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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저자가 쓴 최근작들을 읽고 싶어 책꽂이를 기웃거리다가 <니체의 인생강의>, <초인수업> 두 권을 집어들었다. 선물받은 책들이다. 금방 다 읽었다.


그저께 한국인 친구들이 집에 놀러왔다가 커피 테이블 아래 놓인 그 책들을 발견했다.

"한국어 책을 읽은지 오래 되었는데 이 책들은 어때요?"

나는 부정적 평가를 하는데 익숙하지 않아 좀 머뭇거렸다.

"여러 모로 실망스러운 책들이었네요."

"그러니까요...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갈피를 잡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안읽게 되고요..."

"그래서 고전을 읽는 것이 제일 안전하다고들 하지요."

나는 커피 테이블 아래 놓여있는 <괴테와의 대화>를 가리켰다. 그러나 그 책의 과도한 두툼함으로 책에 대한 대화는 거기서 끝이 나고 말았다.


나는 저 두 책에 대해 부정적 품평을 한 것이 마음에 걸려서 알라딘 리뷰들을 찾아보았다. 한없이 5에 가까운 4.5의 평점들을 받고 있었다. 이 정도면 마음껏 슬퍼해도 되리라. 나는 슬펐다.


저 책을 쓴 저자들은 수십 년 동안 니체를 연구하고 번역한 전문 연구자들이다. 그들의 생산품에 저 고투의 시간이 반영되어 있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 결과물이란, 어떤 독자가 1시간 30분 만에 읽어내었다 할 정도의 깊이를 가진, 문자 그대로 얄팍한 처세술 책이었다. 오해하지 말자. 저 책들이 처세술 책이어서 슬펐다는 것이 아니다. 수십 년의 연구와 고투가 저런 얄팍함으로 환원될 수 있다는 사실에 슬퍼진 것이다. 


좀 더 독해져볼까? 니체에 따르면 바퀴벌레도 인간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고 한다. 백번 맞는 말이다. 슬퍼진 나는 곧장 내가 (진지하게) 읽은 유일한 니체의 책, 거의 모든 문장에 연필로, 볼펜으로, 파란색으로, 까만 색으로, 빨간 색으로 줄이 그어져 있는 니체의 책, <선악을 넘어서>를 펼쳐들었다. 읽을 때마다 이 책은 충격을 주고, 화나게 하고, 멈추어 생각하게 한다. 니체 스스로의 말 그대로 이 책은 피로 쓰여져있다. 영혼과 영혼이 대화하게끔 강제한다. 그리고 다시 확인했다. 바퀴벌레도, 똥도, 간질도 인간을 성장하게 한다는 니체의 말은 무조건 옳다는 것을. 저 책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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