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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가득의 서재
  • 부처스 크로싱
  • 존 윌리엄스
  • 15,120원 (10%840)
  • 2023-08-18
  • : 9,842

그들은 최상급 물소 가죽을 들고 돌아가야 한다. 부처스 크로싱으로. 부처스 크로싱 서평

 

미국 서부 시대의 소설이나 영화를 잘 본 기억은 없다.

총을 쏘고 무언가를 죽여야 살아가는 시대는 좋아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한국 SF소설을 읽는 데 더 집중하며 살아서 이전 시대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 맞겠지.

그러다가 읽게 된 존 윌리엄스의 소설 부처스 크로싱.

 

미국 서부.

철도가 막 놓이는 시기, 앤드루스는 자연주의에 빠져 전 재산을 들고 부처스 크로싱으로 온다.

들소 사냥을 소개받아 사냥꾼의 무리에 합류하고 나서 뜨거운 여름을 지나 갑작스러운 눈보라에 막혀 멈춰서 생존하기까지 긴 시간을 그린 소설이다.

 

책에서 본 판화와 현실은 다르다.

사냥을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지만 잔인하고 잔혹하다.

욕심 때문에 너무 멀리 가는 밀러와.

사냥을 시작하며 말이 없어지고 사냥에만 집중하는 밀러와 가죽을 벗기는 작업을 하는 슈나이더와 앤드루스.

찰링 가 오래된 성경을 찾아 멍하니 읽고.

함께 있지만 함께 있다고 느낄 수 없는 네 사람.

 

주인공은 앤드루스인데 밀러가 너무 계속 몰아붙이니까...

내가 앤드루스가 된 것처럼 몰아붙여졌다.

 

경험해 본 적이 없지만 소설을 읽으며 압도되는 감각을 느꼈다.

그들은 총이 있고 말을 타고 유도하면 안에 가둬지는 물소 떼처럼 자연도 당연히 다시 돌아갈 부어서 크로싱까지 잘 있을 거로 생각했던 것 같다.

 

특히 밀러는... 보는 내내 너무 무서웠다.

자기 사냥대라며 몫을 더 요구, 아니 처음부터 강하게 말할 때 알아봤어야 한다.

그리고 일정이 막 밀렸잖아.

 

97p

천천히 서쪽으로 가는 일행의 발아래에서 대평원의 풀들이 흔들렸다. 힘든 여정 속에서도 말과 소들이 살찔 정도로 풍부한 버펄로그래스는 하루 내내 색이 달라졌다.

이른 해가 분홍빛 햇살을 보내는 아침에는 거의 회색이었고, 시간이 지나 낮이 가까워질 때의 노란 햇살 아래에서는 선명한 녹색이었다.

 

97p 처음에 풀의 색이 달라지는 걸 묘사한 부분이 있는데 좋았다.

 

처음 말을 오래 타게 되면서 처음에는 너무 괴로워하다가 이제는 무감각해지게 되었다는 앤드루스.

동물을 헤치는 것도 그렇게 무감각해진 것이었나.

107P

“강가에 사는 인디언들이야.” 밀러가 경멸하듯 말했다. “메기나 토끼를 잡아먹고 살지. 더는 사냥하지 않아.”

 

왜 사냥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너무 몰아붙이지 마.” 밀러가 찰리 호지에게 소리쳤다.

145p

 

그러나 몰아붙이는 건 밀러이고.

 

190p에서는 앤드루스가 가죽 벗기는 기술이 점점 능숙해졌다.

그리고 인간성은 점점 더 상실한다.

인간성이 상실되면 영혼은 더 멀리 떠나지.

 

소설 속에서 시간 감각을 잘 못 느끼다가 한 달이 지났으니 월급을 달라고 하는 슈나이더의 말을 볼 때 기억했어야 하는데.

 

들소를 사냥하고 사냥한 이후에 가죽을 벗기는 장면이 자세하게 나온다. 채식주의자는 되지 못했지만, 채식을 하는 사람들을 알고 있고, 채식주의자가 그리는 인스타툰을 보고 있다. 왜 역하게 느껴져 육식하지 않으려는지 알 것 같다.

 

모든 물소를 잡아 없애버려야 한다는 듯이 사냥에만 집중하는 밀러.

