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6) 아톰 익스프레스 (2020-04)
아톰 익스프레스
조진호 / 위즈덤하우스 / 396쪽
(2020. 2. 19. - 2. 22.)
<야밤의 공대생 만화> 처럼 재미있게 과학을 소개시켜주는 만화책을 찾다가 알게된 책이다.
저자는 <판타스틱 과학책장>의 저자 중 한 작가였던 조진호 작가님인데
어메이징 그래비티 라는 재미있는 과학 만화책을 찾아 보다가 알게된 책
철학부터 열역학까지, 어메이징 <아톰 익스프레스>
김상욱
나는 <그래비티 익스프레스>를 읽은 후 바로 조진호 작가의 팬이 되었다. 중력 이야기를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에 매혹되었기 때문이다. 철학 압문서로 손색없을 정도의 깊이로 다룬다는 것이 그 책의 매력이었다.《아톰 익스프레스》도 마찬가지다. 작가는 다시 고대 그리스 철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과학책을 철학에서 시작하는 것에는 많은 이점이 있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질문으로부터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원자'란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나?”라는 오래된 질문에 대한 답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논쟁을 들여다보면 이런 질문의 답에 대해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가능성을 보게 된다. 이걸 아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데, 오늘의 과학이 일반인의 눈에 너무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과학은 왜 일반인이 할 만한 질문을 다루지 않는가? 왜냐하면 그에 대한 논의는 이미 다 끝났기 때문이다. 남은 질문은 상식이나 경험으로 접근하기 힘든 것들이다.
원자는 경험으로 쉽게 닿을 수 없는 영역에 있다. 근대의 원지라는 개념을 만드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들은 화학자다. 물리학자는 20세기가 들어서야 원자의 존재를 인정하게 된다. 원자라는 개념을 만들어가는 화학자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이 책을 통해 생생히 그려진다. 플로지스톤이라는 직관적인 개념이 폐기되기까지의 과정을 아는 것은 '열(熱)'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이해하는 데에 큰 도음이 된다. 중고등학교 과학 교과서가 이렇게 쓰여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든다.
화학이라고 하면 소금물의 농도를 떠올리는 사람도 많다 화학빈응에서 생성되는 질량이 어쩌고 저쩌고... 이런 문제를 즐겁게 푸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원자 발견의 역사에서 이런 정량 분석은 문제의 핵심이었다. 숫자를 맞추려는 노력을 통해 원자의 본질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낸다. 오늘날 과학의 많은 문제들은 실험과 이론이 정량적으로 불일치한 것인 경우가 많다. 언제나 하는 말이지만 수학은 자연의 언어다. 작가는 이런 부분도 놓치지 않는다.
원자를 설명하는 이론을 양자역학이라 한다. 이 책에서 양자역학까지 다루지는 않지만 이 책의 종착지는 양자역학의 시작점이다. 양자역학은 전기의 역사에서 시작된다. 원자에 있어 가장 중요한 힘이 전자기력이기 때문이다. 원자들로 이루어진 화합물의 전기분해를 연구하던 패러데이가 전자기유도 현상을 발견한 것은 이 때문이다. 전기에 대한 연구가 우리를 빛에 대한 이해로 이끈 것은 의외의 결과다. 빛을 이해하고, 전기라는 새로운 도구를 얻은 인류는 원자를 이해하는 양자역학의 여정을 떠나게 된다. 원자를 찾는 이 책의 여정에 전기가 포함되어 반갑다.
세상 만물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 자연과학의 모든 질문은 원자로 귀결된다. 조진호 작가의 안내를 따라 모든 질문의 종착지, 원자에 다다르는 과학의 위대한 여정을 떠나보자.
