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씨의 글이라는 것만으로도 나에게 반은 먹고 들어가는데,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이라는 제목조차도 어찌나 나의 취향인것인지.
코끼리가 있다. 가슴을 짓누르고 있는 코끼리가 말이다. 그의 코끼리는 자신이 가늠할 수 없었던 외로움 속에 갇혀 있던 그녀이며, 그녀를 잃은 그의 상실감이었다.
걷는다 는 행위 자체가 주는 위로를 아는 뚜벅이라면, 두 뺨에 엉기는 공기와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이라면 당신은 산책의 다섯 가지 즐거움을 모두 아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다시 걷고 싶어졌다. 화가 나 씩씩거리며 울며 걸었던, 이른 새벽 누군가의 손을 잡고 탄천길을 따라 우리집까지 걸어왔던 그 길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