사냥할 때는 쉬워 보였고 익숙해 보였지만 갑자기 내리는 눈에 사람은 무기력해진다.

 

원래도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이 아니었지만 밀러가 보았다는 들소 떼를 찾아서 계속 가면서 물도 못 마시고...

들소떼 사냥하면서는 처음에는 토했지만, 나중에는 무감각하게 가죽을 벗겨버리는 앤드루스.

그리고 점점 안으로 들어가.

 

119p에서 그만 갔으면 괜찮았을까?

“이왕 여기까지 왔잖아요.” 그가 말했다. “밀러와 계속 함께 가는 게 좋겠어요.”

사람의 욕심에 대해서도...

더위에 쪄 죽을 것 같으면서도 물 한 모금 제대로 못 마시고...

 

불과 20페이지가 지나 210p에 눈이 오는 걸 보고 웃는 앤드루스.

웃을 일이 아니라고...

 

시간 감각이 상실되고 부처스 크로싱으로 돌아갈 길을 잃어버린다.

몰아붙여지는 사냥을 어쩔 수 없이 중단하게 된 이후 눈 폭풍을 피해 얼어 죽지 않으려고 있었던 몇 달의 시간.

2분 안의 모든 것이 사라지고.

 

손이 부드러웠던 앤드루스는 거칠어진 손으로 돌아온다.

부처스 크로싱도 1년 전과 다르다.

 

306p

“그럼 배우지 못했군.” 맥도널드가 말했다. “자넨 아직도 배우지 못했어.... 보게. 자네는 인생에서 거의 1년이라는 시간과 힘을 낭비했어. 바보 같은 꿈 때문이지. 그래서 뭘 얻었나? 아무것도 없어. 들소 3,4000마리를 죽이고 가죽을 벗겨 깔끔하게 쌓았지. 들소는 자네가 놔둔 자리에서 썩어 가고 가죽에는 쥐가 보금자리를 틀겠지. 자네한텐 뭐가 남았나? 자네 인생에서 날아간 1년, 비버가 댐을 만드는 데 쓸 부서진 마차, 손에 박힌 굳은살, 죽은 사람에 대한 기억뿐이겠지.”

 

대답 못하는 앤드루스...

그래서 그걸 경험하고도 프렌신에게 가서 며칠을 보내고 돈을 주고 다시 떠나는 앤드루스가 참 바보와 같이 느껴졌다.

 

중간중간에 멈출 수 있는 신호가 있었다. 사람 먹을 물도 없고 동물도 물을 겨우 줘야 했던 여름과. 모두 다 없애버려야 한다고 생각한 밀러를 막을 수 있었던 사람이 있었다면. 너무 많은 가죽을 올려 무거워진 무게를 버틸 수 없으니 조금 줄이고 가자고 할 수 있었다면.

 

자연은 너무 강하고. 인간은 무기력하다.

 

우린 서로에게 할 말이 있어. 하지만 그게 뭔지 모르지. 우리는 꼭 해야 할 말이 있어.

332p의 앤드루스가 밀러, 찰리, 맥도널드를 보며 생각하는 것.

잘될 거로 생각하고 막 내몰렸던 여름과 가을을 지나, 무력했던 겨울을 지나, 다시 봄이 와서 도착한 부처스 크로싱.

모든 것을 놓치고 겨우 살아왔지만, 많은 것이 변해버린 지금에서도 해야 할 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때로 생각은 입 안에서 머물러 있기도 하다. 바로 나오지 않아.

계속 맴돌 뿐이다.

 

책을 자세히 살펴보면 앞표지에는 말을 탄 사냥꾼이 총을 들고 앞을 향해 있다. 뒤표지는 들소인데. 아무 방해 없이 들소를 총으로 죽여버릴 수 있을 거라는 대담함.

뒤를 돌아보지 않고 그저 앞으로만 가는 사람들 같아 보였다.

 

서부를 정면으로 다룬 안티-서부극이라는 말이 이해되었다.

자연을 이길 것이라는 생각과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지만, 또 떠나는 앤드루스가.

장편소설이지만 인물이 많지 않고 그래서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보인다.

그래서 첫 장을 넘기고 나서 읽기 어렵지 않았다.

 

서부극을 좋아한다면, 서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젊은 남자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존 윌리엄스의 부처스 크로싱을 추천한다.

@gufic_pub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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