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햇살가득의 서재
  • 화성과 나
  • 배명훈
  • 14,220원 (10%790)
  • 2023-11-14
  • : 3,016

한국 사람이 쓴 소설에는 밥 얘기가 빠지지 않고 나온다.

쌀 문화권이어서일까?

아니면 밥 먹었니?를 안부로 하는 사람들이어서일까.

래빗홀클럽 2기로 먼저 읽은 <김조안과 함께하려면>에서 김조안은 육상대회 전국 2등이며 지역 대회 4강에 오른 배구선수였다.

무슨 외국 기관이 선정한 "미래를 이끌어 갈 젊은 수학 영재 7인"중 하나이기도 해서.

​그러나 풍작을 축하하는 화성 농부로

"이 깻잎 맛은 정말 기가 막힌데,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까요?"

배명훈-화성과 나 68쪽

또, 읽으면서 <붉은 행성의 방식>에서 광물학자가 "샐러리를 들여온다잖아요. 깻잎 대신." 21쪽

이라고 말하는 것이 이해되었다.

한국인은 샐러리 아니라 깻잎을 먹으니.

필사를 하면서 화성에 살지 않아서 그런지 내 안의 한국인의 자아가 끄덕거리는 것을 여러번 발견할 수 있었는데.

<위대한 밥도둑>에서 유유송이 이사이에게 간장게장은 새우장과 카테고리가 다르다며 잊으라고 말하는 것.

간장게장을 먹고 싶은 이사이가 미래식량자원 구성위원회의 위원장에게 하는 말.

간장게장을 평생에 걸쳐 잘 먹어보지 않았던 이사이 같은 입장이라 더 그랬는지 모른다.

그래서 122쪽의 이 문장에 너무나 웃고 마는 것이다.

화성에서 재배한 깻잎을 맛보던 순간을 떠올리며 이사이는 깻잎 한 장처럼 대답해야지, 라고 생각했다.

"밥도둑이에요."

​<행성봉쇄령>의 나나도 그렇다.

나나는 한가하게 쉬고 있는 승무원들 뒤로 다가가 카흑 하고 목덜미를 무는 시늉을 했다. 그러면서 바삭한 깻잎튀김을 베어 무는 상상을 했다. 깻잎 맛이 나는 우주선 승무원들. 166쪽.

많은 식재료 중에 깻잎튀김을 써서 기억하고 있는 맛을 느끼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난아가 그린 벽화가 사이클러에 온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는 순간이라던가.

그리고 <행성탈출속도>로 가면 박사학위릉 2개씩 가진 사람들의 자녀인 주인공의 이야기가 나온다.

수학이 익숙해서 4살짜리 아이도 수학 공식을 쓰고 아이들의 장난도 수학이지만.

우주가 언어로 이루어져 있다면 지구는 아주 느린 단어로 채워져 있는 게 분명했다.

배명훈-화성과 나.206쪽

같은 문장으로 소설 속 여기가 지구가 아니라 화성임을 알려주는데.

그건 <김조안과 함께하려면>으로 지구와 화성의 시차가 얼마나 나는지 읽어 알았기 때문에 익숙하지만 아쉽다.

그래서 뭐든지 숫자로 이루어진 화성의 주소 체계가 언어로 이루어지기 시작할 때.

그 언어를 채라가 이야기할 때 웃음이 마치 곁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의 사랑 레드벨트>에 이르면 화성을 너무 사랑하는, 탐관오리가 되기로 결심한 정반음이 너무 사랑스러운 것이다.

그리고 깻잎은 빠질 수가 없어서

265쪽 마지막 문단엔 '이 깻잎만 한 사발인 깻잎샐러드는 누가 무슨 의도로 고안한 괴식일까?'하며 새로 생긴 펍에 앉아 고민한다.

책 제목이 <화성과 나>일수밖에 없었던 배명훈 연작소설집 <화성과 나>.

몇년전 출간된 소설집 <예술과 중력가속도>는 ‘식사 시간을 피해서 읽을 것’이라는 주의사항이 있다.

이 책은... 식사 시간을 피해서 읽을 필요는 없지만 밤에 읽지 말라는 주의사항을 전하고 싶다.

당신이 한국인이라면 아마 간장게장과 깻잎을 좋아할테고, 밥도둑이 뭔지 잘 알테니까.

식량이 아니라 음식을 먹는 화성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한다.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