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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예측​

유발 하라리, 재래드 다이아몬드 외 6명

오노 가즈모토 / 정현옥 / 웅진지식하우스 / 232쪽

​(2019. 9. 8. ~ 9. 10.)

이 책은 진화생물학, 역사학, 경제학 등 각 분야에서 활약하는 세계 석학들과 다가올 세상에 관해 나눈 대담을 엮은 것이다. 여러 나라를 오가며 혜안이 있는 거장들을 취재한 결과, 그들이 향후 미래를 결정짓는 요인으로 주목한 것은 '인공지능과 '격차' 였다.

우선 인공지능이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난 2015년에는 구 글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알파고AlphaGo가 최초로 프로 바둑 기사를 무너뜨렸다는 뉴스가 대대적으로 보도되어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빼앗을 뿐 만 아니라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20세기 말에서 21세기 초에는 컴퓨터, 인터넷 등 정보 통신 기술을 동력으로 하는 3차 산업혁명이 일어났다. 그로 인해 사람들, 사물들 사이에 새로운 연결망이 구축되어 토머스 프리드먼의 주장처럼 세계는 '평평'해졌다.

그 뒤를 이을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이 이끌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은 건강과 의료, 주거, 교육, 식생활 등 우리 삶 전반을 송두리째 바꿀 것이다. 또한 일의 형태와 성격에도 큰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3차 산업혁명이 무르익고 4차 산업혁명이 발아하는 과도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2016년에 영국이 유럽연 합EU을 탈퇴한 사건인 일명 '브렉시트' 사태가 보여주듯, 세계화가 심화됨에 따라 격차와 분극화가 발생해 피로감이 고조되고 있는 한편 인공지능이 이끄는 혁명이 막 발흥하기 시작 했으니 말이다.

혁명은 사회를 극적으로 바꾸기도 하고, 기존의 가치관을 무너 뜨리고 새로운 가치관을 세우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 책은 미래의 새로운 가치가 어디를 향하는지 일깨워줄 것이다.

(P.5)

역사를 보는 관점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연대나 지역을 한정해서, 혹은 전쟁이나 혁명 같은 역사적 사건이나 현상 각각에 집중해서 연구하는 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장기적 시계에서 역사를 거시적으로 조망하는 방법이다. 하라리는 후자의 방법 으로 연구하는 역사학자다.

대략 20만 년 전에 출현한 현생 인류, 호모 사피엔스는 다른 인간 종과 달리 어찌 살아남아 문명을 세웠을까? 이 장대한 인류사를 한 분야의 관점으로 접근하기란 쉽지 않다. 하라리가 분야 횡단적 연구 방법을 택한 이유이다.

하라리는 “현실은 하나”라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편의상 자의적으로 현실을 여러 분야로 나눠 다르게 인식한다. 따라서 정말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하라리처럼 역사학뿐 아니라 정치학, 경제학, 생물학, 심리학, 철학 등 전 분야에 걸친 식견이 있어야 한다. 그러한 접근법을 통해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이라는 세 혁명을 축으로 인간 존재의 수수께끼에 답한 것이『사피엔스』다.

(P.14)

허구가 결코 나쁜 건 아닙니다. 기업이나 돈과 같은 허구 없이 인간 사회는 존재할 수 없으니까요. ​

기업은 직원들이 옳다고 믿는 공통의 이야기가 있어야 존속합니다. 돈은 많은 사람이 같은 가치를 믿어야 성립하고요. 이것들이 허구임을 알아버렸다고 해도 우리는 그 가치를 끝까지 믿으려 할 것입니다. 이를 테면, 돈에는 객관적인 가치가 전혀 없습니다. 돈의 가치는 많은 사람이 달러나 엔에 관해 동일한 이야기를 믿고 있다는 사실에서 나옵니다. 거의 모든 경제학자가 그 사실을 알고 있지요.

저는 절대로 이것들은 허구이니 맹신을 멈추자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만약 이런 허구에 대한 믿음을 거둔다면 인간 사회를 지탱하는 시스템 전체가 붕괴하겠지요 그리고 모르는 사람끼리 서로 협력하지 못할 것입니다. 다만 허구가 우리를 위해 기능하도록 해야지 허구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인간은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눈에 보이는 것이 현실인지 아니면 누군가가 만들어낸 이야기인지 구별하는 능력을 잃었습니다. 그 결과 무수한 사람이 국가나 사회, 그리고 신이라는 상상의 산물을 위해 전장에 나가거나 수백만 명을 마구잡이로 학살했습니다. 이런 사태에 이르지 않으려면 우선 눈앞에 보이는 것이 현실인지 허구인지 구별하고, 이를 이용할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현실과 허구를 구별할 수 있을까요?

최선의 방법은 대상으로 삼는 것이 고통을 느끼는지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고통은 세상에서 가장 현실적입니다. 일례로 국가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지요 전쟁에서 패해도 괴로음을 느끼는 주체는 국가가 아니라 국민입니다. 기업도 고통을 느끼지 못합니다. 거액의 손실액이 발생하면 기업이 아니라 그 조직에 속한 경영자 나 사원이 초조해합니다.

