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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중독자의 옹알이
  • 나는 숲속 도서관의 사서입니다
  • 아오키 미아코
  • 15,120원 (10%↓840)
  • 2025-03-14
  • : 1,385

울창한 숲 속 오솔길을 따라 걸어가면

고즈넉한 일본식 가옥이 나타난다.

나라 현 동쪽 히가시요시노무라라는 산촌,

70년쯤 전에 지어진 낡은 집이

한 달에 열흘 정도만 개관하는 숲 속 도서관이 되었다.

오크라 주임(강아지)와 가보스 관장(고양이)이 함께하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인문계 사설 도서관 루차 리브로이다.

직접 가 본 건 아니고,

책 속 사진들과 글을 바탕으로 상상해 본 풍경이다.

​

이 책의 원제목은 <불완전한 사서>.

이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는 아오키 미아코는

과거에 직장생활로 몸과 마음에 이상이 생겼다.

뜻대로 되지 않는 직장 생활, 답답함과 헛도는 느낌, 공허함..

사회의 움직임 속에서

"노동력 제공자로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된 자신에게서 존재의 가치를 찾지 못했고,"(p.35)

자살시도로 이어져 3개월 동안 입원해야 할만큼

큰 부상을 입게 되었다.

이후에도 자발적으로 폐쇄병동에 입원하는 등

마음의 상처가 크게 남았다.

​

"살기 위해 읽는다"고 말하는 저자는,

"저는 정신질환을 앓으며 사설 도서관을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저 자신도 과제를 껴안은 채로 다른 사람의 과제를 도와주고 있는, 문자 그대로 '불완전한 사서'입니다."(p.17)

라고 고백한다.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였지만 결국 도서관을 열어

자신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천천히, 조용히 운영하고 있다.

도서관 이용자들이 이 불완전한 사서를 도와

숲 속 도서관의 따뜻하고 깊은 마음이 조금씩 퍼져나간다.

​

그녀는 책은 창문이라고 말한다.

문처럼 손잡이를 돌리면 곧장 다른 세계로 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창문이 존재하면 지금의 방과는 다른 세계를 느낄 수 있"(p.23)기 때문이다.

​

"창문은 바깥 세계의 부드러운 바람과 강렬한 햇빛, 비에 젖은 흙냄새, 나무와 꽃이 있는 선명한 풍경을 방으로 불러들입니다. 그런 점에서 책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다채로운 풍경과 바람, 그리고 빛을 데려와주는 근사한 창문입니다."(p.23)

​

"누군가가 건네준 책을 펼치면 등 뒤에서 창문이 열리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제가 눈길을 주지 않았던 장소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던 녹슨 창문이 반강제적으로 삐걱삐걱 열리며 바람이 들어오고 방 안이 밝아지는 기분입니다."(p.204)

문을 열고 적극적으로 다른 세계에 발을 들여놓지 않아도,

창문을 통해 바깥 공기를 조심스럽게 느껴보고 다른 세계를 경험하는 것,

상처받은 마음이 바깥 세계와 안전한 거리를 두고 풍경을 바라볼 수도 있지만

때로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창밖 풍경을 감상할 수도 있고

내가 미처 열지 못한 창문을 다른 사람이 열어서 보여줄 수도 있는 일이다.

그래서 이 도서관에서는 장서에 붙여둔 포스트잇을 떼지 않고 대출하고,

오히려 이용자가 도서관의 책장을 채워주는 일도 생긴다.

​

저자는 자신이 읽었던 여러 책들을 소개하며

상처를 치유해 온 생각의 갈피들을 담담히 털어놓는다.

다행히도 상처투성이였던 과거를 돌아보면

어려움과 책이 늘 함께 했다고 말한다.

​

"책장에서 책을 한 권 고르는 것은 신기한 행위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물건을 고르는 경우에는 하나를 집어 들면 나머지는 선택에서 제외되는 셈이지만, 책은 조금 다른 느낌입니다. 책장에서 책 한 권을 고르면 그 책과 관련된 다른 책을 또 읽고 싶어집니다.(...)책이라는 물건 자체가 숙명적으로 횡단성과 연속성을 품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p.75)

"저는 출세하지 않아도 좋으니 다른 사람을 억눌러서 자신의 가치를 느끼거나 난폭하게 상대를 시험해보려고 하는 관계로부터 거리를 좀 두고, 제 나름대로 마음속에 그리는 인간이 되고 싶습니다."(p.178)

​

불완전한 사서로 숲 속, 좋아하는 책으로 가득 채운 공간에서

조용히 마음에 맞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사회에서 받은 상처를 치유하는 삶을 살아간다는 것.

도시에서의 빠른 삶의 속도에 맞추지 않아도,

수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며 가면을 쓰지 않아도 되는 시간들이

부러운 한편, 내가 모를 일본 어느 산촌의 루차 리브로를

방문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언어의 장벽으로 깊은 대화를 나누기는 어려울지라도

다친 마음을 책으로 치유하려 한다는 공통점에서는 공감하지 않을까.

​

이 책에서 저자가 다정한 말씨로 소개하는 좋은 책들이 많은데,

우리나라에서 출간되지 않은 책이 많아서 조금은 아쉽다.


살기 위해 읽다, <나는 숲속 도서관의 사서입.. : 네이버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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