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활발한 마음
  • 이제야 보이네
  • 김창완
  • 17,100원 (10%950)
  • 2025-03-19
  • : 4,528

밥 딜런처럼 한국의 가수가 노벨문학상을 받는다면 나는 김창완이 그 주인공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문장이 과거형으로 끝나는 이유는 이 생각이 오래된 것이기 때문이다. 

김창완이라고 부르지만 알고 보니 그는 우리 엄마와 한 살 차이가 나는 어머니 시대의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나의 이십대를 함께 한 가수였다. 첫 사랑이 끝날 무렵 사무쳤던 '회상'이나 '너의 의미', 스무 살 노래방에서 부르곤 하던 '나 어떡해', 태구 오빠가 알려줘 백 번도 넘게 듣고 그가 세상을 떠난 뒤 힘들 때면 눈물 흘리며 들었던 '무지개'까지 그의 노래는 나의 이십 대에서 삼십 대까지 질풍노도의 주제가들이었다. 

책을 더는 사지 말자고 결심했던 무렵 그의 책을 알라딘 메인페이지에서 보고 주저하다가 그래도 김창완이니까 하고 샀으나 다 읽지는 못했다. 그러던 차 친구로부터 김창완밴드 콘서트가 열린다는 정보를 듣고 콘서트에 가기 전 다시 책을 빼들었다. 마침 그는 콘서트 중 책에 있는 '내 노래'라는 시를 읊어주기도 했다. 

오랜만에 공연에 다녀온 셈이다. 가끔 클래식 공연을 가긴 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부르는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는 콘서트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2-30대가 된 듯 방방 뛰며 노래를 따라 부르고 실제 목소리로 들었던 내가 좋아하던 그 많은 노래들, 70이 넘은 그가 부르는, 20대에 썼다는 '청춘'은 또 얼마나 마음을 후벼파던지.


좋았던 구절들을 적다 보니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이런 노래들을 부를 수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절을 살아갈 뿐이나 흘러가버린 시간에는 경의를, 서랍 하나 장만해 통증은 넣어두고 어느 날 꺼내보면 추억이 되어 향기가 서리고 별이 되어 빛나고 있으니...

그의 음악을 들었던 날은 삶이 문득 다시 선물처럼 생생해졌었다. 삶을 다시 자신에게 선물하라는 그의 주문처럼.


2026년 3월 18일 수요일


삶이 들려주는 대답은 그 의미가 단 한 번으로 완결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때로 지금까지 해온 일들에 사로잡히기보다 흘려보낼 때, 그때 인생이 알려주는 것들이 있을지도 몰라요.
- P9
뭔가를 꼭 하고 있어야 주인공이 되는 게 아닙니다. 인생은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게 아니니까요. 모두 나에게 돌아올 뿐입니다.- P10
그저 흘러가 버린 모든 시간을 향해 경의를 표하기로 해요.
- P10
삶을 다시 자신에게 선물하세요.- P11
우리는 그저 그 시절을 살아갈 뿐이라고요.- P23
억지로 지우려 드는 대신 통증을 껴안을 수 있는 내성을 기르는 것도 방법이에요.- P24
통증이 마음을 너무 어지럽히면 서랍이라도 하나 장만해서 넣어두시면 좋겠어요.- P24
이별, 괴로움, 심지어 상실이 삶을 완전하게 만들어준다는 걸 깨달았어요. 완벽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그런 마침표 같은 역할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 괴로움도 아픔도 없애려 하지 말고 다 담아두세요. 이것도 내 건데, 그리고 나중에 보면요, 거기서 심지어 향기도 나요.- P25
그래서 사람들은 언젠가 이 순간으로 돌아오고 싶어 할 거라고 기대하는 순간을 사진으로 남겨두려 한다. - P93
너도 이름을 얻기 전부터 이 세상에 있었던 것처럼 이름을 얻기 전의 나무와 이름을 얻기 전의 하늘, 이름을 얻기 전의 어둠과 밝음을 보아야 한다. 달팽이가 부르는 노래는 제목이 없다. 되도록 그런 노래를 불러라.- P97
사실 아이들이 하는 말의 대부분이 거짓말이다. 다만 그것이 악의에 차 있지 않을 뿐이다.- P197
아이들은 어른들의 본질적인 거짓말을 흉내 내고 어른들은 아이들의 거역할 수 없는 진실성을 흉내 낸다. - P198
누렁이는 할멈을, 할멈은 나를, 나는 누렁이의 목숨을 지켜주었다. 혼자서 붙어 있는 목숨은 없었다. 겨울은 곧잘 그런 계절이었다.
- P247
할멈이 허공에 흩어져 버렸다. 누렁이 짖는 소리가 메아리 없이 사라질 때 세상에 경계가 없는 걸 알았다. 이 세상과 저 세상은 한 세상이다. (중략) 갑자기 온 세상이 빈 개밥그릇 같았다.- P248
별빛은 먼저 떠난 모든 이의 오늘의 안부. 이 땅의 모든 생명은 저 땅의 별이다. 올라가 별이 되고 떨어져 내려와 다시 별이 된다. 할멈이 간 곳을 이내 찾았다. 할멈이 간 곳은 내 여섯 살의 봄날이다. 오늘도 별이 빛난다.- P249
무언가가 인생의 발목을 잡을 때는 삶을 돌아보라는 의미인지도 모를 일이구나 싶었습니다. - P253
이제와 돌아보니 지나온 길도 숲이고 앞으로도 온통 숲입니다.- P253
노래에도 주름살이 파인 것 같습니다. 노래 한 자락이 고마워 노래를 부르고 또 부릅니다. 하면 할수록 조금은 더 알게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은 것이 예술인지도, 인생인지도….
- P253
관객의 가슴에 날아가 앉는 줄만 알았던 노래들이 저에게로 돌아오는 나비였다니….- P257
생명이 깃든 장소로 지어진 집이야말로 아름다운 집이다.- P264
아직도 내게 삶은 제목 없는 노래다. 언제 제목을 지을지…. 언제 간판을 달지….- P280
사라지는 어떤 것도 설명하는 법이 없다.
지고의 표현인 사라짐은 언제나 홀연할 뿐이다.
- P293
춤은 중력의 불꽃이다. 건축물은 얼어붙은 불꽃이다.- P298
누에가 명주로 집을 짓고, 까치가 나뭇가지로 집을 짓는다면, 사람들은 추억으로 집을 짓는다. - P320
추억은 향기일 뿐이라서, 꽃이 피기 전에는 맡을 수 없다.- P320
감사는 만물에 보내는 나의 갈채입니다.- P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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