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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손가락 걸며 영원하자던
그대는 지금 어디에     
그대를 사랑하며 잊어야하는
내 맘은 너무 아파요    

그대 떠나는 뒷모습에       
내 눈물 떨쿠어주리  
가는 걸음에    
내 눈물 떨쿠어주리      

내 마음 보여줘 본 그때 그 사람      
사랑하던 나의 그 사람        
뜨거운 내 마음은 나도 모르게            
천천히 식어갑니다   

세월이 흘러가서  
백발이 되어버리고     
얼굴엔 주름 지어
내 사랑 식어버려도    

내 마음 보여줘 본 그때 그 사람      
사랑하던 나의 그 사람  
뜨거운 내 마음은 나도 모르게
천천히 식어갑니다   

 

작사,곡 김현식

노래가 안 나오면  http://blog.naver.com/likeamike/150010421408

 

 사실 김현식 아저씨 노래는 mp3에 항상 몇 곡씩 채워놓고 늘 듣는다. 솔직히 난 '사랑했어요'나 '비처럼 음악처럼'에는 별로 feel이 없었고, 이따금 심야방송에서 들려주던 '눈 내리던 겨울 밤'이나 '당신의 모습', '떠나가 버렸네'를 참 좋아했었다. 그리고 그야말로 미성으로 부른 '그대와 나', '나는 바람' 같은 초기의 노래들. 그의 노래를 동시대의 청자로 듣기 시작한 게 90년 '넋두리' 부터니까, 그러고보면 1년이 채 안 되는 시간이었다. 교회를 다니다 그만 둔 지 얼마 안 됐던 때, 5집의 '할렐루야'를 듣고 그 분방한 샤우팅에 은혜 받아 다시 나가봐? 갈등하기도 했었고 주로는 '재회'를 열심히 따라불렀었다. '거울이 되어'를 만든 이원재,가 그 이원재 아저씨인가 많이 궁금했고, 정작 '넋두리'는 누구나 이야기하듯 어떤 예감만 같아서 잘 못 들었던 것 같다.

 11월 초, 돌아가시기 전의 마지막 방송이었다던가 하며 안정훈이 진행하던 프로그램 이야기가 회자됐었다. 12월 음악잡지들도 일제히 김현식 아저씨의 삶과 음악, 죽음을 특집으로 다뤘다. 그 속에서, 그가 4집의 실패 때문에 무척 힘들어했었다는 걸 보고 반성하듯 4집을 열심히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가 생전에 낸 음반 모두 좋지만, 4집은 듣다보면 정말 '대중적인' 노래들로 채워져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사후의 아우라이건 무엇이건, 그만의 색깔도 당연히 각인되어있다. '사랑할 수 없어'와 '언제나 그대 내곁에', '우리 처음 만난 날', '한밤 중에' 같은 노래들은, 이문세 변진섭 류의 발라드가 유행하던 그 시절에 어찌 주목받지 못했는지 의아할 정도의 애틋한 연가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오늘은 무슨 노래를 올릴까 선곡의 고민(?)이 깊었다. '재회'와 '사랑할 수 없어', '당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생각하다가 낮에 들었던 '추억만들기'의 담담함이 좋아서 올렸다. '추억만들기'는 그리고, 아저씨가 초기의 공연에서 참 많이 불렀던 노래다. 변변한 히트곡 하나 없던 시절, 코드 진행이 비슷하다며 'goodbye to romance'와 이어 부르던 이 노래는 굉장한 대곡의 느낌이었다. 'goodbye to romance' 간주의 일렉 디스토션이 예~전에 유행하던 씨엠송의 '입맛 찾았네'와 비슷하다는 실없는 농담에 이어진 노래는 그렇지만, 너무 슬프고 애틋했다. 두 노래의 후렴 가사를 자기 맘대로 바꿔가며 절규(!)하던 모습, 후주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기타 리프에 열중하던 모습은 참 눈물 겹도록 아름다웠다.

 샘터 파랑새 극장 맞은 편에 작은 까페들이 아직 건재하던 시절, '슈만과 클라라'니 '소금창고',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같은 간판들 사이에 '추억만들기'가 있었던 것 같다. 소문인지 뭔지 모르지만 이 노래랑 관련이 있다고 듣고 괜히 들어가 커피를 마시곤 했던 기억도. 세월이 흘러가서 백발이 되어버리고 얼굴엔 주름 지어 내 사랑 식어버려도... 한참 먼 일 같지만, 세월 흐르는 걸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을 것 같다. 그리고 나름대로 좀 살다 보니, 뜨거운 내 마음은 나도 모르게 천천히 식어갑니다가 아주 슬프지만도 않다. 망각도 없이 누군가 부재한다는 슬픔에 들끓듯 시달리는 건 아마 추억이 아닐런지도. 거기 그렇게 누워 있다 생각하고 돌아서려니 사실 발걸음이 안 떨어지기도 했지만, 언젠가 나도 갈 길이라고 생각하면 그게 또 편안해진다. 담담하게 추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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