국가가 전쟁에 패해서 고통스러워한다는 말은 단순한 은유에 지나지 않습니다. 국가는 감정이 없으니 괴롭지 않을뿐더러 침울해하지도 않습니다. 인간의 상상 속에서 그렇게 묘사될 뿐입니다. 은행이나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조적으로 인간이나 동 물은 살아 있는 존재입니다. 따라서 그들이 느끼는 고통은 은유가 아니라 실제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 자신이 만들어낸 허구에 의해 우리가 고통을 느끼는 일이 어리석게 보입니다. 인간 사회가 잘 작동하려면 허구가 필요하지만, 허구를 도구로 보지 않고 그것을 목적이나 의미로 받아들이는 순간 초래될 고통은 실존하는 우리들의 몫임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P.16)

19세기 말 산업혁명이 일어나 도시를 중심으로 노동자 계급이 새롭게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20세기 정치나 사회는 이 노동자 계급을 중심으로 움직였죠. 한편 21세기에는 인공지능과 생명공학의 발달로 무용 계급이라는 새로운 집단이 등장하리라 전망합 니다.

굳이 '무용'이라는 상당히 도발적인 단어를 사용했지만, 이 들이 개인적으로 가치가 없다거나 가족에게도 무의미한 존재라 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간은 경제나 군사 시스템 전반에서 쓸모가 없어질 것입니다. 왜일까요? 경제적인 면을 먼저 보면 인간이 인공지능이나 로봇보다 뛰어난 성괴를 낼 만한 지식이나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굳이 인간을 고용할 이유가 없는 거죠.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정치적 가치마저 사라질지 모릅니다.

(P.42)

사람은 본래 변화를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10대에는 새로운 것을 비교적 쉽게 배우고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합니다. 그러나 저처럼 40세에 접어들면 학습 능력이 점점 떨어집니다.

기존에는 인생을 두 시기로 나눴습니다. 배우는 시기, 그리고 배운 것을 활용하는 시기로 말이죠 배우는 시기에 자아가 형성되고 교육이 이뤄졌다면, 다음 시기에 사람들은 배운 것을 사용해 먹고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21세기에 통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학습하고 혁신해야 합니다. 물론 40세, 50세에는 이미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고 경력을 쌓고 전문성을 강화한 뒤라서 그 시점에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기란 상당히 버겁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요. 30세를 넘기면 대다수의 사람은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그다지 능숙하지 못합니다. 또 대부분 변회를 좋아하지 않지요. 그러나 이제는 하지 않으 면 안 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P.49)

이처럼 초고령화 사회에서는 고령자를 자원으로 인식하고 어떻게든 활용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이주 중요합니다. 혹시 일본에는 일정 나이가 되면 회사를 그만두어야 하는 정년퇴직 제도가 있나요?

네. 실력이 있건 없건 일정 연령이 되면 퇴직해야 합니다.

그건 굉장히 잔인하군요. 미국에서도 과거에는 정년퇴직 제도가 있었지만, 고용상연령차별금지법의 적용 대상을 40세 이상으로 하고 상한 연령을 폐지한 1986년에 사라졌거든요.

덕분에 저는 앞으로 몇 달만 지나면 81 번째 생일을 맞습니다만 퇴직한 의무는 아직 없습니다, 대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데. 오히려 풍부한 경험을 인정받아 교수로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죠 일본은 세계에서 고령자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입니다. 그러니 정년제라는 시대착오적인 제도는 폐지하고 고령자에게 고용 기회를 확보해주어 인적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방법을 빨리 찾아야 합니다 육체노동에는 부적합할지 모르나 관리자나 고문, 감독 등 고령자의 능력을 살릴 수 있는 일은 많습니다.

(P.67)

슈퍼인텔리전스, 즉 초지능이란 인간의 일반 지능을 능가하는 말한다. 이제 인공지능이 인간 지능을 넘어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고개만 들고 있을 수는 없다. 지금까지 학문의 범주에는 끼지 못했던 '인류의 실존적 위험'을 정면에서 다각 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보스트름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초지능의 등장은 현실적으로 충분히 일어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인류의 운명은 초지능이 도래하면서 크게 바뀔 것이다. 보스로롬은 초지능이 탄생해도 안전하게 운용할 수만 있다면 모든 인간이 혜택을 누린다고 한다. 인공지능은 노동력을 책임지고 인류는 오락 문화에 심취할 수 있는 유토피아가 출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공지능을 인류가 원하는 방향으로 설계한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은 인류가 필연 적으로 직면할지도 모를 최대의 문제, 바로 '인공지능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관해 고민할 때다.

인공지능 연구에서 안전성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보스트롬이 초지능의 출현 가능성을 주장함으로써 널리 인식되었다. 만약 모든 인간의 지적 능력을 결집한 것보다 더 뛰어난 초지능이 출현한다면 인류는 멸망하게 될까?

