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사람들
초록콩 2026/03/24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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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름 사람들
- 이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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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 - 2026-02-20
: 11,820
우연한 기회에 이유리 작가의 <#브로콜리펀치>를 읽고 환상적이고 비현실적이지만 진짜 현실을 쓰는 작가라고 생각했다.
<구름 사람들>이라는 제목과 폭신한 솜사탕 같은 분홍색 구름이 가득한 표지를 보고 작가의 특기를 살린 환상적이고 말랑한 이야기를 기대했다.
지상에서 1.5킬로미터 떨어진 상공에 ‘정확히 뭔진 몰라도 아무튼 몸에 더럽게 나쁘다는 유독물질이 허공에 엉겨붙어 만들어진’(p10) 아름다운 분홍빛 구름 위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
땅 사람들은 구름 때문에 동네 땅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인공 강우제를 뿌려 구름을 제거할 계획을 세우지만 구름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대책은 전무한 상태다.
구름에서 나고 자라 이제 스무 살이 된 하늘은 병든 할아버지와 아버지, 엄마, 어린 동생과 함께 구름에서 여전히 살아간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안전장치 없는 사다리에 의지에 1.5킬로미터를 오르락내리락하며 일하는 하늘에게 인공 강우제보다 불행이 먼저 닥쳐오지만,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다.
소설을 읽는 내내 <#난장이가쏘아올린작은공> 속의 서울특별시 낙원구 행복동에 살았던 철거 위기의 ’난장이 가족’이 떠올랐다.
철거촌이 구름으로 바뀌었지만 하늘이 가족이 난장이 아버지와 영수, 영호, 영희 남매와 엄마를 보는 듯해 내내 마음이 아팠다.
‘땅 사람‘과 ’구름 사람’은 계급이 되어 구분 지어지고 갈 곳 없는 구름 사람들의 사정 따위는 살필 생각도 없이 땅 사람들은 ’친환경적’이고 ‘인도적‘인 ’납득 가능한’ 철거만을 원한다.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인 게 인생이라고 하지만 하늘과 가장 가까운 분홍 구름 속 사람들의 비극에는 눈감아 버리는 땅 사람들의 무관심이 현재 우리의 모습과 닮아서 부끄럽다.
땅 아래가 아닌 구름 위에 사는 사람들이라는 독특한 설정은 평소에 느끼던 구름 이미지를 뒤바꾼 탓에 더 무겁게 다가온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하늘의 모습이 터벅터벅 좁은 골목길을 걸어 철거촌으로 들어가는 이의 모습을 떠올리게 해 마음이 아프다.
하늘에게 찾아온 행운이 불행의 대가라는 생각과 현실에서 일어날 수도 있지만 그 후과가 얼마나 무서운지 짐작되기에 하늘의 생활이 더 헛헛해 보인다.
읽는 내내 슬펐고 제대로 구름을 쳐다볼 수 없었던 며칠이 계속되는 소설이었다.
부디 오늘의 하늘은 안온하고 평안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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