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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lf974님의 서재
  • 왕의 공부
  • 김준태
  • 13,500원 (10%750)
  • 2020-11-30
  • : 151

0. 들어가며


가볍게 읽는 책이라 페이지 인용은 생략하였다.


1. 아이와 함께


아기를 키우며 열심히 공부하면 한 가지 단점이, 흐름이 끊긴다. 아기가 잘 있다가도 울기 때문에 달래주어야 한다.


소위 손을 탄 아기라서 아기띠에 메고 살짝 걸어다니면 금방 진정을 하는데, 그 와중에 아기에게도 조금 읽어줄까-그리고 공부하는 스스로를 채찍질하기에 좋지 않을까- 싶어 군립도서관에서 여러 책 중 이 책을 빌렸다.


2. 조선시대는 참 흥미롭다


요새 조선이라는 나라의 운영 방식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어 앞으로도 관련 책을 많이 읽게 될 것 같다.


3. 공부론, 공부방법에 대해서는 유학자들을 따라갈 수 없지 않을까


이 왕의 공부라는 책은 기본적으로 조선 시대 왕이 어떤 공부를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인데, 결국 유학적 기틀 안에서 이루어지는 공부론이기도 하다. 여기서 왕이라는 단어를 자기 자신에게로 바꾼다면 우리 자신에게도 아주 많은 배울 점을 시사한다.


4. 감정, 호오를 드러내지 않아야 하는 이유


(1) 왕은 감정을 제어해야 한다

(2) 좋아하는 것을 절제해야 한다


왕도 인간인지라 사적인 마음이 드는 것 자체는 어쩔 수가 없다. 감정이 나타나는 것도 어쩔 수가 없다. 우리 인간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언제나 분심을 다스려야 한다. 그리고 맑은 눈으로 스스로를 관찰해야 한다. 현재 우리 한국 사회에 분란을 일으키는 모든 문제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결국 사람들이 마음 공부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발생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심호흡 한 번이라도 제대로 한다면 지금처럼 폭력적으로 자신의 이익만을 소리지를 수 없는데, 그것을 배우는 엄격함이 우리 사회에서 저물어버렸다.


우리는 형식적 엄격함, 엄정함을 "꼰대의식"으로 묻어버렸다. 물론 "꼰대"는 있으나, 이 사회는 극단적 치우침 때문에 중(中)을 찾는 미덕을 발휘하여 어떻게 새로운 질서를 창출해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감정과 호오를 절제하라는 윗세대들의 가르침을 여과하여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온고지신이라 했는데, 감정을 발휘하지 말라고 옛날 선비들도 말한 적은 없다. 다만 그 적절한 방식을 찾으라고 했다. 우리는 그 적절한 방식에 대해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5. 성의(誠意;뜻을 성실하게 세우라)의 중요성


우리 사회의 교육은 영혼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의 대안이 없어져 사회 공동체가 방향을 잃은 것과 같은 이치다.


과학적 지식으로서 영혼의 부재를 이야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다. 영혼은 지향성, 방향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나침반이다. 어떻게 살아야 좋은 삶이냐를 자신이 정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따라야 하는 것은, 이 공동체, 이 사회, 이 환경에서 자신의 위치가 어디에 있느냐 그 점찍힌 장소에 대한 분석으로부터 나온다. 나는 이를 푸코가 잘 기술했다고 본다. 그리고 이는 어쩌면 유학자들이 말하는 격물치지의 논리와도 상통하지 않나 싶다.


내가 이러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성의 있게 하기 위해서 우리는 만전을 기해야 하는데, 이때 이 만전을 기해야 하는 것은 행동 아니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성의를 "내가 배운 지식을 절실하게 느끼는 것"이라 하였다. 아무리 좋은 내용을 배웠다 한들, 당최 그것의 실천이 없다면 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과연 옳은 말이다. 그리하여 이 책에서는 경건해야 할 것을 당부한다. 즉, 두려움을 간직하라는 것이다.


왜 두려움을 간직하느냐, 아무리 임금이 높다 한들, 또한 우리 현재 인간들의 인권이 높게 설정되어 우리 모두 스스로를 타인과 같은 위치에 둔다 한들, 이 자연만물 앞에 우리 인간이 보잘것 없음에 대한 상식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우리 인간은 죽음 앞에서, 위기 앞에서, 풍전등화의 존재인데, 그리하여 그 수많은 비극들 앞에 봉착했을 때 같이 똘똘 뭉치기 위하여 다른 이들이 중요한 것인데, 자기 자신만 잘난 줄 알고 까불대니 두려움이 없어서 무슨 일이든 성의 있게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절실하게 해야 하는 것, 나도 절실하게 공부한다. 그리고 매사 두려움의 마음을 갖는다. 항상 낮추어야 할 필요성을 간직하고자 한다.


