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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here

 



붓을 들면 보이는 얼굴
손끝에서 맴도는 너의 눈동자     
노랗게 색칠을 할까
아니면 파랗게       
하얀 종이 위에 그려진     
너의 얼굴       

그리고 또 지우고       
또 그리고        
그리고 또 지우고            
또 그리고    
여러 장을 넘기고 넘겨도     
너의 모습
보이질 않네       

그리고 또 지우고       
또 그리고        
그리고 또 지우고            
또 그리고    
여러 장을 넘기고 넘겨도     
너의 모습
보이질 않네    

 

작사,곡 고찬용

노래가 안 나오면  http://blog.naver.com/likeamike/150011526405

 

 매년 늦가을이면 열리던 '유재하 음악경연대회'가 기다림이었던 시절의 향수와 정수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고마운 사람, 고찬용이 돌아왔다. 환상적이고도 독창적인 기타 리프의 '거리풍경'이 보여준 퉁탕거리는 회색빛 우울이 어찌나 신묘하던지, 취한 듯 수줍은 그가 튕겨내는 리듬에 즐길 줄 모르는 나 역시 한참 빠져들었었다.

 그리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빤짝임으로 가득했던 '낯선사람들'의 첫 음반, 하얀 바탕에 파랑 날개를 편 한 마리 새를 담은 쟈켓만큼이나 그들의 음악은 자유롭고 선명했다. "낯선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해의 고민"이며 "비닐우산", "동그라미, 세모, 네모" 그리고 발성의 기교와 연출이 어우러진 한 편의 드라마 같았던 "왜 늘...?"까지. 실력과 깊이를 갖춘 아마츄어리즘이 보여줄 수 있는 신선함과 순수함의 극치를 보여준 그 음악들, 정말정말 빤짝거렸다. 

 허은영과 이소라의 조화와 긴장, 우울하고 수줍은 '미소년' 고찬용이 풍기는 비밀스런 신비 그리고 있는 듯 없는 듯 소리의 빈 곳을 메우고 보탰던 신진과 백명석의 묵묵함. 이따금 학전이나 마당세실에서 볼 수 있었던 '낯선사람들'의 무대는 참으로 짧았다. 생각해 보면 좀은 좁고 가까운 판이었던 그곳의 소문, 이소라가 나간 뒤 자리를 채운 차은주는 어쩐지 역부족이었고 "두려운 행운"과 "행복하지 않나요"를 담은 두번째 음반이 소리 없이 묻혀버린 때는 '하나음악'도 '유재하음악경연대회'도 조금씩 빛을 잃어가던 그때였다.

 가끔은 '그때, 거기, 그들'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공기와 분위기, 일부러 만들려고 해도 그럴 수 없고 아무리 아쉬워도 이미 지나버렸을 뿐인 뭐 그런 것. '낯선사람들'의 사라짐(?)을 생각하면 참 아쉬우면서도, 자연스럽게 어울린다는 느낌이다. 음울하고 스산한 변두리 외곬의 정서, 생동하지만 퇴락한 듯도 한 읆조림. 지난 후의 생각으로 '아, 그들 인천이었지.' 혼자 중얼거리게 만드는.

 그리고 바람으로만 남은 소문으로 떠돌던 음반을 가지고, 꼭 십년 만에 고찬용이 돌아왔다. 변하지 않았다는 중얼거림 같은 'after ten years absence'라는 담담한 제목을 달고. 아직 비닐을 벗기지 않은 씨디를 보며, 혼자 괜히 흡족해하는 중. 적당히 작지만 울림을 담은 소리로, '고찬용이 돌아왔다'고 알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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