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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4) 머니볼 (20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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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볼

마이클 루이스 / 김찬별, 노은아 / 비지니스맵 / 424쪽

(2020.2.9. ~ 2.18.)

예전에 브래드피드 주연의 영화를 재미있게 본 기억은 있는데,

실제 원작이 있었는지는 모르고 있다가

최근에 원작을 알게 되고 작년에 읽어볼려고

몇 번이나 도서관에서 빌렸었는데 결국은 읽지 못하고 반납을 몇번하나

나와 연이 없는 책인가보다 하고 그냥 지나쳐 가고 말았었다.

최근에 스토브리그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세이버매트릭스"와 관련된 내용을 생각하다보니

이 책을 다시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야구에 대한 책이라기 보다는

통계에 대한 책이며 통계를 통해 기존의 기성세대(세력)에 대항한

사람들의 예기이며 그것으로 세상을 바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빅데이터의 무서움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며

이제는 상식이 되어버린 허무맹랑한 주장들의 시작에 관한 이이야기며

새로은 세상을 보는 시각을 제공해주는 책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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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적으로 머니볼은 '저비용 고효율을 추구하는 투자 기술처럼 보인다. 새로운 기록 분석법을 동원한 것이 널리 알려지면서 세이버매트릭스' 라고 불리는 통계학적 방법론이 곧 머니볼인 것처럼 인식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의문을 갖지 않았던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탐구와 그 이면에 깔린 진정성까지 아우른 것이 머니볼의 진짜 모습이다. 빌리 빈 단장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거액의 보너스를 받고 가장 주목받는 신인으로 빅리그에 입성했지만 현실에서는 철저하게 실패하고 은퇴했다. 이후 그는 절대 돈을 목적으로 일하지 않겠다고 말하곤 했다. 삶의 거친 굴곡을 겪은 빌리 빈이 반칙이나 편법 없이 순수한 성취를 위해 진심으로 고민한 결과가 머니볼을 설명하는 가치라고 감히 정의해본다.

2003년 책《머니볼》이 발간되고 이를 원작으로 한 영화도 흥행에 성공하면서 실제 메이저리그의 문화도 그게 바뀌었다. 신인 선수 드래프트부터 선수들의 기록을 분석해 적용하는 일은 일상이 됐다. 4구를 얻는 능력이 값지다는 건 상식이 됐고, 남들이 알아채지 못하는 더 세밀한 무언가를 발견하는 노하우가 없으면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됐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선수를 뽑고 연봉을 주는 구단은 더 이상 없다.《머니볼》에 소개 된 2002년 드래프트의 극적인 선수 선발도 이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됐다. 머니볼의 성공을 모방하는 분위기 속에서 지나칠 정도로 집요하게 기록을 분석하는 것이 미덕인 것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작용과 반작용을 거친 미니볼은 이제 과학 기술의 발전까지 얹어 경기장에서 실시간으로 공의 움직임과 선수의 이동 거리를 측정한 데이터를 분석해 활용하는 수준으로 진화했다.

《머니볼》에 등장하는 구체적인 분석 방법은 시효가 지났을 수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접근은 여전히 유효하다. 머니볼 덕에 숨기진 가치를 인정받은 해티버그와 브래드포드는 향후 수년간 선수 생활을 이어가면서 꽤 높은 연봉까지 받았다. 스펙이 내실을 여전히 압도하는 우리 현실에서《머니볼》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례가 작게는 위안을, 크게는 해답으로 가는 방법을 열어준다 이것이 다시《머니볼》을 읽는, 그리고 그때마다 매력을 낄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P.3)

