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라는 것은
삶의 후미진 데를 파고드는 악취미
모든 삶은 실은 후미진 데가 있나
지나치곤 하지만 실은 지나쳐지지 않는
틈새
그 틈새라는 게 원래 사람한테는 있기도 하다고
만나서 살다 보면 그렇기도 하다고
회사에서 만나는 멀쩡한 사람들도 실은 후미진 데를 안고 살고 있는 거라고
불가해한
세상의 표정들
하지만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도 어떤 것은 아주 없음이 되는 게 아니라 있지 않음의 상태로 잠겨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 남았다. -p.42
내게 있지 않음인 이들을 떠올려본다
없음이 아니라 있지 않음
또한 잊지도 않음
그러니까 한 시절을 함께 견디며
어떤 형용사로도 맞지 않게
지내던 그들
그들이 있다가
있지 않음이 되기까지
헛되지는 않았다고
후회하거나 미워하거나
하지 않게 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이제
어느 시간 동안 같은 방향으로 걷고 있었노라고
아마도
함께 참 많은 거리를 헤매고 다니기도 했던
같은 방향으로 가다가 결국 제 길로 가야해 서로 갈 길을 가게 될 때까지
모든 사랑은 다 제각각이라
어떤 식으로도 규정될 수 없으므로
그러니까 모든 사랑이 그리워지는
글들이었다.
2016년 10월 16일
일요일
하지만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도 어떤 것은 아주 없음이 되는 게 아니라 있지 않음의 상태로 잠겨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 남았다.- P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