보스트름이 인류의 실존적 위험에 대해 펼친 냉철하면서도 뜨 거운 논설을 이번 장에 담았다.​

(P.92)

교수님은『100세 인생』에서 2007년에 선진국에서 태어난 아기의 절반이 100세까지 산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100세 시대에 맞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안했습니다. 그 핵심을 짧게 요약해주시면요?

2015년 책을 집필할 당시를 회상하며 중요한 메시지가 무엇이 었는지 자문해보니 두 가지가 떠오르네요. 하나는 3단계의 삶이 끝났다는 것입니다. 인생을 교육-일-은퇴라는 3단계로 설계하는 기존의 발상은 이제 시대에 맞지 않습니다. 풀타임 근무나 정년 퇴직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지고 사람들은 더욱 세분화된 인생 단계에 따라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살게 될 거예요.

둘째는 유형 자산과 무형 자산이라는 두 가지 자산입니다. 3단 계 삶에 비해 미디어에서 덜 소개되었지만, 상당히 중요한 이슈 입니다. 앞으로 주택, 현금, 예금 같은 유형 자산보다는 건강, 동 료에, 변화에의 대응력과 같은 무형 자산이 훨씬 중요해질 거라 고 생각합니다.

평균수명이 짧았던 시대에는 은퇴 후를 대비해 금융 자산을 축 적히는 게 합리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수명이 늘어나면 재산을 모 으기보다, 지금보다 오래 일하기 위한 자산을 축적해두어야 합니다. 그 자산이란 바로 생산 자산, 활력 자산, 변형 자산으로 구성 되는 무형 자산입니다.

(P.116)

우리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위험 부담을 줄이고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늘 변화할 수 있도록 준 비하고 있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삶에서는 교육-일-은퇴라는 3단계만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이 3단계를 거쳤기에 개인은 단계별 변화를 의식 할 필요조차 없었습니다. 그러나 다단계의 삶에서는 변화의 방향 과 정도, 시기를 스스로 조절해 결정해야 합니다. 그때마다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에 대해 고민하고 선택해야겠죠.

그래서 저는 무형 자산의 큰 줄기 중 하나로 평생 자신을 변화 시킬 수 있는 능력, 즉 변형 자산을 꼽았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자 신에 대한 깊은 이해나 변회를 돕는 다양한 네트워크가 변형 자 산에 해당합니다. 앞으로는 변화할 수 있c는 것 자체가 자산아 될 거예요.

중요한 것은 여가 시간을 오락이 아니라 재창조후에 투자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여가는 은퇴 후가 아니라 삶의 모든 단계에 촘촘하게 박혀 있습니다. 그 시간을 학습하는 시간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P.118)

미국의 엘리트들은 사회 불평등에 관심을 갖는 스스로를 자랑스러위하나 정작 계급에 대한 이해는 낮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출발점이 다르다는 점을 생각하지 못합니다. 자신들이 전문직이나 관리직에 있는 이유는 본인이 똑똑하기 때문이라고 믿거든요. 하지만 사실은 다룹니다. 그들이 진정 계급 문제를 이해하려면, 본인이 태어나면서부터 이미 3루에 서 있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자신이 3루타를 쳐서 3루까지 달린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그 곳에 있었괴 따라서 날 때부터 타석에 서보지도 못한 사람에 비하면 홈베이스를 발을 확률이 훨씬 높다는 사실을 말이죠.

(P.175)

세계 최고의 지성이라고 하는 그들과 미래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 모여 이 책이 탄생했다. 그들의 예리한 논리는 같은 방향을 향하기도 하고, 서로 반대 방향을 가리키기도 한다 가령 인공지능이 초래할 사회 변화에 대해 유발 하라리는 '대량의 실업자가 발생한다.'고 우려한 반면 닉 보스트롬은 '인공지능이 모든 것을 대신해주는 이상적인 상황이 실현된다면 인간은 더 많은 여가를 누릴 수 있다.'며 낙관했다 뛰어난 석학들조차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는 이런 어려운 상황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어느 쪽이든 여덟 거장 모두에게서 받은 공통된 인상은, 그칠 줄 모르는 지적 탐구, 과거와 현재에 관한 솔직한 고백, 그리고 대담한 고찰이다. 그들과의 대화는 늘 새로운 발견으로 넘쳐났고 상당히 홍미진진했다. 나와 함께 독자들도 지식의 대양에서 희열 을 만끽한 수 있으면 좋겠다.

보통 우리는 하루하루 눈앞의 일에 쫓기다 보니 미래에 관해 깊이 생각하지 못할 때가 많다. 하지만 앞날에 대한 고민은 인간 만의 권리이자 능력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미래는 불확실하지만, 실제로 미래를 완성해가는 과정이 곧 미래를 위한 사고이며 이 사고로부터 탄생하는 의지 자체가 곧 미래라고 할 수 있다. 독자 여러분이 다가올 미래를 생각할 때 이 책이 작은 길잡이가 되기를 소망한다.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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