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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here

 

 

난 난 꿈이 있었죠      
버려지고 찢겨 남루하여도  
내 가슴 깊숙히 보물과 같이     
간직했던 꿈       

혹 때론 누군가가      
뜻모를 비웃음 내 등 뒤에 흘릴 때도
난 참아야 했죠 참을 수 있었죠
그날을 위해

늘 걱정하듯 말하죠 
헛된 꿈은 독이라고      
세상은 끝이 정해진 책처럼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라고      

그래요 난,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 나를 지켜봐요
저 차갑게 서 있는 
운명이란 벽 앞에     
당당히 마주칠 수 있어요 

언젠가 나 그 벽을 넘고서 
저 하늘을 높이 날을 수 있어요     
이 무거운 세상도
나를 묶을 순 없죠 
내 삶의 끝에서      
나 웃을 그날을 함께 해요

 

작사, 곡  이적 김동률

  노래가 안 나오면 http://blog.naver.com/likeamike/150012741484

 

 큰 실감은 없지만 또 한해가 간다. 서른 셋,까지는 별 감흥이 없었는데 넷,은 어쩐지 너무 무거운 느낌. 좀은 부담스럽다. 송년회니 신년회니 별로 챙기지는 않지만, 핑계 삼아 잊고 있던 사람들을 보는 것도 재미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 오늘은 대학원 동기들과의 송년회날이었다.

 2004년 입학했을 때 우리 과의 정원은 20명, 1년이 지나자 12명이 남았다. 공부와 인연이 없고 어떤 상황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 존재로 행세하기도 하는 나는, 첫 학기부터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술자리를 벌이는 동기들로부터 뚝 떨어져 지냈다. 학교에 대해 품었던 높은 기대만큼 괜히 주눅이 들기도 했고, 소위 관계를 '만드는' 일이 내키지도 않아 늘 말없이 뒷자리에 앉아 수업을 듣고 조용히 사라지는 측이었다.

 그렇게 1년을 보내고 동기들이 12명쯤으로 줄어든 3학기부터, 초반의 거품이 꺼지고 자연스레 사람들과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마지막 수업을 끝내면 그냥 헤어지기가 아쉬워 새벽 택시 귀가를 감수하며 동기들과 참 자주 놀았다. 30세 전후부터 45세까지 다양한 연령, 복지관 생활시설 공동육아 시민단체 종교재단 등 다양한 곳에 적을 둔 우리들의 3학기는 서로들 의아해할 만큼 즐겁고 정다웠다. 일터에서의 스트레스를 동기들과 얼굴 보고 이야기 나누는 것으로 해소하면서, 이 사람들이 아니면 어떻게 그 심란한 주경야독(?)의 날들을 버틸 수 있었을까 싶을 만큼.

 5학기가 지나고 세 사람은 졸업을 했고, 6학기를 마친 올 겨울에는 또 한 사람이 그리고 나머지는 프로포절을 통과했거나 여전히 일에 치여 손도 대지 못한 채로 학교로부터 멀어졌다. 그리고 오늘,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 인제에서, 포천에서, 인천에서... 모여든 동기들이 9명. 10시가 다 되어 이제 일이 끝났다며 전화를 건 내가 너무 예뻐하는 서른한 살의 바른생활 청년 형근샘도, 기꺼이 달려와 파장의 술자리에 합류했다. 늘 바쁘고 정신없이 일하는, 연말의 토요일도 지방 출장이 잡혀있는 그를 기어이 불러냈음에도 오랜만에 보니 너무 좋아서 미안하지도 않았다. 

 술자리가 끝나고 노래방, 안치환과 강산에의 노래를 곧잘 부르는 그가 3년 동안 세 곡이라는 타박에, 오늘은 새로운 노래를 불렀다. 패닉의 '내 낡은 서랍 속의 바다' 그리고 바로 이 노래. 십 년 전 새파랗게 생동하던 시절의 꿈이 문득 떠올랐다. 그리고 일을 끝내고 허겁지겁 달려와 강의를 들었던 우리들의 풍경, 그때는 전혀 생각지 못했지만 이제 다시는 우리 모두 모여 그렇게 강의실에 앉아있을 일이 없겠구나... 생각하니 갑자기 너무 그리워져 눈물이 났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 계속 이렇게 만나자는 아이같은 약속으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어디서 무얼하건 미더운 동기들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새삼 기쁜 날. 기분 좋아 마신 맥주 기운으로 노곤해진 팔다리도, 내게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있었구나 일깨워주는 반가운 흔적 같다. 함께 보낸 3년보다 더 많은 날들을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 참 고마운 사람들. 오늘 나눈 바람처럼, 서로의 꿈을 오래도록 웃으며 지켜봐줄 수 있을까. 낯간지럽게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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