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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인동시에하나인
  • 식물 저승사자
  • 정수진
  • 12,420원 (10%690)
  • 2018-09-03
  • : 486
애매한 언니들 12회에 방송했던 <식물 저승사자>
(http://www.podbbang.com/ch/17534?e=22746947)

식물과 저승사자라는 단어의 낯선 조합에도 불구하고 단박에 무슨 뜻인지 알아챌 수 있는 신기한 제목이다. 책을 보자마자 무릎을 탁 쳤다. 아마도 공감하는 이들이 많을 것 같다. 나 역시 식물 저승사자가 아닌가? 생각할 때가 있다. 화분을 집에 들이고 식물들에게 애정을 주고 이런 일을 시작한지 사실 얼마 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내가 들인 다섯 개의 화분중에 네 개가 이미 죽은터라 그런 의심을 스스로 하고 있다.

식물이 죽는 것은 동물이 죽는 것만큼 큰 감정의 소용돌이를 일으키지는 않지만 소소하게 속상한 기분이 들곤 한다. 아무래도 식물을 죽이면 스스로 자책하게 된다. 그런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식물 종류가 많은 것은 부담으로 다가왔고, 알 수 없는 식물들의 이름은 혼란스러웠지만 그래도 방송을 만들기로 했으므로 하나씩 하나씩 읽기 시작한다. 책 속에는 챕터별로 식물 소개와 함께 제법 귀여운 일러스트가 함께 있다. 해당하는 식물의 그림도 있고, 책 내용을 다룬 일러스트도 있다.

그림을 봐도 잘 상상이 가지 않는 식물들이 있었다. 이건 대체 무슨 식물일까? 인스타그램에서 검색을 해본다. 하나 같이 예쁜 모습들이다. 어느새 책 읽기에 빠져든다. 워낙 문외한이어서 식물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에까지는 동감할 수 없었지만 책에 나온 식물들에 매력을 느꼈고 정수진 작가가 쓴 글에 매력을 느꼈다. 담담하게 쓰인 것 같지만 왠지 깊은 내공이 깃들어 있는 듯한 문장들, 문장과 문장 사이에 많은 생각의 꾸러미들이 있다는 느낌이 왔다. 기분이 좋다.

저자는 ‘공간 식물성’이라는 식물가게를 염리동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가게를 찾아오는 손님중에 식물에 이름을 붙여주는 것을 좋아하는 이가 있었다며 그 손님의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대목이 나왔다. 식물에 이름 붙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지만, 종류를 모르는 화분을 하나 얻은 후에 이름도 모르는 그 화분에게 낯을 가리다가 결국은 친해지는 그런 내용. 내용과 상관없이 나도 하나 남아 있는 내 화분에 이름을 붙여줘야 하나 싶었다. 이 글을 쓰다보니 더 그런 생각이 든다. 여튼, 이름이 뭐든 그 이름은 비밀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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