6. 왕이 공부하는 데 있어서 경연(經筵)의 중요성; 공부할 때 때를 정하고 장소를 정하고 훌륭한 인재들을 가까이 해야 할 필요성


조선시대에서 경연이 이루어진 것은 바로 앞에서 말했듯이, 임금에게 요구되는 학문 수양, 정심(正心)과 성의를 위해서는 끝없는 채찍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왕이 지속되는 공부를 게을리하는 것을 조선시대의 신하들은 경계하였다. 그리하여 경연 활동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신하들은 꼭 간언하는 말을 하였다.


만약 책에서의 이 부분을 짧게 줄여본다면, 공부에서 중요한 것은 격식이라는 말이다.


 때와 장소가 안 정해져 있으면 금방 게을러지고 시간이 분방해진다. 훌륭한 신하들이 옆에 모여 같이 질의응답을 하는 것은,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 가서 열심히 토론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준다.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성찰하고 반성하고 성현의 옛 가르침을 남의 입을 통해 다시 배우는 것- 그것이 바로 참된 공부의 길이었던 것이다.


6. 조선시대에서 찾아볼 수 있는 파레지아(이른바 간언諫言, 솔직한 말하기)가 현대의 지식인들에게 부족한 미덕; 혹은 그 미덕이 자본주의적으로 변질되었을 수도


왕의 주요 자질 중 하나를 이 책에서는 경청이라 이야기하는데, 경청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바로 옳은 말을 해주는 자들이다.


나는 일찍이 석사 논문에서 푸코가 중요하게 다루었던 파레지아라는 그리스 시대의 관습을 통해 민주주의를 고찰하였는데, 비록 조선시대는 당연히 민주정은 아니었으나 왕과 신하 사이에서 옳은 통치 방향성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 바로 이 옳은 말을 듣고 뱉을 수 있는 용기였다는 것은, 푸코 본인도 동서양의 여러 케이스들을 빗대어 인용한 바 있으니 모든 고전에서 왕정을 이야기할 때 중요하게 다룬 미덕이 바로 이 간언과 경청의 자세일 것이다.


나는 이 경청과 간언에 관한 부분을 보며 현재 우리 사회의 소위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이 학계에서 자기들끼리만 속닥거릴 뿐, 대중들에게 일거의 말조차 하지 못하는 것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어떤 점에서는 일리가 있는 것이, 현재의 소위 지식인들, 배운 자들, 지식을 연구하는 자들은 옛날 유학자들과는 마인드셋팅부터 다르다. 그들에게는 "이끌어간다" 혹은 공동체의 더 나음을 위해 "당연히 희생한다"는 정신이 없다. 그들에게는 "대학생들을 가르치고 지식을 연구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일이고, 그 위치에서 더 나아가 간언을 하는 것을 부담스럽게 여긴다.


일면 이해가 간다. 왜냐하면 수많은 대중들의 공격이 따갑고, 그로부터 자신의 위치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옛날 유학자들이라도 용기를 내는 신하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이 책에서도 말하듯, 좋은 군주가 있을 때는 용기를 내는 신하가 많아지지만 연산군과 같은 포악한 군주가 있을 때는 신하들이 모두 간신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왕정이 아니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우리가 지금 일궈낸 사회는 연산군과 같은 포악한 군주가 다스리는 사회와 다를 바가 없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민주주의 사회가 대체 어떤 면에서 왕정보다 낫다는 말인가? 이 질문은 사실 노예의 길을 쓴 (내가 최근 노예의 길을 띄엄띄엄 읽고 있다) 하이에크에게서도 발견되는 질문이다. 그는 민주주의를 부정하진 않는다. (마치 차선을 선택하는 것처럼) 그러나 그는 민주주의가 어떤 절대 지상 목표가 아님을 이야기하는데, 나 역시 비슷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가 지식인들이든 아니면 소위 "이끌어나가는 층"에서 옛날 조선시대 지식인들만큼도 못한 면을 발견한다면, 그리하여 그들이 패배하고 더 이상 사회가 교육을 숭상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다스리고 성찰하지 않는다면, 이 사회가 과연 촌스러운 왕정, 군주정과 무슨 차이가 있을 것인가?


우리는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


술술 읽히는 아주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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