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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의에게 들려주는 책 이야기
  •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 카를로 로벨리
  • 14,400원 (10%800)
  • 2019-06-10
  • : 16,170

 인간 지각 능력의 한계를 넘어서는 우주 본래의 원초적 시간에는 순서나 질서,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흐름이 없다. 시간은 단지 물질들이 만들어내는 사건들 간의 관계, 좀 더 엄밀히 말해 이 관계들의 동적인 구조에 나타나는 양상이다. 그래서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다. _ 카를로 로벨리,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 p79/96


 카를로 로벨리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시간의 흐름을 부정하며, 우주 본래의 시간은 순서나 질서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시간을 물질들이 만들어내는 사건들 간의 관계, 즉 이 관계들의 동적인 구조에 나타나는 양상으로 정의하며, 이러한 관점에서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이러한 주장의 바탕에는 루프 양자 중력 모델이 자리한다. 이 이론에서 공간(space)은 프랑크 스케일의 '공간원자'들이 만들어내는 불연속적 구조로, 시간(time)은 스핀 네트워크(양자 중력 이론에서 시공간의 기하학적 구조를 나타내는 수학적 개념)의 양자 상태들이 서로 관계를 맺고 변화하며 발생하는 사건(events)들의 순서와 관계를 통해 출현하는 현상으로 정의된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에서 카를로 로벨리는 루프 양자 중력 모델이라는 최신 물리학 이론에 근거한 자신의 생각을 차분하고 상세하게 풀어나간다. 독자들을 배려한 저자의 친절한 설명은 물리학의 난해한 개념들을 짚으며 이해시켜 주지만, 이론의 생소함마저 없애지는 못한다.  


 공간이 공간원자들의 구조인 것처럼, 에너지(헤밀토리언 연산자)에 의해 발생하는 변화가 시간이라는 저자의 주장은 시공간이라는 배경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낯설게 다가온다. 분리된 시공간 안의 물리적 힘과 작용의 틀에서 벗어나, 모든 것이 연결된 원자들의 구조와 변화로 설명하는 루프 양자 중력 이론은 마치 지구 중심의 천동설이 받아들여지는 시대에 지동설을 접한 충격처럼 느껴진다는 점에서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는 쉽게 읽히는 어려운 책이라 생각된다.


 열 분자들의 격렬한 혼합 과정을 보면, 변화할 수 있는 모든 변수가 실제로 계속해서 달라진다. 그러나 하나는 달라지지 않는다. 바로 고립계 자체의 총 에너지다. 에너지와 시간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에너지와 시간은 위치와 운동량, 회전 방향과 각 운동량처럼 물리학자들이 '켤레'라 부르는 독특한 물리량의 쌍을 형성한다. _ 카를로 로벨리,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 p53/96


 아직 증명되지 않았고, 여러 가설 중 하나인 루프 양자 중력 이론을 일반 독자들이 온전하게 이해하기는 무리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세상을 물질과 힘의 분리된 배경이 아닌, 상호작용하는 원자들의 구조와 변화로 바라볼 수 있다면, 이는 과학적 지식을 넘어선 깊은 인문학적 통찰을 제공하는 의미 있는 독서 경험이 될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코페르니쿠스적 전회(轉回)이며, 저자가 전하고자 했던 바가 아닐까하는 질문을 던지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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