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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보자, 날마다 반짝반짝
  • 셰이커
  • 이희영
  • 13,500원 (10%750)
  • 2024-05-08
  • : 8,780

이희영 작가님 신작이 나왔어요.

<셰이커>입니다.


<셰이커>는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소설인데요.

타임슬립은 이제 너무 흔해서.... 너무 뻔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잠깐 하긴 했어요.


그리고 책 내용 소개를 보니,

주인공의 현재 애인은 과거에 사고로 죽은 친구의 여자친구.

타임슬립하여 친구를 구하면 현재의 애인은 친구의 애인이 될 거고.

'친구를 구할 것이냐 애인을 지킬 것이냐'의 선택인 거 같더라고요?


아니, 작가님! 

설정이 너무 매운맛 아니에요???? 


​이 기막힌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지 정말 너무 궁금했어요.


주인공 나우는 곧 애인에게 프로포즈를 할 계획이었는데 그 얘기를 들은 친구 중 한 명이 주인공에게 지금 애인 얼굴 보면 죽은 친구 생각 안 나냐며, 도의적으로 옳지 않다고 비난해요. 지금 애인 하제는 아주 어린시절부터 형제처럼 지냈던 친구 이내의 여자친구였거든요. 그 말을 들은 주인공은 기분도 상하고 고민에 빠져 우연히 들른 칵테일바에서 칵테일을 마시고 과거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다섯 번의 시간 여행.


목차에는 없었는데, 챕터마다 실린 부제목이 참 아련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었어요.


서른둘 - 네가 사라지고 13년의 시간

열아홉 - 여전히 네가 존재하는 시간

열다섯 - 너와 그리고 네가 처음 만난 시간

스물 - 네가 떠나고 너만 남은 시간

열아홉 - 너와 내가 다시 만난 그 시간

서른둘 - 너를 기억하는 우리의 시간


서른둘은 현재의 나이인데 시간 여행 전에는 '네가 사라지고 13년의 시간'이고 시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후의 현재는 '너를 기억하는 우리의 시간'이에요.


완전히 다르죠?


시간 여행을 통해 나우가 깨달은 건 무엇이었을까요.


책을 읽으면서 저도 나우의 시간 여행을 따라가며 같은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신비한 바텐더가 나우에게 했던 말처럼

저는 '이미 지나간 날들을 아쉬워하며 묶여 있거나,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두려워하며 걱정하거나' 혹은 그 둘을 모두 하면서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두려워하며 살(141p.)'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나우의 이름에 힌트가 있었죠. 중요한 건 now, 지금이에요.


이미 지난 일은 아무리 바꾸고 싶어도 바꿀 수 없다는 단순한 진리.


사람들은 후회가 너무 많아 과거를 바꾸고 싶은 마음에 '타임슬립'이라는 소재를 상상한 것 같은데, 작가님은 그럼에도 이미 지난 일은 바꿀 수 없다고 뒤통수를 치시네요.


"돌아갈 수 있다고 모든 것을 다 바꿀 수 있을까요? 어제는 오늘의 과거입니다. 내일의 과거는 오늘이지요. 내일은 그다음 날의 과거가 됩니다. 우리는 늘 과거에 살고 있습니다. 오늘은 내일의 과거이니, 오늘 뭔가를 한다면 내일이 바뀌지 않을까요? 과거는 돌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매일매일 살고 있을 뿐입니다. 하루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침은 오후가 되는 즉시 과거가 되고, 오후는 밤이 되는 순간 과거가 되니까요. 우린 과거에 살지만, 정작 그 과거를 바꿀 생각은 전혀 하지 않습니다."

<셰이커> 123쪽


과거를 바꾸는 방법은 타임슬립이 아니라 오늘을 열심히 사는 것이라고,

곧 과거가 될 오늘을 바꾸면 과거를 바꾸는 것이 될 테고 그럼 미래가 바뀔 거라고...


​바꿀 수 없는 과거에 얽매여 살지 말고 바꿀 수 있는 미래를 바꾸는 방법을 택하는 게 현명하겠죠.


저에게 꼭 필요한 말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나우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고 싶어 했던 존재.

어우... 후반부에 "나 내일 못 가게 하려고 온 거 아니야?" 대사 깜짝 놀랐어요.


​너는 계획이 다 있었구나.....ㅠㅜ


​감동...ㅠㅜ


이런 좋은 친구가 있다는 것은 나우도 좋은 사람이라는 거겠죠.

좋은 사람의 여자친구였고 애인인 하제도요.

나우와 하제는 과거보다 지금보다 더 잘 살 거예요.


​너무도 당연해서 있고 있던 소중한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하이틴 영화 같은 밝고 싱그럽고 풋풋한 소설이에요.


책을 다 읽고 보니 초록초록 표지가 딱 어울리네요.


후회와 두려움으로 현재를 한심하게 살고 있는 (저 같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82쪽 인생에서 뒤늦은 ‘if’는 의미 없는 상상에 불과했다. 그 길로 갔더라면, 그 선택을 했더라면, 그 사람을 만나고, 아니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 모든 지나간 if는 삶에 아무 의미가 없었다.


​97쪽 평생을 오직 한 사람으로 살아간다고 믿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수많은 '나'들이 찰나에 존재했다. 덧없이 사라지고 다시 존재함을 반복하는 것뿐이었다. 탈피하고 그 껍질을 버리는 갑각류처럼, 인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셰이커 #이희영 #이희영_셰이커 #래빗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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