퓨슨은 폴의 컴퓨터를 한참 노려보았다. 회의가 끝나자마자 퓨슨은 컴퓨터가 마치 자신의 권위에 도전이라도 했다는 듯 불쾌한 말투로 물었다. “그건 어디다 쓰려고 그러나? 컴퓨터 앞에 앉아서 도대체 뭘 하지는 건지 모르겠군.” 그러자 폴은 별일 아니라는듯 대답했다.“ 통계를 보고 있을 뿐입니다. 전부 다 출력해서 보는 것보다는 컴퓨터로 보는 게 더 편하니까요." 폴은 통계 수치를 이용해 아마추어 선수들을 새롭게 분석하고자 했다. 그는 경제학과를 우등으로 졸업했지만, 그의 실제 관심사는 단순한 경제 학보다는 심리학과 경제학의 접점에 있었다. 그는 불합리한 현실에 저항 하는 사람이 새로운 기회를 잡는다는 사실에 매력을 느꼈다. 그래서 대학 전공을 살려 월스트리트의 금융 전문가로 일하며 쉽게 돈을 버는 것보다 야구 선수 뽑는 일에 훨씬 흥미를 느꼈다. 그는 이 바닥에서 일하며 몇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첫째로 선수 출신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들은 자신이 겪은 일을 전형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둘째로 사람들은 최근의 성적을 과도하게 신뢰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성적이 반드시 미래의 성적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셋째로 사람들이 자기 눈으로 직접 보았거나 보았다고 생각하는 사실에도 편견이 작용한다. 자신이 본 것에만 전적으 로 의존할 때 사람들은 환상 속에 갇히게 된다. 반대로 그런 환상을 뚫고 현실을 올바로 본 누군가한테는 돈을 벌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게다가 야구에는 눈으로 직접 볼 수 없는 것도 많다.

(P.41)

빌리는 야구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1990년 오클랜드 메이저리그 팀 관계자들은 빌리가 스프링 트레이닝을 끝낸 뒤 메이저리그 벤치와 트리플A를 오갈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빌리는 다른 결정을 내렸다. 그는 더그아웃을 벗어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구단 프런트를 찾아가 전력분석원으로 일하고 싶다고 했다. 전력분석원이란 앞으로 상대할 팀을 미리 살펴보고 상대팀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하는 사람을 말한다. 빌리는 야구 선수로서 전성기에 들어선 나이에 선수를 그만두고 관전만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당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언제나 경기를 즐긴다고 말했지만 정말 그랬는지는 모르겠어요. 경기 도중 한 번도 편안했던 적이 없었거든요.” 제5의 외야수가 프런트 일을 맡겠다고 나서자 애슬레틱스의 구단 프런트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마치 출세한 정치인이 선거운동을그 만두고 선거사무소 직원이 되겠다고 하거나, 영화배우가 세트장 밖으로 걸어나와 카메라맨이 되겠다고 하는 것만큼이나 비현실적인 상황이었다. 프런트 직원 중 메이저리그 출신은 하나도 없었으며, 그들은 모두 메이저리그 선수를 동경했다. 1년간 메이저리그 유니폼을 입고 뛸 수 있다면 손목이라도, 그게 아니더라도 손가락 몇 개쯤은 기꺼이 포기할 사람들이었다. 누구보다도 당황했던 사람은 애슬레틱스의 단장 샌디 엘더슨이었을 것이다. 어쨌든 그는 빌리를 프런트 직원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그때의 황당함을 이렇게 회상했다. “선수를 그만두고 전력분석원이 되고 싶다고 히는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그를 고용한다고 해도 부담스러울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전력분석원이 하는 일은 별게 아니었으니까요.” 빌리보다 앞서서 크리스 피타로도 부상으로 선수생활을 그만둔 뒤 스 카우터로 일하고 있었다. 빌리는 피타로에게 전화해 자신의 결정을 알렸는데, 그는 쉽사리 믿지 않았다. “시합에 나가면 뭔가에 쫓기는 듯한 기분이 들곤 하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선수생활을 포기히는 사람은 아 무도 없어요. 나도 마찬가지였죠. 난 부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은퇴한 겁니다. 그런데 빌리는 스스로 은퇴를 선택했어요.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죠.” 결국 빌리 빈은 열일곱 살 이후로 줄곧하고 싶었던 말을 마침내 꺼냈다. 그는 야구를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빌리는 부질없이 매달렸던 재능에 대한 미련을 마침내 던져버렸다. 그는 자신의 재능이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열 매를 맺지 못하는 재능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야구는 기술일 수도 있고 요령일 수도 있다. 뭐가 됐든 그는 야구를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그는 수많은 사람의 근거 없는 기대와 꿈에 짓눌리고 성공에 대한 강박관념에 시달렸던 과거에서 이제 벗어나기로 결심한 것이다. 빌리가 신비주의에 둘러싸인 야구를 협오하게 된 것도 당연했다. 그는 곧 야구의 신비주의를 무너뜨릴 무기를 쥐게 될 것이다.

(P.89)

"언제부천가 빌리는 호세 칸세코 같은 훌륭한 선수가 되기보다는 나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품었어요." 1993년 앨더슨은 모든 일에 창조적 열정을 가지고 덤벼드는 빌리의 모습에 감명받아 그를 자신의 보좌관으로 삼았다. 그리고 그에게 저평가된 마이너리그 선수를 찾아오는 임무를 맡기면서 에릭 워커의 소책자를 건네주었다.

