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이에게 영감을 주는 책
하루haaru 2019/07/28 22:53
하루haaru님을
차단하시겠습니까?
차단하면 사용자의 모든 글을
볼 수 없습니다.
- 여자짐승아시아하기
- 김혜순
- 10,800원 (10%↓
600) - 2019-07-09
: 1,984
얼마전 치앙마이 여행에 김혜순 시인의 『죽음의 자서전』을 챙겨갔었다. 시인의 다른 시집도 여러권 읽었지만, 가만히 있어도 땀이 주륵주륵 흐르는 고요한 더위 속에서 『죽음의 자서전』을 읽는 것은 더욱 강렬한 경험이었다. 그녀는 단단한 목소리로 문장을 꺼낸다. 흔들리면 흔들리는대로, 녹아내리면 녹아내리는대로, 그러나 단단한 목소리로 그것을 담아내는 문장들을 읽고 있으면 아프면서도 강한 정신이 느껴졌었다.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온 김혜순 시인의 산문집 『여자짐승아시아하기』는 쉽게 말하자면 그녀의 여행기이다. 정확하게 어디를 통과하고 있는지 국가와 대표적인 명소들을 언급하는 일은 없지만, 그곳의 공기와 그곳에서 살아가는 생명들에 대한 묘사를 통해 어디쯤일 거라 짐작할 수 있다.
여행지 자체보다 여행을 하는 도중 그녀의 사유를 기록한 책이다. '-하기' 앞에 모든 명사를 붙여도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는 김혜순 시인의 시세계를 그녀의 여행 속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었다. '여자'하기, '짐승'하기, '아시아'하기의 방식으로 이어지는 문장들이 읽는 사람에게도 영감을 주어서 읽는 이도 여자하고, 짐승하고, 아시아하고 싶도록 만들었다.
40년 넘게 시를 읽고 쓰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궁금한 사람들에게 추천. 최근 『날개 환상통』이나 『죽음의 자서전』을 인상깊게 읽었고 그녀의 시가 아닌 산문을 읽어보고 싶은 사람에게도 추천. 시의 생명력과 사유의 깊이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소중한 시간이 될 것 같다.
PC버전에서 작성한 글은 PC에서만 수정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