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雖不常勝 而恒上昇
  • 세계화의 시대 4
  • 제리 벤틀리.산자이 수브라마니암.메리 위스너-행크스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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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9-15
  • : 450

 대부분의 국가에서 종교 탄압을 자행한 주체는 국가였다.(p78)... 가톨릭과 식민주의는 같은 말이었다 _<세계화의 시대 4 : 근대 종교와 근대 역사학>, p97


 국가와 종교. <세계화의 시대 4 : 근대 종교와 근대 역사학>의 주제를 고른다면 위와 같을 것이다. 근대 초기 국가로부터 보호를 받으며, 국가(제국)의 이데올로기로서 작용한 종교의 위상에 대한 내용이 본문의 주요 내용이다. 서양에서는 기독교, 중동에서는 이슬람, 동양에서는 유교가 국가 권력과 밀착하여 사회 전반을 규정하고, 근대 국가의 중앙집권제도를 유지하는 아교 역할을 한다. 이런 점에서 종교와 근대 국가를 분리시키기는 어렵다. 


 다만, 종교와 사회의 관계는 동서양이 조금 달랐다. 일신교인 기독교와 이슬람이 진리를 전파하며 외부로 팽창하는 데 주력했다면, 동양에서의 종교는 사회 내부를 결속시키는 데 더 주력했다. 이들의 차이는 분명했다. 일신교의 신앙에서 '믿음'은 자신과 타인을 구별하는 기준이 되었고 사회를 이분화시켰다면, 동양에서 종교는 시대마다 세력의 성쇠는 있을지언정 말살에까지 이르지는 못했다는 점에서 달랐다.


 기독교 선교는 중상주의적 세계 질서 가운데 서로 경쟁하는 유럽 국가들에게 종교적 경쟁을 부추겼다.(p99)... 기독교의 세계적 팽창은 수많은 종교적 및 문화적 문제를 제기했다. 초기 근대 세계 전역의 민족들은 기독교가 선전하는 메시지를 받아들이거나 거부하거나 무관심했다. 그러는 사이 유럽의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 국가에서는 민족학이 만들어져 더욱 정교하게 발전해갔다. 유럽 바깥의 언어, 문화, 정치, 종교 연구는 결국 세계를 이해하는 지식의 기반이 되었다. _<세계화의 시대 4 : 근대 종교와 근대 역사학>, p101


 정부 당국으로부터 승인받은 사원 공동체는 체계적으로 조직화되어 있었고, 이외에도 지역 공동체의 제례 관습은 국가로부터 폭넓게 용인되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벗어나는 "사이비" 종교 전문가와 집단이 대중의 영적 요구에 부응하고 있었다.  이들은 제국의 중앙 정부나 지방 엘리트들의 공격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특정 시기 특정 지역에서는 그 반대 또한 사실이었다. _<세계화의 시대 4 : 근대 종교와 근대 역사학>, p168


 정부의 간섭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검토한 시대 동아시아의 종교는 활기차고 역동적이었다. 종교 기관과 종교인은 언제나 전통에 적응했고, 또한 전통을 바꾸어갔다. 초기 근대의 종교적 경험과 실험은, 19세기 후기 이래의 엄청난 종교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동아시아 종교 현실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_<세계화의 시대 4 : 근대 종교와 근대 역사학>, p202


 그 결과 아메리카, 아프리카의 토속신앙은 기독교와 이슬람에 의해 소멸되지만, 동아시아의 유교, 불교, 무속신앙은 서로 영향을 미치며 일상생활을 함께 구성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차이는 일신교와 그렇지 않은 종교와의 차이에서 오는 것일까? <세계화의 시대 4 : 근대 종교와 근대 역사학>은 한층 더 깊게 들어간다. 책의 저자는 기독교와 유대교 사이의 불안정한 연결로부터 발생한 모순에 주목한다. 신약을 구약의 연장선상에서 파악한 기독교와 유대교의 느슨한 연계(그리고 이 연결은 이슬람-유대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는 정당성 부여를 위해 수많은 해석의 틀을 요구했고, 결과적으로 저자는 역사적 해석에 대한 다양한 관점이 종교와 함께 제국주의의 2대 첨병이 되었음을 말한다. 


 계몽주의 안에서 모순적인 면모가 보이는 이유는, 계몽주의의 뿌리가 기독교에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모순적 성격은 기독교의 독특하고도 지속적인 특성으로, 기독교와 유대교의 관계에서 비롯된 결과였다. 기독교가 유대교 성경을 전용하고 기독교와 이스라엘을 동일시하는 개념은 두 종교의 역사적 관계의 반전을 함축하고 있다.(p293)... 우리가 말하는 모순적 성격의 문제는 기독교의 "본질"이라기보다 오래도록 지속된 역사적 현상이었다. 이와 같은 인식의 도구들은 유럽의 식민지 팽창에 유용한 무기로 사용되었다. _<세계화의 시대 4 : 근대 종교와 근대 역사학>, p294


 케임브리지 세계사 중 기원후 1400-1800년을 다룬 <세계화의 시대> 시리즈 중 <세계화의 시대 4 : 근대 종교와 근대 역사학>의 분량이 가장 적은 편이지만, 이 시기를 다룬 다른 분야를 묶는 분야라는 점에서 중요성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리고, 이에 대한 신선한 관점은 독자들에게 또다른 지적 즐거움을 준다는 점에 이 책을 읽는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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