(P.4)
만일 기존의 모든 과학적 지식들을 송두리째 와해시키는 일대 혁명이 일어나서 다음 세대에 물려줄 과학 지식을 단 한 문장으로 요약해야 한다면? 이런 문장일 것이다. "모든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들은 영원히 운동을 계속하는 작은 입자로서 거리가 어느 정도 이쌍 떨어져 있을 때에는 서로 잡아당기고, 외부의 힘에 의해 압축되어 거리가 가까워지면, 서로 밀어낸다."
- 리처드 파인만 -
(P.9)
정량적인 분석으로 물질을 탐구하는 리부아지에의 방법을 어느덧 과학자들이 절대적으로 신뢰하게 되었다. 화학 실험에서 질량과 부피를 정밀하게 측정하고 수치로 기록하는 과정을 과학자들은 필수적으로 거치게 되된 것이다.
원소라는 것은 라부아지에의 말대로 화학적으로 분해하여 더 나올 것이 없는 상태가 된 물질을 뜻한다. 연금술사들의 염원과 달리 한 원소를 다른 원소로 전환시킬 수도 있을 거라는 희망을 더는 품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고체, 액체, 기체가 개별적인 물질이 아니라, 하나의 물질의 세 가지 다른 모습임을 깨달은 것이다. 얼음, 물, 수증기는 하나의 물질이 취하는 세 가지 모습이다. 각각의 모습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은 주변 온도가 얼마나 차고 뜨거운지다. 뜨거울수록 형태는 수증기 같은 기체로 변하고, 차가우면 얼음 같은 고체로 변한다. 그 중간쯤이 액체다.
(P.93)
혼합물과 화합물을 구별해야 한다. 혼합물은 단순히 물질이 섞인 것이다. 여러 물질들이 얼마든지 다양한 비율로 섞일 수 있다. 하지만 화합물은 다른 차원의 섞임이다. 화합물의 구조를 보면 원자들 간의 작은 그룸이 기초를 이루는데, 이 구릅은 원자들 간의 결합이기 때문에 딱 필요한 개수의 원자만을 필요로 할 것이다. 돌터에게 화학반응은 원자의 정체를 드러내는 확실한 증거였다. 돌턴의 원자론은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론이 생각에서만 머물렀던 것과 달리 일정 성분비의 법칙, 배수, 비례의 법칙 같은 화학의 엄연한 실제 현상으로 닻을 내리고 있다.
돌턴은 원자를 이용해 화학의 세계를 만들기로 한다. 첫째, 원소는 원자라는 매우 작은 최종 입자로 구성된다. 둘째, 원자는 크기, 질량이라는 속성을 가지고 있는데, 같은 종류의 원자는 이 속성들이 완벽하게 똑같다. 즉 같은 원소의 원자들의 구별은 의미 없다. 셋째, 원자는 새로 만들어지지도 파괴되지도 않는 불멸의 존재다. 넷째, 화합물을 만들때 다른 종류의 원자들은 정수배로 결합할 수밖에 없다. 다섯째, 화학 변화는 원자들이 결합 또는 분리되면서 배열을 바꾸는 과정이다.
(P.103)
물질은 최소 단위 입자인 원자로 이루어진다. 원소별로 고유한 원자가 존재한다. 이 같은 단순한 가정으로 부터 완성된 것이 화학 체계이며 원소의 원자량은 화학자들이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수치다.
(P.138)
자연을 이해하려면 측정할 수 있는 것에만 관심을 가지면 된다는 겁니다. 측정 결과들 사이에 어떤 관계가 성립하는 지를 궁리하는 것만이 과학자들의 소임 같아요.
(P.175)
전기가 무엇인지는 알 수도, 알 필요도 없다. 분명한 것은 물질을 분해할 수 있는 힘은 전기의 양에 정확히 비례한다는 것이다. 패러데이의 전기분해 규칙 '전극에서 석출되는 화학 물질의 양은 전류의 크기와 시간을 곱한 값에 비례한다.!' 페러데이는 이 같은 규칙이 완벽하게 보편적인 것인지 가능한 많은 용액들을 전기분해해서 확인했다. 용액의 종류, 전극에서 석출되는 물질의 종류는 다를지라도 석출되는 물질의 양은 항상 전류의 양과 비례했다.
