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p.26.
  • 달려라, 아비
  • 김애란
  • 11,700원 (10%650)
  • 2005-11-29
  • : 8,513
"아버지가 구부러진 숟가락을 들어 겸연쩍게 콩나물국을 뜬다. 그녀는, 오지 않을 모양이다. 아버지는 점퍼 안에 있는 편지 한구절을 조용히 읊는다. 안녕하세요. 가늠할 수 없는 안부들을 여쭙니다. 잘 지내시는지요. 안녕 하고 물으면, 안녕 하고 대답하는 인사 뒤의 소소한 걱정들과 다시 안녕 하고 돌아선 뒤 묻지 못하는 안부 너머에 있는 안부들까지 모두, 안녕하시길 바랍니다." (180쪽)

 

"그는 침도 별로 없는 입을 열며 우리에게 처음으로 말했다. 그것은 어쩌면 희망 때문일 것이라고. 그는 그것을 읽고 한동안 꺼이꺼이 울었다." (218쪽)

 
4년 전, 그녀의 책을 처음 샀을때 난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내 상식(편견) 속에 작가들은 나보다 10살은 많은 이들이었는데, 김애란은 나보다 5살 밖에 많지 않다는 것이 그녀의 글을 무시했던 이유인 것 같다. 21살의 나에게 26살 그녀는 글을 쓰는 이에 대한 나의 대책없는 무한 동경마저도 받을 수 없을 정도로, 어리다 생각했던 나이였기 때문이다.

  책을 처음 어떻게 사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아마도 알라딘 리뷰글이 꽤 호평이어서 바로 책을 주문 했던 것 같다. 물론 위의 이유로 난 금방 흥미를 잃었고, A에게 이 책 이야기를 하면서, 별로 재미가 없다고 투덜거리니 그녀도 그렇다고 했다. 스물 한살, A에 대한 나의 기억이 얽혀있는 책.

  4년이 넘는 시간동안 잊고 있었던 책이었다. 현대작가론 강사님의 강의를 들으며, 그녀에게 흥미가 생겨서 단숨에 읽은 이 책. 마침내 스물다섯의 나는 김애란의 글을 유쾌하게 읽을 수 있었다.

  시를 이해하는 것은 나이라고 하셨다. 세월의 나이테(라는 진부한 표현이긴 하지만)가 시를 읽을 수 있게 한다고 유교수님이 말하셨다. 소설도 마찬가지 인 것 같다. 책을 처음 냈던 그녀의 나이와 비슷하게 먹은 지금, 그녀의 엉뚱한 상상력과 재치에 감탄하고 있다.

  아비는 어디까지 달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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