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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븐독자의 주제넘는 삐딱한 책읽기
  • 세 글자로 불리는 사람
  • 파스칼 키냐르
  • 15,300원 (10%850)
  • 2023-07-17
  • : 1,427
이 책은 독자와 글읽기에 대한 철학적 에세이라고 하지만 그것과 더불어 서양 고전을 기반으로한 다양한 관련 이야기들이다
비유 가득한 문장들을 읽어나가는 건 때론 고역 그 고역 안에서 빛을 발하는 문장을 만나는 건 그만큼의 기쁨이기도 하다만 어쩌면 겉핥기에 그칠 수밖에 없나 싶다

로마인들이 도둑을 에둘러 표현할때 fur 라고 했다는데 책 읽는 행위를 훔치는 것으로 비유한 것은 타당하게 읽힌다

이 책은 대략 15~16권으로 예상되는 ‘마지막 왕국‘ 시리즈의 11번째 저작물이다 적지 않은 키냐르의 나이를 생각하면 그 시리즈가 다 씌어질 지도 미지수 라는 번역자의 말도 맞고 그리고 국내 완역은 더더욱 미지수로 보인다

제1장
지상 낙원으로의 여행

나는 책을 좋아한다. 책의 세계가 좋다. 어느 책에서나 형성되어 떠오르며 퍼지는 구름 속에 있는 게 좋다. 계속 책을 읽는 게 좋다. 책의 가벼운 무게와 부피가 손바닥에 느껴지면 흥분된다. 책의 침묵 속에서, 시선 아래 펼쳐지는 긴 문장 속에서 늙어가는 게 좋다. 책이란 세상에서 동떨어졌으나 세상에 면한, 그럼에도 전혀 개입할 수 없는 놀라운 기슭이다. 오직 책을 읽는 사람에게만 들리는 고독한 노래이다. 책 외적인 것의 부재, 떠들썩한 소리며 탄식이나 함성의 전적인 부재, 인간의 모음 발성 및 군상에서 최대한의 격리, 그리하여 책은 세상이 출현하기도 전에 이미 시작된 심오한 음악을 허락하여 불러들인다.
9p

내게 바다에 대해 말하지 말라, 뛰어들라.
내게 산에 대해 말하지 말라, 올라가라.
내게 이 책에 대해 말하지 말라, 읽어라, 고개를 심연으로 더 멀리 내밀어 영혼이 사라지게 하라.
24p

나는 혼자 어둡고 고요한 집에 들어갔지. 지금 혼자 죽어가듯이, 책을 읽느라 평생 혼자였던 것 같네.
33

오직 ‘비非독자‘의 눈에만 글자가 살아 있는 생명으로 보이지 않는다
59

문학은 와해된, 가로막힌, 뒤죽박죽인, 침해당한, 신음하는 삶을 그러모아 이야기하는 진짜 삶이다.
59

기이한 무위 속에서 문인은 무한한 무언가에 몰입한다
100

손가락들을 그러모아 움켜 쥔 만년필이라는 조용하고 기이한 배꼽
검은 베이클라이트 재질의 작은 관은 사라진 무엇에서 그것이 부재하는 글자로 옮겨간다
그런 것이 사라진 대상과의 접촉이다
사랑, 침묵, 글은 현실세계에서 접촉을 필요로 한다
102

심지어 죽음으로 몸을 던지는 자 안에도 돌진하는 도약이 있다
123

어느 날 출생으로 침몰하여 다시 지상에 귀속되기
152

밤마다 나는 침묵 속에서 꿈을 꾼다.
새벽마다 나는 침묵 속에서 몽상에 잠긴다.
이것이 나의 위험한 삶이다.
157

자기 ‘dans(안)‘에서 취하기가 생각하기다. 생각은 내포하기다. 내포는 수태하기다. 수태는 존재를 시작하기다. 존재의 시작은 출생하기다. 출생은 시작을 이어가기다. 글쓰기는 시작의 시작을 거듭하기다.
170

한평생을 완전히 책 읽는 데 바치면 위험한 결과가 초래 된다.
유배. 침묵. 은둔. 사직. 이혼. 자살.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외로움. 모든 낮뿐만 아니라 밤도, 모든 꿈도, 심지어 글 쓰는 자의 성생활도, 그의 죽음마저도 연루된다.
189

이 세상에 유령 하나를 남기기는 죽기이다
205

알라딘 최상 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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