빌리는 워커의 소책자를 읽어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그는 그때의 흥분을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할 정도였다고 했다. "나는 이제껏 야구에 대해 객관적인 관점을 보여주는 글을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이 책은 달랐어요. 나 역시 주관적인 사고에 매몰돼 있었지마, 이 책의 내용만큼은 이해할 수 있었어요." 워커의 책은 빌락 품고 있었던 의문을 해소시켜주었다. 외부인의 관점에서 야구를 새롭게 해석한 이 책은 야구인들이 만들어낸 환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여주었다. 빌리 빈 역시 그러한 환상 속에 머물러 지냈던 사람이다.

빌리 빈은 자신이 성공을 원하는지 아니면 진실을 찾고 싶은지 구태여 오랜 시간을 들여 고민하지 않았다. 그런 질문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며 그에겐 진실의 추구가 곧 성공의 열쇠이기도 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그는 똑똑한 사람이었다. 그는 야구의 전통적인 통념에 대해 타고난 회의를 지니고 있었기에 에릭 워커의 소책자가 야구에 관한 급진적이고 합리적인 접근 방식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한 접근 방식은 단장에게 전례 없이 권력을 집중시키는 결과로 나타났다 빌리는 에리 워커가 어디서 나타난 인물인지, 또 그가 쓴 책에 어떤 내용이 더 숨어 있는지 궁금해했다.

엘더슨은 이런 빌리의 모습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말해주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내가 선수로 뛸 때는 그린 방식으로 하지 않았어'라 고 말할 상황에 빌리는 선수 시절의 모든 편견을 떨쳐버리고 새로운 방식에 적응하는 데 성공했어요.”

(P.99)

4년이 지나도록 제임스는 여전히 <야구 개요>를 자비로 출판하고 있었는데, 독지들의 편지가 산더미처럼 쌓였다. 내면의 독백처럼 시작했던 일이 처음에는 수십 명의 지식인이 주고받는 토론으로 발전하더니, 마침 내 바보들은 끼어들 수 없는 일련의 주장으로 거대한 흐름을 형성했다. 철저한 지성으로 무장한 야구 분석가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제임스는 이들의 연구 분야에 '세이버메트릭스sabermetrics' 라는 명칭을 붙였다.-(미국야구연합회 Soceity ofr American Baseball Research_SABR 에서 따온 단어)

편지를 주고받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제임스의 활동은 여러 방면에서 강력한 추진력을 얻었다. 그중 하나는 야구에 대한 분석이 상 호 검토의 형태를 띠게 되었다는 것이다. 1980년대 초반에 이르러 제임스와 달리 통계 이론에 깊은 관심과 이해력을 갖춘 사람들이 통계 작업을 수행했다. 과거에는 야구 연구가 별난 취미에 그쳤다면, 이제는 학문적 원칙에 입각해 일정한 형식을 갖추게 된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좀더 효율적인 도구를 사용해 그만큼 진전을 보였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여기에 참여한 고도의 교육을 받은 과학자와 수학자들은 돈 때문이 아니라 단지 야구가 좋아서 뛰어든 것이었다. 대부분 스포츠를 좋아하는 남성으로, 분석적인 성격을 지닌 이들한테 야구의 새로운 진실을 추구히는 일보다 더 큰즐거움은 없었다. 딕 크레이머는 이러한 즐거움을 "야구는확률론적 사고와 어울리는 연속극이다” 라는 말로표현했다.

(P.123)

1990년대 후반까지도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은 새로운 생각에 여전히 거부반응을 보였다. 마치 외부의 목소리에 이미 면역이라도 된 듯했다. 예를 들어 1999년 1월, 존 헨리라는 이름의 부자가 플로리다 말린스를 사들였다. 대부분의 구단주는 유산 상속자거나 대기업 회장, 아니면 둘 다였다. 하지만 헨리는 새로운 유형의 부자로, 금융시장에서 지능적인 방법으로 돈을 번 인물이었다. 그는 통계분석을 통해 세상사의 비효율성을 파헤칠 수 있음을 직감적으로 깨달았고, 금융시장에서의 비효율성을 이용해 억만장자가 되었다. 그는 야구 선수시장에서도 그와 유사한 비효율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파악했다. 훗날 헨리는 ESPN의 기자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썼다.

