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티 Astra가 나오고 거의 AGI 수준이라는 얘기도 있어서 테스트를 해보았다. 나의 관심 영역에서는 그러한 수준은 아니었다. 다만 나의 AI 사용 방식에 대해서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나는 AI를 깔끔한 검색 도구 정도로 생각한다. 즉, 이미 공개되어 있는 평균치의 정보를 잘 가공해서 제공해주는 것으로 부가적으로 영감을 얹어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AI가 제공해주는 것 이상으로 나만의 어떤 것을 얹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말하자면 표절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책을 읽고, 샤프로 줄치고, 다시 싸인펜으로 줄치고, 작은 수첩에 메모하고, 컴퓨터 화면에서 저작툴로 긴 노트를 작성하고, 그러면서 나만의 생각을 끌어내고, 그것들을 정교화하는 등의 작업 방식을 바꿀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Astra가 나오고 나서는 21세기에 이러한 느려터진 방식으로 작업해도 될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좀 더 효율적으로, 좀 더 21세기적으로 작업해야 한다. 나는 당장 구글 제미나이를 구독했고 나만의 작업 방식을 만들어보려 했다. 읽고 있던 책의 요약을 시켜보았다. 그리고 바로 제미나이를 충동 구독한 것을 후회했다. 제미나이의 요약이 도무지 읽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책을 좀 더 효율적으로, 빠르게 읽을 수 있었으면 했는데 방법을 모르겠다...
그래서 내가 한 선택은? 나는 손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왜 이런 결론을 내렸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나는 좋은 노트를 찾아보기 시작했고 일본 회사에서 나온 미도리 노트라는 비싼 노트를 주문했다. 일종의 단권화를 생각한 것이다. 거기다가 웬만한 것은 다 적어 넣는다. 두 가지 유혹이 있다. 첫째는 분야 별로 분권화하고 싶은 유혹, 다른 하나는 노트가 어느 정도 구체화되면 컴퓨터 앞에 앉아 원고로 작성해보고 싶은 유혹. 이러한 종류의 유혹에 굴복한 결과는 이 노트 저 노트, 이 기기 저 기기, 이 바인더 저 바인더로 기록들을 흩뿌리는 것 뿐이었다. 단 하나의 노트 안에서 작업하기로 하면서 사고가 하나로 모이기 시작했다. 섣불리 키보드에 손을 대지 않는다. - 나에게는 이 방식이 맞는 것 같다.
어제로 제미나이 구독 기간이 끝났기 때문에 오늘 클로드를 새로 구독하기 시작했다. 내가 테스트해 본 결과 적어도 철학 관련한 영역에서는 클로드가 최고다. 클로드 중에서도 (오퍼스5.5 모델이 새로 나왔지만) 오퍼스5가 내게는 최고인 것 같다. 나는 이제 AI가 나의 작업을 빠르게 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아마 나의 작업을 더 더디게 할 것이다. 그러나 아마도 중요한 것은, 적어도 나의 영역에서라면, 효율이 아닐 것이다. 그것은 깊이이어야 한다고 나는 확실히 믿기 시작했다.

(동네에서 소문난 악필이라 글씨 쓰는 것이 힘겹다. 비싼 노트이기 때문에 가능한 아껴쓰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