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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인동시에하나인
  • 오늘 뭐 먹지?
  • 권여선
  • 12,420원 (10%690)
  • 2018-05-23
  • : 1,778
한여름에 읽기 시작해 가을 한 복판에 이르기까지 조금씩 조금씩 읽어왔다. 책의 구성도 봄, 여름, 가을, 겨울, 환절기 라는 계절의 구성으로 되어 있다. 책에 나오는 음식마다 어찌나 묘사가 찰떡같고 식욕을 자극하는지 읽을 때마다 입에 침이 잔뜩 고이곤 했다. 만두와 샐러드 김밥, 땡초전과 젓갈과 함께 먹는 죽, 누룽지와 명란 달걀찜, 냉잔치국수, 시래기, 냄비 국수와, 무생채, 꼬막조림.... 내가 책을 읽으며 곧 먹어야겠다고 먹고야 말겠노라고 메모해 놓은 음식의 목록이다.

남자 술꾼들과 여자 술꾼들은 내공과 깊이가 다르구나. 읽으며 감탄을 거듭했다. 여자 술꾼의 대표 주자 같은 작가님은 술안주로 먹을 음식들을 준비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인다. 때마다 맛있는 것을 찾고, 쟁여놓고, 먹기 좋게 조리해 냉장고에 정리한다. 그리고 술을 곁들여 음식을 먹고 마신다. 살림을 한다고 하지만 게으름에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나는 작가님의 이런 부지런함을 보며 놀람의 연속이었다. 이것은 그냥 술꾼이 아니다.

오늘 뭐 먹지? 라는 질문으로 시작한 책의 질문은 결국은 오늘 뭐 해 먹지? 라는 질문으로 내 머릿속에서 조금씩 자리 잡아갔다. 집밥이라는 말은 누구에게나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말이지만 작가님은 조용히 “이건 순전히 집밥을 하지는 않고 먹고만 싶어 하는 사람들의 환상이 아닐까 싶다.”고 이야기 한다. “ “오늘 뭐 먹지?”라는 잔잔한 기대가 “오늘 뭐 해 먹지?”로 바뀌는 순간 무거운 의무가 된다.“ 라고 이야기 한다.

음식 이야기라고 쉽게 마음 먹고 시작했는데, 갑자기 뼈 맞은 기분이다. 실은 요즘 들어 엄마가 해준 음식들을 많이 그리워하고 있었다. 엄마 아빠와 데면데면하게 지내고 있는 요즘 하나의 유일한 아쉬움이 있다면 음식이네... 라고 입맛을 다시던 참이다. 하지만 역시나 묵직하게 마지막에 다가왔다. 결국에는 나의 집밥은 이제 온전히 나의 몫이라는 것을 깨달으며 책 읽기는 끝났다. 편하게 먹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서, 결국은 이 모든 것이 어떤 노동의 결과라는 것을 잊고 있었던 것이 조금 부끄럽게 느껴졌던 그런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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