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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곡
  • 가와무라 겐키
  • 15,120원 (10%840)
  • 2025-03-28
  • : 380
신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유일신이라기 보다는 여러 신이 우리의 여러 운명을 둘러 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신이 우리의 운명을 주관한다고도 생각합니다. 다만 시련이나 불행을 통해 인간을 시험에 들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신의 시험에서 빠져 나오는 인간의 순수한 능력이야말로 행운과 기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그 순수한 능력은 개인의 수련일수도 있지만 서로의 연대가 아닐까요? 그러한 연대에 이름붙이기 위해 종교라는 것을 만들어 모여 서로 다독이고 응원하며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을 텐데 예로부터 인간은 선하기만 한 존재가 아니라서 종교라는 이름으로 약한 자들을 이용하려는 이들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런 사람들을 구별하고 휩쓸리지 않기 위해 가장 작은 연대인 가족, 친구가 필요한 듯 합니다.
"네가 엄마를 믿는 마음과 엄마가 믿는 신을 믿을 수 없는 마음은 양립한다고 생각해. 사람은 때로 복잡한 신앙심을 지니는 법 아닐까?"
"그래, 신이 너무 모여들면 전쟁이 일어나."
"어려운 일이네요."
"맞아, 어려워. 사후 세계가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계야말로 천국과 연옥이 있어. 물론 지옥도."
"그래, 벽이야. 신앙심이 도달한 끝에 있는 것은 높이 세워 진 벽이었어."
….
"어째서 사는 것이 이렇게 괴로운가, 왜 이렇게 힘든 일을 겪는가. 인간은 불합리함을 벽을 향해 한탄하며 거기서 신을 느낄 수밖에 없어."
"신만이 아신다니 뭐야 그게? 좋은 일은 신의 가호, 나쁜 일 은 신의 시련. 무사안일한 태도도 적당히 좀 해. 우리가 얼마 나 괴로워하는지 보고도 못 본 척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주제에."
"하긴 그러네••••·. 신이란 너무 가혹해." 미치오가 조금 자란 스포츠머리를 겸연쩍게 긁으며 수줍게 미소를 지었다.
아크릴판 너머에 있는 미치오의 웃는 얼굴을 불투명 유리창 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후광처럼 비추고 있었다.
"그래도•••· 가끔은.•···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기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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