금융계와 야구계는 모두 확신과 편견에 따라 움직인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확신과 편견을 모두 없애고 데이터로 대체한다면 화실한 이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주식시장에서 많은 사람은 자신이 남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시장 그 자체는 생각이 없는, 즉 타성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지요. 사람들은 야구에서도 자신이 남보다 똑똑하며, 구장에서 벌어지는 경기 역시 자신의 믿음이나 이미지에 띠라 그대로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시장을 통해 얻어진 실제 데이터이며, 이는 개인의 지각이나 믿음보다 훨씬 가치가 있습니다. 야구에서도 마찬가지지요

(P.134)

빌리 빈은 1997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단장으로 취임할 때까지 빌 제임스의《야구 개요》열두 권을 모두 읽었다. 제임스의 글은 마치 빌리를 향해 성공적인 야구 선수에 대한 잘못된 통념의 희생자라고 말하는 듯 했다. 또한 그는 빌리를 비롯해 용기가 있거나 변화를 원하는 구단주나 단장에게 기존의 통념에 도전한다면 현재보다 훨씬 더 나은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제임스가 《야구 개요》의 집필을 중단한 지 10년이 흘렀지만, 그때까지도 이러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한 구단은 존새하지 않았다. 구단이 잡을수 있는 새로운 기회는 두가지였다. 하나는 야구계 외부에서 제임스와 다른 분석가들이 개발한 지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 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지식을 발전시키고 확장하는 것이었다. 오클랜드 애스레틱스는 이 두 가지를 모두 선택했다.

애스레틱스가 제임스의 생각을 차용했다고 해서 그를 흉내 낸 것이라 고 말할 수는 없다. 엘리아스스포츠뷰로가 《야구 개요》를 표절하려고 했을 때 드러난 것처럼 제임스를 모방하는 일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제임스가 주장하는 요지도 바로 모방자가 되지 말고 스스로 합리적인 방식을 찾자는 것이었다. 즉 기존의 대답이나 쉬운 해결책에 만족하지 말고 가설을 세우고 중거를 찾아 실험해보자는 것이다. 또한 유명한 야구 선수가 진실이라고 말했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을 쉽게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제임스는 이렇게 말했다. “누구든 나를 모방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P.145)

1980년대 초반 미국의 금융시장은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컴퓨터 기술과 지적 진보가 결합하면서 금융선물과 금융옵션이라는 전례 없이 새로운 시장이 열렸다. 옵션과 선물은 주식과 채권의 파생물에 불과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성격이 너무 복잡하고 난해해지는 바람에 월스트리트에서는 별도로 '파생상품'이라는 용어까지 만들어졌다. 새로운 파생상품은 기존의 주식이나 채권과는그 성격이 판이하게 달랐다. 선물과 옵션은 정확히 정량화할 수 있는 일정한 가치를 지닌다. 반면에 주식이나 채권은 그 가치가 정확하게 얼마가 되어야 하는지 누구도 말할 수 없으며, 금융시장의 변동에 따라 가치가 매겨진다. 그러나 주식이나 채권의 파생물을 다시 원래대로 붙여놓으면 원래의 주식이나 채권, 즉 기초자산과 정확하게 같은 가치를 지녀야 한다 만약 파생물이 원래의 주식이나 채권보다 많다면 중권시장은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을 내리게 되고, 중개인들은 파생물만 거래함으로써 큰 이익을 남기게 된다.

그 뒤로 거의 10여 년간에 걸쳐 이 점을 빨리 간파한 사람일수록 사실상 위험부담이 최소화된 상태에서 막대한 수익을 거두었다. 이러한 계산 법을 남들보다 앞서 알아챈 이들은 일반 중권업지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하버드나 스낸퍼드, MIT에서 하던 일을 그만두고 나온 숙련된 수학자와 통계학자 그리고 과학지들이었다. 이처럼 새로운 지식으로 무장한 투자자들이 엄청난 거액을 벌어들이면서 월스트리트의 투자 행태는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즉 직감에 의존하는 대신 정량적 분석을 통해 투자하게 되었다. 파생상품의 탄생이 낳은 경제적 의의는 오랜 기간 리스크에 집착해오던 금융인들한테 좀 더 정확하게 위험을 측정하고 그에 따라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길을 열어놓았다는 점또한 사회적 의의로는 큰 야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비효율성'은 새로운 곧 '기회'로 연결된다는 새로운 인식을 심어준 동시에 똑똑한 '두뇌'가 '돈'을 벌 수 있다는 오랜 진리를 더욱 확고하게 만들어주었다는점을 들 수 있다.​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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