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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nzzang님의 서재

꿈꾸는 책들의 도시 1

발터 뫼어스 / 전은경 / 문학동네 / 112쪽

(20.2.27.)

멀리서부터 이미 그 도시의 냄새가 난다. 오래된 책들이 풍기는 냄새, 엄청나게 큰 고서점 문을 활짝 열어젖힌 것 같다. 폭풍이 아는 듯하다. 책먼지로만 이루어진 폭풍. 그곳은 여전히 독서가 진짜 모험인 장소니까. 지금 이 이야기는 당연히 부흐하임. 꿈꾸는 책들의 도시에 대한 것이다.

(P.9)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런 생각이 햇살처럼 머릿속을 관통했다. 별똥별처럼 불꽃을 뿜으며 내게 쏟아져내리고, 쉭쉭 소리내며 뇌피질에서 타올랐다. 정확하고 유일무이한 눈송이의 구조를 연상시키는 수정처럼 완벽한 문장들이었다. 단어는 다이아몬드가, 문장은 완관이 되었다.

나를 전율하게 만드는 냉기가 이 원고에서 흘러나왔다. 그러나 얼음이나 눈 같은 지상의 냉기가 아니라......

장엄하고 영원한 우주의 냉기였다. 원고는 천재적인 문장으로, 시인이 나만을 위해 쓴 것 같은 예언으로 끝났다. 그 문장은 이랬다.

"여기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P.15)

우리는 다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나서 벌어진 일은, 오, 사랑하는 친구들이여, 평생 상상도 못했다! 네벨하임 트럼나팔 악사들은 악기를 연주해 내 뇌를 춤추게 만들었따! 끓는 액체에서 수증기가 빠져나올 때 이런 느낌일 테지!

음악이 된 자는 음향이 된다! 음향이 된 자는 파동이 된다! 그리고 파동으로 존재한다는 게 뭔지 아는 자는, 오, 친구들이여, 우주의 기쁜 비밀에 꽤 가까이 다가간 것이다!

내가 꿈을 꾸는 건가, 아니면 깨어 있나?

화성 표면에 시를 깎는 회오리바람이 보였다. 우리는 낯선 차원을 표류한다. 얼어붙은 시간의 대양을 건넜다. 우리는 모든 상상력을 넘어서는 영역으로 나아갔다. 무중력상태였고, 몸이 없었고, 걱정거리도 없었다. 우리는 우주의 완벽하게 하나가 되었다. 나는 우리가 사랍공원에서 연주에 귀기울이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런데도 우리는 별과 함께 춤을 추었다!

피스토메펠 스마이크가 허풍을 떤 게 아니었다. 음악이 왜 다른 예술보다 훨씬 뛰어난지 나는 드디어 깨달았다. 악기에서 풀려난 음악은 음악 그 자체다. 음악만이 진정으로 자유롭다.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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