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雖不常勝 而恒上昇
  •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
  • 카를로 로벨리
  • 16,200원 (10%900)
  • 2023-12-01
  • : 10,819

 우리가 발견한 바에 따르면, 실재는 상호작용의 그물망을 짜는 사건들로 가장 잘 묘사될 수 있습니다. '개체'는 이 그물망의 일시적인 매듭에 불과합니다. 개체의 속성은 이러한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순간에만 결정되며, 다른 것들과의 관계 속에서만 결정됩니다. 사물은 다른 사물 속에 비친 것일 뿐입니다. 모든 시각은 부분적입니다. _ 카를로 로벨리,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 p119/140


 실재(實在)란 무엇일까, 카를로 로벨리는 이 책에서 양자론을 통해 이 물음에 답한다. 이를 위해 양자의 중첩, 얽힘, 불확정성, 불연속성 등 어려운 양자 이론이 동원되지만, 카를로 로벨리의 손길을 통해 어려운 물리 이론은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 철학으로 유비(Analogia)되어 편안하게 이해된다.


 로벨리는 '실재'를 상호작용의 결과로 설명한다. 두 개체 사이의 상호작용 뿐 아니라 관찰자와의 관계 속에서 사건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인간의 윤리적 문제(예: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스피노자가 말한 '영원한 상 아래에서' 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망하는 태도와 유사하다.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우리의 세계관을 업데이트하고 개선하는 과정, 즉 현실과 정신적 지도의 불일치를 수정해 나가는 것이 로벨리가 말하는 양자론적 사고방식이 아닐까?


 우리는 현실에 대한 우리의 정신적 지도, 개념적 구조를 업데이트하고 개선합니다. 우리가 가진 생각과 우리가 현실에서 얻은 것 사이의 불일치에 대처하기 위해, 그리하여 현실을 더욱더 잘 읽어내려고 하는 것이죠. 때로 그것은 몇 가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는 작은 일일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우리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세계상을 업데이트합니다. 현실에 대해 생각하는 새로운 지도를, 세계를 조금 더 잛 보여줄 수 있는 지도를 찾아냅니다. 이것이 바로 양자론입니다. _ 카를로 로벨리,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 p118/140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 카를로 로벨리는 양자론이 물리 이론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틀이 될 수 있음을 독자들에게 알려준다. 마치 한 개의 드론으로는 극히 제한적인 역할만 가능하지만, 수많은 드론이 모여 군집을 이룰 때 전혀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로벨리의 양자적 해석은 개별 존재가 아닌 상호작용의 총합을 통해 세상의 실재를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드론 하나하나의 움직임은 의미 없지만, 군집을 이룰 때 비로소 의미 있는 패턴이 드러나듯, 개별 '개체'의 속성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이라는 관계 속에서 비로소 형성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이런 면에서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은 나 자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우리가 삶을 통해 성장하고 배워가며 나의 세계관이 확장되는 것처럼, '나'라는 존재 역시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끊임없는 상호작용 속에서 계속해서 정의되고 변화하는 과정의 일부가 아닐까?

얽힌 상태에 있는 두 대상 간의 원격 소통처럼 보이는 현상을 모순처럼 생각하게 된 것은, 상관관계가 현실이 되려면 두 대상과 상호작용하는 제3의 대상이 존재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었기 때문입니다. 나타나는 모든 것은 어떤 것에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잊었던 것이죠. 두 대상 사이의 상관관계도 두 대상의 속성입니다. 이는 모든 속성과 마찬가지로, 또 다른 제3의 대상과의 관계 속에서만 존재합니다. 얽힘은 둘이 추는 춤이 아니라, 셋이 추는 춤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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