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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븐독자의 주제넘는 삐딱한 책읽기
  • 오렌지주를 증류하는 사람들
  • 오라시오 키로가
  • 13,500원 (10%750)
  • 2021-09-13
  • : 402
이토록 죽음에 천착할 수 있나 싶지만 작가의 생애를 간략히 살펴보면 그럴만도 했다
총기 오발 사고나 자살로 부모 배우자 친구 심지어 자식들까지 잃어버린 작가는 자신의 암 발병을 진단받고 병원에서 음독 자살로 생을 마감 한다

볼라뇨가 단편 작가로 키로가를 언급해서 아마 이 책을 구입했던 것 같다

아르헨티나 미시오네스 지방을 주 배경으로 각 등장인물들의 개별 이야기가 하나의 단편을 이루기도 한다
남미 특유의 작렬하는 날씨와 밀림이라는 자연적 환경 속에서 서구 문명사회를 생각할 수 없는 어쩌면 방치되고 고립된 인간들에게 죽음은 마치 시계추처럼 기계적으로 다가 온다
슬픔이나 애도의 감정이 자리 잡을 곳 없이 작가는 선명하게 죽음을 써 나간다
독특하다면 독특한 작가이자 작품들이 아닐까 싶었다

참고로 문학동네 판 키로가의 작품집에 공통적이지 않은 작품을 더 접할 수도 있다


죽음. 세월이 흘러가면서 사람들은 몇 년에 걸쳐, 혹은 몇 달, 몇 주, 며칠에 걸친 준비 끝에 어느 날엔가 우리 차례가 와 죽음의 문턱 앞에 서게 되는 것을 수없이 생각하곤 한다. 그것은 숙명적인 법칙이며 받아들여야만 하는 예정된 법칙이다. 우리는 얼마나 많이 그 순간을 즐거운 마음으로 상상하곤 하는가. 모든 순간 중에서도 최고의 순간을, 최후의 숨을 내쉬는 그 순간을.
현실의 삶을 사는 순간부터 마지막 날숨을 내쉴 순간 사이에, 우리는 우리 인생에 대해, 우리 인생의 꿈과 혼란, 희망과 드라마의 그 무엇을 자부할 수 있겠는가! 인간이라는 무대의 종료를 앞에 두고, 여전히 활기로 가득 찬 이 존재가 그 무엇을 간직할 수 있을까! 이것이 죽음에 관한 생각이 주는 위로이자 기쁨이며, 우리가 삶에서 옆길로 새어 죽음에 관한 생각에 빠지는 이유이다. 죽음은 너무나 머니까! 그리고 여전히 살아 가야만 하는 우리 삶은 너무나 예측 불가능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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