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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잊었나 벌써 잊었나  
마른 가지 새 쓸쓸한 찬 바람     
정녕 슬픔은 헤어짐보다도
바람 속에 잊혀지는 것        

꿈 속에서도 만날 수 없는      
지난 날들은 전설이었던가  
이별의 순간도 아름다웠던 건    
목마를 그리워했기에

         
소중할수록 슬퍼지다가      
눈물로 잊혀진다면  
내 깊은 품 속엔 눈물의 강
강물이 흐른다

나를 잊었나 벌써 잊었나   
마른 가지 새 쓸쓸한 찬 바람       
정녕 슬픔은 헤어짐보다도  
바람 속에 잊혀지는 것

 

작사,곡 김창완


노래가 안 나오면  http://blog.naver.com/likeamike/150010344105

 

 떠올리면 약간은 팔색조같은 느낌이 드는 사람, 동화같은 슬픔이 있다면 그 배경에는 이런 목소리가 놓이는 게 제격일 것 같다. 너무 많은 노래를 세상에 내놓아 다 주워섬기기도 힘들지만, 좀은 코 먹는 목소리로 다정하게 읊조리는 그의 목소리 중에는 '날 사랑하신 님이여'와 함께 내가 손에 꼽는 노래다. '독백', '청춘', '회상'에 이르는 청승 삼부작과는 또 다른 번지의 이 주절거림은 이상한 다정함을 담고 있어서, 듣고 있으면 시린 손을 온수에 담글 때의 따스함 같은 게 마음에 번진다. 이를테면, 내게는 무조건의 위로용 선곡.

 처음 무대에 선 그를 보았던 날, 이십대 중반의 안치환 김광석에 전혀 뒤지지 않는 파워풀한 샤우팅에 나는 깜짝 놀랐었다. '숨길 수 없네'와 '동화의 성'에서 그가 내뿜는 에너지는 너무나 강렬한 것이어서 전율의 와중에도 혹시 저러다 숨 넘어갈까 걱정스러울 지경이었다. 그러고도 거의 십 년이 흐른 후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고 바락바락 소리를 질러댄 걸 보면, 물론 엄청난 기우였지만. 분위기가 다른 노래를 부를 때마다 스스로 얼마나 모드 전환의 수고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보여준 겁나게 다양한 음색의 스펙트럼에 나는 가끔 속아 넘어가는 기분이 되기도 한다.

 내가 이 노래를 처음 들은 건 김기덕이 진행하던 프로그램의 공개방송인가 오픈 스튜디오에서였다. 6학년 혹은 중 1때, 우연히 처음으로 혼자 집에 있게 된 흐린 날의 대낮이었는데 집안을 채우던 우울한 적막에서 나를 구해준 탓에 더욱 따스한 노래로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87년에 네 장으로 묶여 나온 '산울림 Greatest Hits' 컴필 중 네 번째 음반에 실려 있고, 그 전에 나중의 '꾸러기들'에서 함께 활동했던 현희라는 여자가수가 부르기도 했었다는데 나는 들은 기억이 없다. 여기 올린 곡은 언젠가 예전, 조촐하게 열렸었다는 산울림의 문막공연 live 음원이다.

 나는 그를 범인을 가장한 천재라고 일찌감치 혼자서 단정지었는데, 이십 년 가까이 그의 노래를 듣고 그의 자취를 좇으며 또 느끼는 것은 그가 아마도 건강하게 장수할 매우 현실적인 비관론자인 것 같다는 생각이다. (여전히 그런지 모르겠는데) 싸이클로 방송국을 오가며 매일 아침 라디오 부스를 지키는 그의 모습은 사실 내가 푹 빠져 들었던 노래의 발신자와는 좀 어울리지 않지만, 그는 그런 사람인 것 같다. 알아서 오해들 하시고, 나는 내 갈 길 갑니다~류라고나 할까. 고맙고 얄미운, 그렇지만 신기하고 피할 수 없는 감성과 예술혼의 소유자. 오랜 시간 곁에 두고 들으며 열광하면서도 아저씨나 김현식 아저씨에게로 향하는 것과는 또 다른 마음인 것은, 아마도 그가 '자기조절' 가능한 인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건 참 다른 종류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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