자연의 규칙을 한 발견했을 때, 얘기치 않은 추가적인 발견을 기적처럼 마주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석출된 다양한 화학 물질의 질량 수치를 관찰하던 패러데이는 놀라운 발견을 한다. 또 다른 규칙이었다! 동일한 양의 전류로 인해 전극에서 석출되는 물질의 양이 주기율표의 원자량과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패러데이가 전기분해를 통해 낚아챈 두 가지 규칙이다. 첫째, 전기분해에 의해 생성되는 물질의 양은 오로지 흘려준 전기의 양에 비례한다. 전극의 모양, 분해되는 전해질의 양, 전지와 전선의 종류 등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둘째, 전류의 양이 일정할 때 전국에서 석출되는 물질의 질량은 원자량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P.183)
열의 에너지를 한 형태로 인신학 일은 원자의 수수께끼를 푸는 중요한 단서다.
과학의 역사에서 무엇과 다른 무엇이 등가라는 것을 알 때마다, 인류는 인식의 높은 계단 하나를 성큼 올라서곤 했다. 과학적인 의미에서 A와 B가 등가라는 것은 둘이 본질적으로 동일하다는 말이다. 아인슈타인은 가속되는 좌표계에서의 자연법칙이 중력장 안에서의 자연법칙과 동일하다는 등가 원리를 이용해서 일반상대성이론을 완성할 수 있었다. 등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엄청난 진보를 이룩하는 것이었다.
같은 의미로 열은 역학적인 일과 등가라고 말한다. 역학적인 일이란 당구공이 서로 부딪치며 난장판이 되는 상황, 대포알을 하늘로 쏘아 올리는 상황, 무거운 것을 들고 10미터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상황 등등과 어울리는 개념이다. 일의 양을 계산해내는 방법은 뉴턴을 필두로 한 고전 물리학자들이 만들어놓았다. 열도 온도계와 저울 등이 있으면 그 양을 측정할 수 있다. 역학적인 일이 열로 변환된다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열이 일로 변환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과학자들은 열과 일, 둘은 등가라고 말한다. 그런데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건 열과 일이 어째서 서로 등가인가 하는 점이다. 망치로 철판을 두드리면 철판에 열이 생기는 것은 알겠다. 그런데 망치로 두드리는 역학적인 일이 철판의 온도로 올리는 상황과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결되느냐는 것이다. 어쨌든 이제 열과 일을 전혀 다른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에너지는 뭔가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며, 에너지는 화학 변화, 운동, 빛 등 다양한 모습으로 표출된다. 기차의 전진 같은 '일'로, 물이 끓는 것과 같은 '열'로... 에너지가 전환될 때의 형태는 이토록 다양하지만, 에너지의 총량은 변치 않는다.
(P.244)
모든 가설은 역학적으로 잘 정의된 가정으로부터 시작해서, 올바른 수학적 증명을 통해 명백한 결과로 이어져야만 한다. 만약 결과가 충분히 많은 사실들과 부합되면 그런 사실들의 진정한 본질이 모든 면에서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만족해야만 한다.
(P.291)
어쩌면 과학은, 있는 것을 발견하는 동시에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무수한 이론들은 그러한 태도에서 시작되었다.
위험한 발언일지 모르지만, 과학을 움직이는 힘들 중에 분명 상상력이 있다.
그러나 이 상상력은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다. 자신의 생을 바쳐 새로운 세계로 뛰어들고
마침내 그 세계의 원리를 과학적으로 증명해낸 어떤 과학자가 징검다리가 되어주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우리는 원자의 존재가 증명되는 과정을 함께 지나오며 하나의 징검다리를 건너욌다.
우리는 또 하나의 강을 건너왔고 이제 또 이 길을 것이다. 다시 새로운 강 앞에 설 때까지.
(P.3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