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전들
초록콩 2025/11/08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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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열린책들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암전들>이라는 제목과 잘 어울리는 검은 표지의 소설은 실존하는 연구서인 [성적 변종들: 동성애 패턴 연구]에서 시작한다.
20세기 초 퀴어 사회학자인 잰 게이는 실제 퀴어들을 인터뷰한 연구서를 출간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이름을 숨기고 남성 의사의 권위를 내세워야만 했다.
퀴어들의 증언들은 검게 칠해지고 그들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그들의 욕망은 장애로 해석된 채 잰 게이의 이름이 아닌 남성 의사의 이름을 달고 세상에 나오게 된다.
‘직업도, 학위도, 혈통이랄 것도 없으니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몰랐고 도움받을 남자가 있는 것도 아니었’(p14)던 네네라고 불리는 남자는 죽음을 앞둔 후안을 만나기 위해 사막 깊숙한 곳에 있는 마을로 향한다.
팰리스에 도착한 네네는 후안의 간병인을 자청하고 후안은 네네에게 자신의 사후에, 팰리스에 방을 넘겨받는 대신 자신이 완성하지 못한 프로젝트와 잰 게이라는 여성의 이야기를 완성하라고 부탁한다.
소설은 내용을 요약하기 어려울 만큼 네네와 후안의 이야기가 순서 없이 진행되고 군데군데 검게 칠해진 [성적 변종들: 동성애 패턴 연구]와 여러 장의 사진과 삽화가 등장한다.
20대의 젊은 동성애자 네네와 임종을 앞둔 늙은 동성애자 후안의 대화는 여러 형식을 넘나들며 그들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특히 영화처럼 이야기하기는 본인들의 삶을 제삼자의 시각으로 보는 듯해 더 사실적으로 다가왔다.
실존 인물인 잰 게이의 삶과 그의 연구서인 [성적 변종들:동성애 패턴 연구]가 출간되는 과정과 잰 게이의 성(姓)을 물려받은 후안과 그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과거를 반추하는 네네의 이야기가 소설의 큰 줄거리이다.
후안과 네네는 실존 인물이 아닌 허구이지만 그들이 살았던 동생애자의 삶은 허구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젠 게이가 살았던 20세기 초 성소수자의 삶과 현재의 그들의 삶을 같은 선상에 두고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겠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그들을 터부시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퀴어들을 다 이해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들의 취향에 대해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다.
퀴어들은 연구 대상도 아니고 그들의 성적 취향은 정신병이나 장애가 아닌 개인의 욕망이고 취향일 뿐인데 누가 손가락질할 수 있겠는가.
네네가 무아지경이 돼 열심히 답했던 남성성- 여성성 테스트 중 긍정으로 대답한 질문들을 읽어본다. 그 질문들은 이성애자도 LGBTQ도 여성도 남성도 사람 누구든 긍정의 대답을 할 수 있는 질문들이다.
질문을 반복해 읽으며 우리는 내내 사람들을 여성과 남성으로만 구분하려 들었고, 같은 문항에 같은 답을 체크하는 이들조차 성적 취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우리와 다른 이상한 사람으로 봐 왔던 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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