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데거의 <철학이란 무엇인가?>를 쉬엄쉬엄 읽고 있다. 매우 짧고, 그렇다고 아주 어려운 책도 아니니만큼, 그리고 벌써 몇 번 읽은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천천히 읽게 된다.
감동을 받는다든지 하는 것은 없고, 자연스럽게, 그저 하이데거가 하는 말을 지켜보게 된다. "Now the word "philosophy" is speaking Greek." 나는 하이데거의 이런 말에 전혀 동의하지 않지만, 굳이 하이데거가 유럽중심주의적 선입견을 갖고 있다고 비판할 마음도 없다. 하이데거 이후 축적된 연구들이 이러한 언명을 굳이 비평할 가치가 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서구중심주의니 하는 비판의 시대는 이미 끝났다.
(프랑스 등 유럽 각지에서의 시위 사태를 본다. 이란 전쟁, 그리고 유럽에서는 이에 더하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나라들마다 살림이 힘겨워지고 있다. 아마 제3세계의 국가들은 더욱 힘들 것이다. 나라마다 힘듦의 결도 다를 것이고 유럽에서의 시위의 발단과 진행도 다를 것이다. 나는 다만 특히 프랑스에서, 500년 이상 지속되어온 강력한 문명권이 에너지를 소진하고 퇴락하는 징표를 본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도 딱히 별 감정은 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