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도둑의 도시 가이드
장단편 2018/10/20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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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둑의 도시 가이드
- 제프 마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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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0) - 2018-06-20
: 377
<도둑의 도시 가이드>는 건축가로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왔던 건축가이자 그것을 이용해 연쇄 공간 범죄를 일삼았던 조지 레오니다스 레슬리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레슬리는 자신이 가진 건축 지식을 공익 증진이 아닌 건물에 침입하는 도둑질을 하는 도구로 사용하였다. 이런 레슬리의 각종 범행들은 도시가 가정했던 도시사회계약에 근본적이고 존재론적인 위협을 가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책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이런 위협의 불가해함이나 놀라움이 아니다. 그 위협 자체가 바로 도시 공간의 핵심이며, 대도시에서 침입절도는 원죄와 같다는 인식이다.
이 책의 저자인 제프 마노는 건축에 대해 꾸준히 취재해온 기자라고 한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의 꼼꼼함과 성실함 호기심 같은 것이 내내 느껴진다. 수많은 도둑과 그 반대쪽에 있는 경찰들을 취재하고 공간 전문가들을 취재한 노력과 “도시에서의 탈출과 탈주 워크숍”이나 열쇠따기 대회인 “록스포츠” 같은 행사들에 참여, 참관하며 얻은 생생한 감각들을 묘사하는 부분들은 인상적이다. 제프 마노는 도둑들을 마치 도시공간을 탐험하는 탐험가들처럼 그린다.
“도둑의 출입구는 현관문이 아니라 그들이 직접 만드는 구멍이다.”라는 책 속의 문장이 보여주듯이 출입구로 들어가고 나오며 건축가의 의도를 따라 움직이는 일반적인 도시인들의 패턴과 도둑들의 움직임은 아주 다른 것이다. 우리들은 도둑들을 막기 위해 자물쇠를 단단히 채우지만 그것은 쓸모 없는 일이다. 도둑들은 문으로 다니지 않기 때문이다.
제프 마노는 건축가의 의도에 순종하는 우리들을 “건축의 노예이자 타인이 설계한 세계-공간의 포로들일 뿐이다.”라고 표현하기까지 한다. 뭔가 조금 억울한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제프 마노가 풀어놓는 도둑들의 이야기는 흥미롭기 그지없다. 벽 뒤에 숨어 있는 도둑들, 땅굴을 파고 은행을 털어가던 도둑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내가 앉아 있는 이 방의 벽 뒤에 있을법한 누군가를 떠올리게 된다. 이 책이 재미없는 우리 도시 사람들에게 선물로 안겨주는 상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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