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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책] 아무도 나를 몰랐지만
  • 전수경
  • 13,500원 (670)
  • 2026-07-17
  • : 215

이 책은 21세기 공장 순례기 같은 것이다. 21세기의 공장은 카페이거나 콜센터, 도로 위 오토바이이거나 24시간 패스트푸드 매장이다. 20세기의 공장에서 십 대, 이십 대 여성 노동자들이 잠을 쫓기 위해 ‘타이밍’이라는 각성제를 먹어가며 미싱을 밟았다면 21세기의 청년 여성들은 고카페인 에너지 드링크를 먹으면서 야간 알바를 한다. 20세기의 여공들이 풀빵 값을 아껴가며 오빠의 학비를 대고 농촌의 부모를 부양했다면 21세기 공장의 여성들은 각자도생을 강요받으며 최소한의 생존을 위해 일한다. 20세기의 여공들이 야학에서 사회의식을 키우고 노동운동의 덕목을 배웠다면 21세기의 여공들은 자기계발 압박에 쫓기다가 자기 착취의 전장으로 내몰린다.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이 누구나 하는 흔한 일이라고 생각해서 이야기로 전하지 않고, 그 일을 기록하는 사람은 제대로 알지 못하기에 쓰지 못한다.
근속연수가 쌓여도 언제나 평사원이었지만 ‘차별할 생각은 하지 마’, ‘내가 얼마나 잘하는지 보여줄 거야’ 하는 각오로 일했다. 열심히 하고 실력을 보여준다면 무시당하는 일은 없겠지. 그러나 이제 막 들어온 대졸 신입의 월급이 자신보다 많다는 건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충격이었다.
강아지의 보호자들은 수진에게 "우리 아이에게서 눈을 떼지 말아주세요"라고 부탁하곤 했다. 그러나 수진에게도 눈길을 줄 사람이 필요했다. 밥은 제대로 먹는지 염려해줄 사람이 필요했다.
민정이 맺은 계약 기간은 364일. 1월 2일에 계약을 했고 종료일은 12월 31일이었다. 새해 첫날 하루를 쉬고 1월 2일에 재계약을 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했다. 이렇게 1년에서 하루를 빼는 계약서를 씀으로써 365일을 일하면 30일분의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는 근로기준법을 피할 수 있다.
지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 곳에서 지식에 관심을 갖는다는 건 노동 효율을 해치는 일이 되는 것일까. 값싼 노동자는 생각하지 않아야 하고 의심하지 말아야 하는 걸까. 복사기 옆의 A4 용지만 소모품일까, 탕비실의 종이컵만 일회용일까.
윤서는 자신이 욕을 먹은 건 일을 못해서였다고 했다. 윤서의 말은 틀렸다. 그 회사 사람들은 약자에게 폭력적인 사람들일 뿐이었다.
그러나 학비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선생님은 적절한 시기에 맞춰 정보를 주고 선택할 수 있도록 돕지 않았다. 경희에게는 함께 길을 찾자고 손 내밀어줄 네트워크라고는 학교밖에 없었는데도 말이다.
이들은 비전문취업(E-9)비자를 받아 최대 4년 10개월까지 일할 수 있다. 외국인이 한국에 5년 이상 상주하면 영주권 신청 자격이 생기기 때문에 이를 피하려다 보니 4년 10개월이 된 듯하다. 노동력을 제공하러는 오되 살러 오는 사람으로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정부 정책이다
한국 사회는 똑똑한 여자를 싫어하는구나, 똑똑하고 일 잘하는 여자는 더 싫어하는구나,
자기계발은 내가 지금 하는 일을 더 잘하려고 하는 거잖아요. 반면에 자기개발은 일상에서 나를 잘 살게 하기 위한 능력을 기르는 말이래요.
여성 노동자가 단지 ‘젊은 여자애 한 명’으로 여겨지는 곳에서 우리는 ‘노동자 한 사람’으로서 일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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