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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콩
  • 한 치 앞의 어둠
  • 사와무라 이치
  • 15,300원 (10%850)
  • 2026-01-25
  • : 9,020
멋진 풍광과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단어인 ‘명소’가 소설집의 첫 번째 이야기다.
“쾅, 콰직!”이라는 첫 문장의 공포는 자살 명소를 안내하는 다정한 목소리에 어느 순간 사악함을 담기면서 진짜 두려움이 시작된다.

’선생님, 있잖아요’라며 수줍게 건넨 편지는 어느 순간 범죄 기록이 되고, ‘심야 장거리 버스’ 안의 알 수 없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은 꿈인가 싶기도 하지만 무섭다.
’검푸른 죽음의 가면’은 사후 세계와 천벌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상가에 다녀온 뒤 겪은 ‘밤샘 조문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은 어디선가 들었던 이야기처럼 느껴져 더 섬뜩하다.

그저 소심한 성격 탓에 바로 말을 못 하는 ‘꾸물거림‘이 지나쳐 답답해 보이기까지 하는 동료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겪는 에피소드쯤으로 진행되던 이야기는 생각지 못한 끝에 다다른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꾸물거리는 게 큰 잘못이나 병이 아니라는 생각에 답답하고 우습게 보이던 등장인물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알게 되는 순간 느껴지는 두려움은 주위를 둘러볼 만큼 공포스럽다.

아무 사전 지식 없이 특이한 제목에 끌려 <보기왕이 온다>를 읽은 지 몇 년이 지났지만, 그때의 공포와 충격은 새록새록 한다.
그런 작가의 초단편 괴담집 출간 소식을 듣고 찾은 소설집은 짧게는 2~3페이지, 길게는 20여 페이지의 짧은 이야기로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스물 한가지의 공포를 담고 있다.

어디선가 들었던 이야기 같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도시 괴담 같은 소설은 짧아서 그 공포가 더 임팩트 있게 다가온다.
소설집은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차례차례 읽으며 일상의 공포를 느껴보는 것도 좋고 잠깐의 시간을 내 두서없이 읽어도 좋다.
소설이 머리카락을 쭈뼛하게 할 만큼 두려워 지금 살고 있는 일상이 평화롭고 안정적으로 느껴져 마치 얼얼한 매운맛의 고통을 즐긴 후 느끼는 개운함처럼 쌓인 스트레스가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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