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누구든
초록콩 2025/11/20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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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비채출판사 서포터즈 활동 중 제공받았습니다.>
1992년생인 작가는 두 권의 시집을 베스트셀러에 올려 BBC 선정 ‘세계를 장악하는 여성 시인’에 이름을 올렸다고 한다.
<네가 누구든>은 작가의 첫 장편소설로 출간과 동시에 영화화가 확정되고 “미래의 기술이 정체성과 고독, 우정이라는 인류 고유의 문제에 어떻게 파고드는지 보여주는 눈부신 데뷔작“(책날개 소개 글)이라는 찬사와 함께 2024년 <타임> ’반드시 읽어야 할 책 100권’에 선정된다.
산타크루즈 해안가의 작은 마을의 집들은 여러 해 전부터 공유 숙박시설이나 여름 별장으로 개조되면서 미티와 베델은 그곳의 마지막 거주민으로 남는다.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엄마의 지인인 베델과 10년 전부터 함께 사는 미티는 식당에서 접시 닦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시간이 나면 동네를 산책하고 토요일 밤엔 베델과 함께 영화를 보는 등의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랫동안 비어있던 ‘온통 유리로 되어 있어 마치 벽이 없는 것‘(p11)처럼 보이는 일명 ‘인형의 집’으로 불리던 이웃집에 새로운 사람들이 이사 온다.
부유한 데다 누구보다 자신의 파트너인 레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새베스천과 눈부시게 아름다운 외모를 갖은 레나는 완벽한 커플로 보인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미티과 베델를 중심으로 펼쳐지던 소설은 레나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치닫는다.
미티와 레나가 가까워질수록 10년 동안 집을 떠나 베델과 함께 살 수밖에 없었던 미티의 비밀이 드러나고 완벽해 보이던 레나의 생활에 균열이 생기면서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소설을 읽은 내내 10년 동안 숨겨왔던 미티의 비밀이 궁금하고 무엇보다 혈육이 아닌 미티와 아무 조건 없이 10년 동안 함께한 베델의 사랑이 위대해 보인다.
서로에게 끌리는 미티와 레나의 관계를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는 어렵지만 자석처럼 끌리면서도 그 마음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어 불안해하는 둘의 사이가 위태로워 보이기도 한다.
공통점이라고는 없는 두 여성이 서로를 통해 진짜 자신을 찾는 과정은 단순한 퀴어 소설이 아닌 미스테리함을 가미해 끝까지 흥미진진하다.
새베스천에 완전히 종속돼 있던 레나의 완벽한 모습 뒤에 숨겨진 비밀이 밝혀진 순간 영화 ‘스텝포드 와이프‘가 떠오르는 것은 레나의 미모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10년 동안 사과하지 않은 자기 잘못을 더 이상 외면하지 않고 숨지 않는 미티와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은 자신의 본모습을 찾아 나선 레나의 앞날이 그녀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고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럼에도 과거의 잘못 앞에 당당히 서려는 미티와 편안함에 안주하지 않고 진실에 다가가는 레나를 응원하며 그들이 자유롭고 행복해지기를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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