 하다. (p189) 그렇게 하루 하루 차분히 살아가며 ‘하루를 살더라도 의지하고 믿고 살아나가기로 맘먹고 다짐한다(p190)

심심한 짧은 글들의 모음이라고 생각하며 읽었는데, 아니었다. 한 문장에 멈춰서 오랫동안 앞으로 나가지 못한 적도 있었고, 책에 쓰여진 생각들이 오래도록 마음속에 머물기도 했다. 사람과 자연을 대하는 모습, 글을 읽고 쓰는 것을 자신의 생활로 끌어들인 꾸준함, 겸손한 마음과 부지런함. 이옥남 작가님이 더 많은 글을 쓰면 좋겠다. 그리고 아직 읽지 못한 더 많은 여성들의 이야기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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