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누가 뭐라든 페이스를 유지한다. 몸이 느려져서가아니다. 자신의 상태를 애써 커버하거나 아닌 척해야 할 약점이라고 생각하기보다 다양한 조건 중의 하나로 여기기 때문이다.
어린이의 생각을 어린이가 알고 있는 세계의 범주 밖으로 이끄는것은 그보다 더욱 조심스럽고 어려운 일 같다. 세상에 대해서아직 기초적인 틀만 갖고 있는 어린이는 자못 원칙적이고 정의로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노화란 어쩌면 자신이 혐오했던 모습으로 퇴화해가는 고통과 저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잠깐 스쳐갔다.
노인은 잇몸이 내려앉아서 이는 당나귀 이빨처럼 길어 보인다. 근육이 빠져나가 다리가 앙상해지는데도 이상하게 좋아리에만은 덜렁거릴 살이 남아 있다. 매끄러웠던 손등에 지렁이 같은 핏줄이 우락부락 불거지는가 하면 턱밑은 닭벼슬처럼늘어진다. 난데없이 뺨 한가운데에 터럭이 자라나고 머리숱이빠지면서 점점 골룸의 헤어스타일이 되어간다. 찰랑거리던 참머리도 필연적으로 부스스한 곱슬이 된다.
특히 피부가 처지고 늘어지면서 얼굴이 울퉁불퉁해지기 때문에 평화롭게 가만히 있는데도 심통맞고 화가 난 사람처럼보인다. 식도의 연동운동이 둔해져 사레도 잘 걸리고 기침도잦아진다. 귀가 어두워진 탓에 목소리가 커지는데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하니 말이 많아질 수밖에 없고 자신이 못 듣는 거면서 무시당한다고 생각한다. 또 입안이 말라 구취가 생기고 그게 아니고도 몸에서 알데하이드인가 뭔가가 배출돼서 노인 냄새가 나게 마련이다.
결혼은 타인과의 긴 동행이고 더러운 부산물과 빨랫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모두 그것들을 구겨넣은 상자를 커튼으로 가려놓은 채 살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만약 그것들이 상자 안에서 점점 썩어갈 정도로 더러운 것이라면 그만 커튼을 젖히고 처분을 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