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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지르면 쌩고생 그래도 지른다!
  • 싱글맨
  • 크리스토퍼 이셔우드
  • 9,900원 (10%550)
  • 2009-11-23
  • : 1,326



 

 

 

 

 

 

 

 

 

 

 

  Single Man.
 

죽은 연인을 그리워하며 상실감에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한 남자.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한 중년 남자의 생활을 엿볼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리고 연인을 잃은 남성의, 중년의 삶이 궁금했었다. 책도 얇아서 가볍게(?) 후루룩 읽어버릴 줄 알았었는데, 큰 오산 이었다. 난 내가 목숨다해 사랑했던 연인을 잃어버린 적도 없고, 아직 삼십대고, 살아온 만큼 많은 경험을 쌓아온 것도 아니였다. 그래서, 온전히 책 속으로 몰입하기도 힘들었고, 이 책은 내게 너무 어려웠다. 

내가 주변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던 적이 있었던가?? 책을 읽다 한참을 생각하다보니 외가쪽 이모를 하루 아침에 잃어버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갑작스러웠던 이모의 죽음. 전화 한통화로 알려진 이모의 부고. 그리고 장례식 장....... 장례식 장에서 화장터. 온갖 비명과 울음소리로 뒤덮혀 있던 그곳의 기억이 또렷하게 떠올랐다. 내가 아끼고 사랑하던 이모였기에 그때의 충격은 정말 컸었다. 그 뒤론 나와 아무상관 없는 사람들의 죽음에도 펑펑 눈물이 솟게 되었었다. 이런 슬픔 쯤 될까? 사랑하는 연인은 아니지만 내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던 슬픔을 슬쩍 갖다 대어봐도 난 조지의 마음을 알기가 어려웠다.

 

여기 시들어가는 동물적 생명력 외에는 아무 것도 지탱해 줄 것이 없는 누군가가 있다.
그럼에도 그는, 마치 오소리처럼, 끈질기게 행복을 요구하고 행복을 위해 싸운다.  조지는 용감하다.

 

조지는, 동성애자다.나는 동성애자를 그리 달갑게 여기지 않았었다. 이런 나를 보고 '타인의 사랑법'이니, '그들이 그렇게 사랑하던 말던 무슨 상관이냐'라고 비난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동성애자에 대한 시각이 바뀐 것 같다. 난 이기주의 자도 아니고, 이타주의적인 사람도 아니다. 그저 개인주의자다. 그러니 동성애자에 대한 시선이 따갑다기보다 그들은 그들의 사랑법대로 사랑하는 것이니 상관치 않겠다고 하겠다. 조지는 짐을 사랑했다. 조지의 부인이었던 도리스도 짐을 사랑했다. 하지만 짐은 교통사고로 죽었고, 도리스도 병에 걸려 병실에 누워 있고, 조지는 때로는 유일한 이성친구인 샬럿을 찾아가 저녁을 함께하며 서로를 위로하고, 하루하루를 싸우며 살아간다. 동성애자라고 비난하기보다 조지는 그에게 말을 걸어주고, 티 타임에 초대해주길 바라고 있다. 스트렁크 부인이 티 타임에 초대할 때 조지는 진심으로 기뻐했다. (조지는 교수다.) 강의를 하러 학교에 갔을 때 학생들이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어 주기를 바라고 있고, 열띤 대화를 하는것도 좋아하며, 체육관에서 젊은 소년들과 함께 땀 흘리며 운동하는 것도 좋아한다. 그러한 모습들을 보며 동성애자라고 손가락질을 하는 대신 그들을 이해하진 못할지라도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보는건 어떨까.
 

짐은 죽고 없지만 조지는 여전히 그 집에서 오늘을 살아간다. 

그렇다면 조지는 왜 여기서 계속 살까?
여기가 짐을 만난 곳이니까. 여기서 새로운 짐을 찾게 되리라고 믿고 있으니까.

조지 자신은 모르고 있지만, 조지는 이미 찾기 시작했다.
조지가 자신은 새로운 짐을 찾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찾아야 한다는 것만 알 뿐이다. 꼭 찾아야 하니까 찾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조지는 점점 늙는다. 조만간 너무 늦은 때가 찾아오지 않을까?
조지에게 그런 말을 절대 쓰지 마라. 조지는 듣지도 않을 테니. 들으려 하지도 않을 테니. 빌어먹을 미래. 미래는 케니를 비롯한 젊은 애들이나 가지라고 해. 샬럿은 과거나 가지라고 해. 조지는 현재만 끌어안는다. 현재에 조지는 새로운 짐을 찾아야 한다.
현재에 조지는 사랑을 해야 한다. 현재에 조지는 살아야 한다……. 

하지만 조지는 새로운 짐을 찾길 원하고 있다. 그러다 조지는 제자인 케니를 만나게 되고, 그와 함께하고 싶어한다. 차가운 겨울에 옷과, 과거와, 온갖 편견들을 벗어던진 채 맨 몸으로 (케니와 함께) 파도에 맞서던 조지. 자신의 집으로 케니를 이끌어 가던 조지. 자신이 무얼 원하는 지 케니 앞에서 모든 걸 쏟아내지만.... 케니가 떠나고 난 후엔 조지는 다시 육체로 돌아온다.

소설 마지막엔 조지의 죽음을 가정함으로써 끝을 맺는다. 하지만 조지는 또 다시 용감하게 오늘을 살아갈 것이라 생각한다. 그럼, 또 다른 조지인 나는 어떨까? 맨 처음 띠지에 적힌 한 문구가 맘에 와 콱 박혔다. 

'여기 시들어가는 동물적 생명력 외에는 아무 것도 지탱해 줄 것이 없는 누군가가 있다.' ............. 난 지금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건지, 아직도 과거에 묶여 과거의 내 부끄러운 모습들을 곱씹으며 살아가고 있는 지 생각해 보았다. 아마 반 이상이 과거에 묶여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과거의 부끄러웠던, 안좋았던 기억들은 차가운 파도물에 씻어내리던 조지처럼 나 또한 격하게 내려놓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한 해가 훌쩍 가버렸다. 서른을 넘기면서 이젠 좀 더 좋은 모습으로 바뀌고 싶다. 넉넉한 마음의 뜻인 하이너프처럼, 오늘을 용감하게 살아가는 조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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